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린니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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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시] 어느 늙은 가장의 사랑 이야기 어느 늙은 가장의 사랑 이야기 그가 지금보다 조금 젊었을 때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네 손에 어른 환자용 기저귀 박스를 들고 반대편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걸어왔네 첫사랑 연인보다 그의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대사건이 벌어졌네 건널목 한복판에서 그는 멈췄네 그의 전생애가 영원으로 빠져들고 그녀가 그를 스쳐지나 가고 있었네 느린 템포로 시간은 음악을 연주했네 그는 오던 길로 몸을 돌렸네 여인의 등을 향해 침묵의 사랑고백을 했네 평생을 기다린 사랑이 왔노라고 음악이 멈췄네 시간이 풀렸네 신호등의 초록불이 깜박거리며 빨간불로 바뀌려 하네 나인 에잇 세븐 …… 쓰리 투 원 제로 그는 건널목 한복판에 갇혔네 여인이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고 그는 가야 할 길을 보네 양쪽으로 차들이 그를 위협하며 미친 속도로 질주하네 그는.. 2020. 6. 17.
[명시 산책] 칼 크롤로브 <나를 위한 풍경> 나를 위한 풍경 1 그 속에 광물질과 형용사를 모을 것 나무 그림자들은 여러 가지로 묘사할 수 있다 한낮은 그 속에서 기하학적인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를 먹는다 나의 풍경은 바람처럼 배고프게 한다 팔이 긴 사람은 하늘을 만질 수 있으리라 지친 새들은 허공에서 잠을 잔다 습관적으로 색색가지 과일을 손에 들고 있다 기나긴 황혼의 전설 밤은 불탄다 : 쌓아 놓은 목탄 2 연기구름의 믿을 수 있는 아름다움 확신은 지평선에 메아리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버들가지의 사분의 일 박자의 멜로디 : 일어나는 소음들은 나방의 날갯짓처럼 사라진다 어제 유클리드가 정돈해 놓은 검은 올리브의 들판 나는 그 들판이 내 눈 앞에서 마른 빛 속에 어른거리게 한다 3 소금기어린 바닷가에 비치는 작은 배 젖은 장미의 냄새가 난다 : 죽.. 2020. 6. 17.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고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마태복음 5장 22절) 율법은 살인을 벌하지만, 예수님은 살인 이전에 속에서 들끓는 분노부터 다루십니다. 매우 우리를 옥죄는 말씀처럼 느껴집니다. 도대체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 말씀을 잘 들여다보면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장면이 보이.. 2020. 6. 16.
길병민의 <러브스토리>와 기형도의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사랑의 이상과 사랑의 현실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의 가슴속을 울리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바로 기형도 시인의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입니다. 많은 이들이 어쩌면 그렇게 한 마디로 쓰라린 가슴을 표현했을까 감탄해마지 않는 그 한 구절로 유명해진 이 시의 제목은 원래 입니다. 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사랑을 잃은 자의 가슴은 뜨거웠던 열망과 꿈결 같던 소망을 잃어버린 텅 빈 집과 같습니다. 어디선가 못 다한 사랑이 .. 2020. 6. 16.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나의 아저씨>의 좋은 사람 찾기 좋은 드라마에는 좋은 사람이 나옵니다. 좋은 사람 찾기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좋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우리 사회에 스며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와 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드라마 모두 상처 입은 소녀가 나오고, 듬직하고 좋은 사람 아저씨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에는 소시오패스 성향이 강하지만 머리가 좋은 소녀 조이서 역으로 김다미가 출연합니다. 술 먹고 놀면서도 일류대학 입시에 합격할 만큼 머리가 좋지만, 소시오패스 성향으로 인해 바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며, 감히 친구 엄마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따귀를 척 올려붙이는 시크한 엉망진창의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에는 부모가 진 빚 때문에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다가 견디다 못해 고리대금업자를 살해하게 된 .. 2020. 6. 16.
[창작 시] 몽환의 시간 몽환의 시간 잠은 오지 않는데 자꾸 졸린다 이것을 뭐라 설명하지 책을 읽어서인가 로르카의 강의 백일몽 아내는 노특북을 열고 아름다운 가게를 찾아본다 하늘하늘 여름 원피스 한 벌 아지랭이 물안개 새벽운무 아내의 치맛자락이 흔들릴수록 나는 자꾸 멀리 달아난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백일몽 속으로 일어나 텔레비전을 켜야겠다 꼴지를 두 해 연속 이루는 불멸의 야구팀의 더블헤더를 구경해야겠다 잠도 꿈도 생시도 아닌 시간 나는 마루 바닥에 누워 창에 걸친 구름을 본다 푸른 하늘을 한 조각 잘라낸 풍경 꽃 화분을 매단 자전거가 굴러간다 어린시절 가속도를 붙이고 달려가는 사물들이 무서운 시간이 지나간다 내게 없는 꿈들은 어디서 떠돌고 있는가 나는 어서 미래로 가서 꿈이 흘러가는 데를 막아서야겠다 어린시절 내가 없던.. 2020. 6. 16.
[명시 산책]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나무, 나무……> 나무, 나무…… 나무, 나무, 마르고 푸른. 얼굴 예쁜 아가씨가 올리브를 주우러 간다. 탑들에 구혼하는 바람은 그녀의 허리를 감아 잡는다. 네 기사가 지나갔다 안달루시아 조랑말을 타고, 하늘색과 초록 옷을 입고, 길고 검은 외투를 걸치고, “코르도바에 한번 와요, 아가씨” 아가씨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젊은 투우사 셋이 지나갔다, 날씬한 허리에 옷은 오렌지빛, 고풍스런 은빛 칼을 차고, “세비야에 한번 와요, 아가씨” 아가씨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저녁이, 퍼지는 빛 속에 자줏빛으로 물들자. 젊은이 하나 지나갔다, 장미와 달의 도금양을 가지고, “그라나다에 한번 와요, 아가씨” 그러나 아가씨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얼굴 예쁜 아가씨는 여전히 올리브를 줍고, 바람의 회색 팔은 그녀의 허리를 휘감.. 2020. 6. 16.
<바가바드 기타> 함석헌 주석 힌두교 경전에는 등이 있는데, 나 는 전문 지식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 반면, 는 하층 천민들에 대한 해탈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점에 그 중요성이 있습니다. 간디는 이 책을 외우기 위해서 아침마다 한 절씩 써붙여 놓고 칫솔질을 하는 동안 속으로 외웠고,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는 서양의 가톨릭 신부들에 의해서 “기독교의 신약성경과 같은 지위에 있다”고 말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본래 라는 인도 서사시의 제6권에 속하며, 전쟁 준비를 하던 아르주나 왕자가 그의 마부이자 스승인 크리슈나와 대화하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전쟁을 앞둔 아르주나 왕자는 고뇌합니다. “크리슈나님, 나는 승리도 왕국도 쾌락도 다 원치 않습니다. 나라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2020. 6. 15.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 (마태복음 5장 18절) 예수님이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라는 말을 쓰실 때는 절대적 권위를 바탕으로 어떤 진리를 단정적으로 선언할 때입니다.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이라는 말은 “세상의 종말까지는”으로 번역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에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를 말합니다. 세상의 종말이 오기 전에 모든 율법의 내용이 다 이루어질 거라는.. 2020.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