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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185

행복 15 행복 15 선거가 계속되었고, 한성실 대표도 지쳐갔다. 평생 이런 일을 해보지도 않았고, 갈 길이 너무 멀었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그저 생각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현실에 옮기고 싶다는 생각에 정치를 시작했지만 정치는 도리어 그녀의 생각을 바꾸려고 들었다. 정치와 현실은 같은 듯 달랐다. 정치가 목표로 삼는 것이 현실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경우도 많았다. 정책 아이디어쯤은 그저 휴지 쪼가리가 될 때가 많았다. 생각한다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 생각이 정치로서 현실에 반영되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희망은 끝없이 불타 올랐지만 그 희망의 불에 자신이 데일 때가 많았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설득한다는 것을 좋은 생각을 하는.. 2025. 6. 6.
행복 14 행복 14 두 사람은 대화를 잠시 쉬고 차려진 음식을 음미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멋진 식당에서 먹으니까 기분이 좀 살아나는 것 같아요.” 한성실이 말했다. “요즘 선거철이라 제대로 식사를 못하시나봐요.”“선거도 선거지만 사실 젊었을 때는 이런 데 오는 걸 상상도 못했어요. 대학 뒷골목 분식집에서 대충 떼웠으니까요. 결혼해서도 늘 쫓기듯 살아서…… 삶이 좋아졌죠.” “아, 참 오늘은 제가 낼게요. 법인카드 쓰시면 큰일나요.” “하하하. 저 법인카드 없어요. 정치하고부터는 현금 써요. 하하하.”“와우. 그것도 한 방법이네요. 근데 그럼 전부 대표님 사비로 쓰시나요.” “대개는요. 밥 먹는 거나 대부분. 공적인 것은 사무처에서 법인카드로 결재해요. 저는 돈 쓸일도 별로 없어요.”“아무튼 오늘은 제가 .. 2025. 6. 6.
행복 13 행복 13 두 시간 뒤 김효은과 한성실은 성수동에서 만났다. “여기 어때요? 대표님.” 김효은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겠네요. 우리 같은 사람도 받아주니 좋네요.”“그러게요. 90년대 압구정에선 사람 봐가면서 들여보냈다면서요?” “그랬죠. 나이 제한 같은 게 있었죠.”“세상 참 재밌어요. 어쨌든 변한다는 게 좋지 않아요?”“변하니까 세상이죠. 안 변하면 감옥 아닐까요?” “맞아요. 옛날 사람이 말 안 통할 때 딱 그래요.” “저랑은 말이 통한다는 거죠?” 한성실이 웃으며 물었다. “그럼요. 대표님이 생각은 저보다 더 젊으시죠. 언제부터 그러셨어요?”“음식부터 주문하고 이야기할까요?” 두 사람은 스테이크, 피자, 파스타와 셀러드가 나오는 2인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음, .. 2025. 6. 3.
행복 12 행복 12 “아버지가 농부면 아들이 이어받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우동집하면 아들이 이어받을 수 있고요.”“네, 그렇습니다. 1가구 1주택, 1인 1직업 원칙에 의해서 그게 맞습니다.” “그럼 아버지가 경영자면 아들이 경영자 되는 게 맞잖습니까?”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회사를 창업했다고 해서 그 회사가 혼자의 것이 아닙니다. 어떤 분이 투자를 해서 회사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모집해 기업 활동을 합니다. 회사가 점점 커져서 대기업이 되었다고 칩시다. 그것은 회사 설립자 혼자 잘해서 된 것이 아닙니다. 자본가, 경영자, 노동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죠. 서로 함께 뜻을 모아 일을 합니다. 회사는 시작부터 사회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주식회사로 발전하는 것이 아닙니까. 개.. 2025. 5. 30.
