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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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행복 10

by 브린니 2025. 5. 27.

행복 10 

 

 

김효은이 한성실 대표의 집을 찾았다.

, 대표님.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오셨어요. 앵커님. 어서 들어오세요.”

김효은 25평대 작은 아파트로 들어오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관을 지나자 좁은 통로를 지나 거실이 나왔다. 소파 하나와 텔레비전이 전부였다. 고개를 돌리니 작은 식탁과 주방이 보였다. 텔레비전 주위로 작은 액자들과 화분이 벽에 걸려 있었고, 식물들이 줄기를 바닥까지 늘어뜨리고 있었다. 소파 양쪽 벽에도 식물이 걸려 있었고, 창가에 앙증맞은 흰색 세 발 자전거 위로도 화분에 담긴 식물들이 푸른 줄기를 뻗고 있었다.

 

, 냄새 좋은데요.” 김효은은 된장찌개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 다 됐어요. 앉으세요.”

대표님, 가족들은요?”

아들은 기숙사에 있고요. 남편은 좀 늦겠다네요.”

정말 집이 아담하고 장식이 별로 없네요.”

여기 이사 오고 처음 몇 년 동안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너무 텅 빈 것 같아서 액자 몇 개랑 화분 몇 개 들였어요.”

심플하고 좋아요. 오늘 메뉴는 뭔가요?”

. 샐러드 먼저 드시고, 생선과 된장찌개, 그리고 제비추리 몇 점.”

, 있을 건 다 있네요.”

맛있게 드세요.”

 

김효은은 마치 언니네 집에 와서 저녁 한 끼를 같이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차린 듯 안 차린 듯 있을 건 다 있지만 넘치지 않는 소소하지만 풍요로운 식탁이었다

 

식사하면서 궁금한 것 몇 가지 여쭤봐도 돼요?”

그럼요. 말씀하세요?”

지금 대표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뭐예요?”

미래세대죠. 아들을 기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자녀들의 미래 세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해요. 우리 사회가 매우 불안정하다고 느껴요. 탄핵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 많이 안정이 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예요. 경제적 불균형, 이념의 양극화, 세대갈등, 정말 많은 문제가 있죠.”

 

그럼 당장 시급한 건 뭐라고 보세요?”

먹거리죠.”

그래요. 삼성 같은 대기업도 미래 먹거리 걱정이 많더라고요.”

앵커님, 그냥 먹거리요.”

? 이거? 먹는 거요? 음식?” 

그래요. 가장 시급한 건 먹는 거죠. 저는 농사가 천하지대본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깨끗하고 올바른 먹거리를 생산하고 먹었야 해요. 우리 식탁부터 정갈해져야 해요.”

엄마로서 가장 시급한 거네요. 우리 자녀들을 위해.” 

맞아요. 아이들이 햄, 소시지, 초콜릿, 아이스크림, 사탕, 햄거버, 치킨, 피자, , 과자, 음료수, 커피 등에 익숙해져 있어요. 그것들은 모두 정크푸드예요. 쓰레기 음식이죠. 공장에서 만든 것들은 맛은 좋지만 썩은 것들이에요. 아이들이 밥은 안 먹고, 김치도 거부해요. 과일이나 채소도 잘 안 먹어요. 그래서 비만, 아토피, 알레르기성 비염, 위염, 장염, 성조숙증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요. 먹는 것부터 올바로 바뀌어야 해요.”

 

그래요. 우리 때는 공장 음식이 몇 % 안 되었는데 요즘 애들은 겨우 한 끼만 제대로 먹는 것 같아요.”

부모들이 집에서 밥 잘 안 해먹고, 외식하고 카페에서 빵과 커피 먹고, 애들에겐 피자, 치킨 같은 걸 먹이죠. 몇 년, 몇 십년 뒤엔 모두 환자가 돼요. 지금도 소아비만, 소아당뇨, 성조숙증, 아토피, 알레르기 정말 말도 못해요. 그래서 병원에 환자가 들끓고 의사도 부족하고, 문제가 많죠.”

그러니 괜히 건강 염려증만 올라가고 질병 예방이다 뭐다 하면서 과잉진료할 수밖에 없고요.”

