브린니의 서재
[명시 산책] 비센테 알레익산드레 <창조의 복부>
창조의 복부 복부가 커지고 있다. 사리함의 진흙도 없이 빛들이 성장한다, 구른다 단련한다. 불타오르는 복부. 물질 중에선 오직 빛만이 불의 물질. 인간이 서서히 태어난다. 한 점, 한 점만으로. 은하수의 본원, 형체 있는 별들이 계승된다. 형체 갖춘 것들이 형상을 요구한다, 얻는다, 내보인다, 노래부른다. 인간은 단지 심심풀이로 내던져진 한 움큼의 빛 세포. 이토록 투명한 복부. 거기에는 눈, 입, 발, 장미가 스며 나오고 맑은 향기 소리,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 그 복부, 행복한 사리함이 밤에 순회하며 하늘, 수세기를 거슬러 지나간다. 오, 거의 영원한 인간다운 달, 근원, 무덤과 성배를 흐르는 달. 넌 항상 가장자리까지! ― 비센테 알레익산드레 (스페인, 1898-1984) 【산책】 빛이 부풀어 오르..
2020. 6. 12.
[명시 산책] 고트브리트 벤 <시>
시 일찍이 신성이, 깊고도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어떤 피조물 속에서 부활해 말했던 바, 그것이 곧 시이지, 왜냐하면 그 속에는 무한히 마음의 고통이 누그러져 있기 때문이지. 마음은 이미 아득한 흐름 속에 헤매인 지 오래이지만, 시절詩節은 입에서 입으로 옮겨져, 민족들의 싸움을 뛰어넘고 권력과 살인 동맹보다 오래 남아 있기 때문이지. 한 조그마한 종족, 이미 오래 전에 백인의 탐욕에 의해 정복당한 인디안들, 아즈텍 말을 쓰는 야스키 족들이 부른 노래들도 조용한 농요農謠로서 줄기차게 살아 있지 : 행로를 안으로 갈앉혀, 정신에 멍에를 씌우고 있는 자의 그 위대한 중얼거림, 들이쉬는 호흡, 내쉬는 호흡, 멈추는 호흡 ― 인도 고행승과 탁발승의 호흡의 종류―, 침묵에 몰두하는 누구나의 마음속에 주어지는 그 위대..
2020.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