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린니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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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또 너희는 기도할 때에 외식하는 자와 같이 하지 말라 그들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하느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들은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마태복음 5장 5절~6절) 예수님은 참 외식을 싫어하시나 봅니다. 사람간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우월감과 허영, 허세.. 2020. 6. 21.
송찬호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만든다>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만든다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만든다 꽃의 향기를 구부려 꿀을 만들고 잎을 구부려 지붕을 만들고 물을 구부려 물방울 보석을 만들고 머나먼 비단길을 구부려 낙타 등을 만들어 타고 가고 입 벌린 나팔꽃을 구부려 비비 꼬인 숨통과 식도를 만들고 검게 익어 가는 포도의 혀끝을 구부려 죽음의 단맛을 내게 하고 여자가 몸을 구부려 아이를 만들 동안 굳은 약속을 구부려 반지를 만들고 오랜 회유의 시간으로 달빛은 무엇이든 구부려 놓았다 말을 구부려 상징을 만들고 달을 구부려 상징의 감옥을 만들고 이 세계를 둥글게 완성시켜 놓았다 달이 둥글게 보인다 달이 빛나는 순간 세계는 없어져 버린다 세계는 환한 달빛 속에 감추어져 있다 달이 옆으로 조금씩 움직이듯 정교한 말의 장치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오랫.. 2020. 6. 21.
[창작 시]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 앞에서 슈바이처와 나이팅게일, 마더 테레사의 죽는 이들과 함께 하는 사랑 앞에서 일본인들 대신 죽은 故이수현 님의 인류애 앞에서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심장만큼 귀한 아들 건강이 늘 걱정인 남편 아들 딸 출가 못 시켜 마음 아파하는 친정부모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집 울타리 밖을 넘지 못하니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독서 모임 식구들 작게나마 후원하는 몇몇 이웃들 그렇게 내가 좋아서 보람을 느끼고 만족스러워서 모두, 내가 나를 기쁘게 하는 사랑이었을까 어떻게 사랑하면 나보다 다른 누군가를 나의 유익보다 당신이 흡족하도록 내 기쁨보다 그대 행복을 나는 後에서야 알겠네 내게 고통을 준 사람들 내게 수치를 준 사건들 내게 모.. 2020. 6. 21.
안나 안드레예브나 마흐마또바 <알 수 없는 경계> 알 수 없는 경계 ―엔H. 베B. 엔H에게 사람들의 친근함 속에는 알 수 없는 경계가 있느니, 사랑도 정열도 그 경계를 가로지를 수 없는 것― 장엄한 정적 속에서 두 입술이 합쳐지고 가슴이 사랑으로 산산이 부서진다 해도. 여기에선 우정도 무력하고, 넋이 자유롭고 색욕의 느릿한 권태를 모르는 숭고하고 열렬한 행복의 나날에도, 여기에선 무력하다. 이 경계에 돌진하는 이들은 미쳐가고, 여기에 도달한 이들은 번민으로 휩싸이느니…… 이제 그대 알았을 테지요, 왜 내 가슴이 그대의 두 손 밑에서 두근거리지 않는가를. ―안나 안드레예브나 마흐마또바 (러시아 1889-1966) 【산책】 사람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는지도 모른다. 강의 저편과 이편이 하나의 강물로 흐르고 있지만 결코 맞닿지 않는 것처럼. 강을.. 2020. 6. 21.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 2020. 6. 20.
옥타비오 빠스 <휴식> 휴식 ―삐에르 레베디를 생각하며 새 몇 마리가 찾아온다. 그리고 검은 생각 하나. 나무들이 수런댄다. 기차소리, 자동차소리. 이 순간은 오는 걸까 가는 걸까? 태양의 침묵은 웃음과 신음소리를 지나 돌들 사이 돌이 돌의 절규를 터뜨릴 때까지 깊이 창을 꽂는다. 태양심장, 맥박이 뛰는 돌, 과일로 익어가는 피가 도는 돌 : 상처는 터지지만 아프지는 않다, 나의 삶이 삶의 참모습으로 흐를 때. ―옥타비오 빠스 (멕시코 1914-1998) * 1990년 노벨 문학상 수상 【산책】 검은 생각. 나쁜 생각? 어두운 생각? 새들이 나무 사이를 들고 날 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짙은 나무 그늘 사이로 태양이 비취면 그 빛의 끝자리에 돌이 있다. 돌은 빛을 받아 뜨거워지고 급기야 터져 버리고 만다. 돌은 빛을 품고 .. 2020. 6. 20.
[창작 시] 좋은 생각 많이 하는 여자와 저녁을 좋은 생각 많이 하는 여자와 저녁을 나쁜 상상을 많이 했더니 피곤하고 배가 고프다 좋은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을 만나 저녁식사를 마주하고 싶다 고기는 한 점도 없는 채소와 야채와 과일로 풍성한 깨끗한 밥상 콩나물 된장국에 열무와 동치미 배부르게 먹어도 속을 잘 비워낸 느낌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보지 못한 저무는 들녘을 바라보는 평상 위의 식사 인생의 풍파란 풍파는 모조리 겪은 탓에 허리가 굵어지고 허벅지가 튼실해진 아내 뾰족하던 성격이 굽고 휘고 부드러워져 마음이 구름처럼 너그러운 사람 이웃들과 나누고 또 나누어도 좋은 생각이 넘쳐나는 아내 절제를 가르치고 자유를 만끽하네 원망과 분노와 미움과 증오 감정이 생각을 이길 때가 많지만 찌꺼기들을 다 이겨서 반죽을 만들고 곱게 전을 부쳐내는 아내 생각이 고운 여.. 2020. 6. 20.
[명시 산책] 한강 <파란 돌> 파란 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川)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 2020. 6. 20.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도무지 맹세하지 말지니 *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또 옛 사람에게 말한 바 헛 맹세를 하지 말고 네 맹세한 것을 주께 지키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도무지 맹세하지 말지니 하늘로도 하지 말라 이는 하나님의 보좌임이요 땅으로도 하지 말라 이는 하나님의 발등상임이요 예루살렘으로도 하지 말라 이는 큰 임금의 성임이요 네 머리로도 하지 말라 이는 네가 한 터럭도 희고 검게 할 수 없음이라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 2020.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