맞아요. 우선 식탁이 건강해야 해요. 예수가 와서 한 일도 사람들과 먹고마신 거예요. 건강한 음식을 같이 먹을 수 없다면 식탁교제는 불가능해요.” 

 

가족이 식탁에서 먹고 즐기면서 대화하는 그림이 그려지네요.”

맞아요. 그렇게 단순하고 아름다운 걸 우리는 잃어버렸어요.”

행복은 그런 작은 데서 시작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행복당이 그런 작지만 소중한 것부터 시작했으면 해요.”

아름다운 식탁을 꿈꾸시는군요. 오늘 음식은 정말 건강하고 맛도 좋은데요. 샐러드에 참치 한 토막, 한우 몇 점, 된장찌개.” 

 

, 토지가 자연화되면 농업을 사업화해야 해요. 첨단 AI 산업 못지않게 농업과 친환경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요. 친환경 사업을 강화해야 우리 사는 곳이 청정해지고, 깨끗하고 올바른 먹거리가 생산될 거예요. 그래서 만성질병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의료 영역도 안정화돼요. 먹는 것부터 잘 해야 질병을 예방할 수 있어요. 먹는 게 올바르지 않는데 건강검진만 빨리빨리한다고 해서 질병을 막을 수 없어요. 검진은 질병이 발생한 뒤 찾아내는 것이지 예방이 아니에요. 예방은 먹는 것과 운동 그리고 건전한 라이프 스타일이에요.”

항상 대표님은 근본적인 것을 먼저 생각하시는군요.” 

그래야 세상이 변해요. 세상이 변하는 걸 무서워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다면 지금 이 세상이 좋으냐고 물어보면 또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세요. 더 나은 세상이 올 거라는 기대를 잘 안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그러나 7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정말 많이 변했어요. 변화란 그런 거예요. 만약 70년대 이후 세상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지금도 가난하고 어렵게 살았을 거예요. 변화란 좋은 것이고, 싫든 좋든 어차피 세상은 변해요. 가능하면 좋게 변하도록 서로 도와야 해요.”

그럼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설거지 같이 할까요?”

당근 좋지요.”

 

두 사람은 사이좋게 웃으며 설거지를 했다. 한쪽에서 한 대표가 세척을 하면 김 앵커가 그릇을 헹궜다.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김효은이 또 물었다.

다른 먹거리는요?”

“경제? 사실 제가 기업가도 아니고, 경제학자도 아닌데 먹거리 문제를 어떻게 책임지겠어요. 대신 우리 행복당에서는 행복투자단을 발족해 일하고 있어요. 가장 먼저 벌인 사업은 카페 체인점이에요.”

, 카페 창업요?”

벌써 3호점이 생겼어요. <지중해>라고.”

지중해요? 지중해 식단은 들어보긴 한 것 같아요.”

. 그것과 비슷해요. 건강 주스를 파는 곳이죠. 아무런 첨가물을 섞지 않는 자연 그대로인 과일과 채소 주스. 과일이나 채소를 100% 착즙으로 만든 주스를 팔아요.”

하하하. 곧 망할 것 같아요. 재료 값이 장난이 아닌데.”

그래서 과일, 채소 농장과 자매결연 같은 걸 맺었어요. 서로 재료값 정도만 팔겠다고. 농장은 과일과 채소를 저렴하게 제공하고, <지중해>는 거의 재료값에 판매하는 거죠. 그래서 지중해는 부부나 가족 단위로만 창업 지원을 받아요. 카페 운영을 통해 한 가족이 먹고사는 데 필요한 정도만 벌자는 게 목적이죠. 임대료와 사장과 가족 직원 생활비만 빠지면 돼요. 그 이상 나오면 좋지만 일단 그게 목표예요.”

 

투자를 했으면 남는 게 있어야죠.”

투자단은 우리 당원이나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돈을 내요. 우리 당원이 100만명 정도 되는데 그분들 중 5만 명 정도가 1만 원씩 투자를 해요. 다를 크지 않은 금약을 투자하는 거라 원금 보전이 원칙이지 이윤을 남길 생각이 많지 않아요. 원금이 회수되면 다시 투자하고 그런 식이에요. 지중해 1호가 성공하면 2, 3호를 창업하고, 원금을 회수하면 다시 4, 5, 6호를 내는 거예요. 중요한 건 이웃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지중해> 수입으로 한 가족이 생활을 하면서 서로 건강해지는 것이죠.”