행복 11 행복 11 며칠 뒤 서울 강남에서 행복당 정책에 관한 지역 공청회가 열렸다. 이 지역은 결혼금지법, 아니 상속을 없앤다는 정책에 가장 반발하고 있는 곳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아직 발의도 되지 않는 법안이 마치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률처럼 생각하고 반발하고 나선다는 것이었다. 김효은은 마침 방송이 없는 시간대라 사회를 자청하고 나섰다. “오늘은 행복당 한성실 대표님과 함께 결혼금지법에 관해 좀더 깊이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지역주민 대표 3분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한성실 대표님 함께 하셨습니다. 주민 여러분께서 질문하시면 대표님이 대답하시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네, 압구정동에 사는 김은실입니다. 상속이 없다고 하셨는데 개인의 재산을 국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나요?”“국가는 .. 2025. 5. 28.
행복 10 행복 10 며칠 뒤 김효은이 한성실 대표의 집을 찾았다. “아, 대표님.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잘 오셨어요. 앵커님. 어서 들어오세요.” 김효은 25평대 작은 아파트로 들어오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관을 지나자 좁은 통로를 지나 거실이 나왔다. 소파 하나와 텔레비전이 전부였다. 고개를 돌리니 작은 식탁과 주방이 보였다. 텔레비전 주위로 작은 액자들과 화분이 벽에 걸려 있었고, 식물들이 줄기를 바닥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소파 양쪽 벽에도 식물이 걸려 있었고, 창가에 앙증맞은 흰색 세 발 자전거 위로도 화분에 담긴 식물들이 푸른 줄기를 뻗고 있었다. “아, 냄새 좋은데요.” 김효은은 된장찌개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자, 다 됐어요. 앉으세요.”“대표님, 가족들은요?”“아들은 기숙사에 있고.. 2025. 5. 27.
행복 9 행복 9 며칠 뒤 한성실 대표는 정치포럼에 참석했다. M당 대변인 김표중과 H당 정책위장 설민주와 함께였다. 한성실 대표는 소수정당들 대표격으로 초대된 것이었다. 사실 한 대표 자리는 소수정당 대표격인 S당 몫이었는데 S당은 최근 M 당과 합당을 모색하고 있었고, 정책 등에서 M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김현수입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는 시점에서 각 정당의 정책을 구체적으로 짚어보며 향후 선거 판세를 짚어보는 쟁점 오늘>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3당을 대표하는 세 분을 모시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세 분 안녕하십니까?”세 사람이 함께 인사를 했다. “네, 먼저 아직도 의료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혜안이 없을까요? 먼저 H당 설의원께서 말씀해주시겠습니.. 2025. 5. 26.
행복 8 행복 8 “정말 대표님은 예배보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습니까?” “톨스토이의 두 노인을 읽어보십시오. 두 노인이 성지순례를 떠났는데 한 노인은 중간에 어려운 이웃을 만나 그들을 도와주느라 돈을 다 쓰고, 시간도 지나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다른 노인은 성지순례를 다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성지순례를 마친 노인은 돌아오는 길에 친구 노인이 도와준 집을 들르게 되었는데 그들이 천사가 와서 자신들을 구원했다고 간증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과연 누가 진짜 거룩한 일을 한 것일까요.” “톨스토이는 좀 이단적 성격이 강합니다. 자기 맘대로 복음서를 고쳐 쓰고 말입니다.” “네, 그럴 수도 있죠. 데이비드 짐머만의 뜻밖의 손님>이라는 책을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에.. 2025. 5. 25.
행복 7 행복 7 “죄송하지만 그 질문은 저 같은 평신도가 묻고 신학 교수님이나 목사님이 대답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저는 그동안 스스로도 이런 질문을 수없이 해왔기에 여기서 제가 생각하는 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기독교는 이름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리스도교, 아니면 예수교로 말입니다. 100년 전 우리나라 기독교 초기에는 야소교로 불렀다지요. 예수를 믿는다고 말입니다. 기독이란 그리스도의 한자 음가로 아무런 뜻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백년이 지난 지금 기독교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빨리 모든 교회가 그리스도교 OO교회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기독교가 하나님을 믿는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지 교회를 믿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스도교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종교입니다. 다시.. 2025. 5.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