아하, 그게 일종의 예수가 말한 서로 사랑하는 방식인거죠?”

역시 앵커님은 빨라요.”

제가 또 누가 말하면 핵심을 잘 캐치하죠.”

그러게요. 앵커님 말씀처럼 우리는 일단 투자를 해요. 그것으로 한 가족의 일터가 마련돼요. 그 가족은 열심히 일해서 건강하고 올바른 먹거리를 만들어 이웃들의 식탁을 정갈하게 가꿔요. 한 가족이 생활하고 남은 것은 다시 모아서 다른 가족의 창업기금이 되는 거에요.” 

, 오병이어 같아요. 5천명이 먹고, 12광주리가 남았으니 다른 이웃들과 또 나눌 수 있겠네요.”

그렇게 되나요. 하하하. 맞아요. 52어도 소년이 자기 도시락을 기부한 데서 시작한 것이니까요. 1만원 정도면 한 끼 식대 정도 되겠네요.”

 

두 사람은 웃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효은은 행복당이 기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행복이란 순수하게 개인의 문제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회적 행복이란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행복이란 처음부터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누리는 것인지도 몰랐다. 같이 누리면서 같이 나누는 것.

 

혼인금지법을 결혼하지 말라는 법으로 생각하면 어쩌죠?”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금혼령쯤으로 여기면.”

법 이름을 바꿔야 할까요?”

정식 명칭은 다를 수도 있겠죠. 일명 김영란법처럼 쉽게 말해 결혼금지법이니까요. 문제는 내용이죠.”

근데 아직도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물론이죠. 이건 삶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문제니까요.”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뭣부터 이야기할까요? 뭐가 제일 궁금하세요?”

. 저는 여성이니까 출산과 육아 문제부터 이야기해주실래요.”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한 생명이 태어나기 전부터 국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봐요. 아마도 제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앞으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예요. 여성이 임신을 하면 대개 병원을 찾죠. 산부인과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 대한 관리를 시작하죠. 임신 몇 주차, 상태는 어떻고, 하면서요. 마찬가지예요. 혼인금지법이 적용된다면 결혼으로 인해 부부가 생기고, 자녀도 낳지만 그들 사이에 법적 지위가 없어요. 하지만 결혼도 사실이고, 자녀를 낳은 것도 사실이에요. 결혼을 하면 부부가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결혼했다고 기록이 남아요. 자녀가 태어나도 마찬가지예요.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도 마찬가지죠. 친부는 친모의 증언과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의 친모와 친부가 데이커베이스에 기록되죠. 지금은 결혼으로 법적 지위가 보장되기 때문에 미혼모는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해요. 하지만 혼인금지법에서는 혼외자라도 친부모 모두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어요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부부가 기를 수 있어요. 부부가 어떻게 기르든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그 부부가 이혼을 했거나 아니면 아예 아이를 기르길 거부할 수 있어요. 법적으로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럼 국가에서 맡아서 기르죠. 단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 없어지지 않으므로 부부에게 소득에 맞게 양육비를 일부 청구할 거예요. 나머지는 국가에서 부담하고요.

 

미혼모 자녀도 마찬가지예요.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친부나 친모 둘 중 누가 기를 수 있겠죠. 둘 다 기를 수 없다면 국가 맡아요. 대신 양육비는 일정 부분 청구해요.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친부모가 양육권을 가질 수 있고, 양육권을 포기하면 국가가 대신 길러요. 여기서부터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시작되는 거죠.

 

정부에서는 아이에게 양육과 교육을 실시하죠. 그에 맞는 직업도 구해주고요. 아마도 국가 맡아서 기를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질 거예요. 양육 걱정을 안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겠죠. 저출산 문제는 매우 빨리 해결될 거예요. 재원 마련은 혼인금지법으로 발생하는 각종 국가환수금을 통해 마련될 거예요. 재원도 넉넉하리라 믿어요. 아마도 지금보다 소득세 비율이 높아질 거예요. 현재 상속세 비율이 높다고 하는데 상속 자체가 없어지면 대신 대신 소득세 비율이 좀 높아지겠죠. 증여세는 80%까지 높아지고요. 

 

노르웨이에선 부자가 신호 위반을 하면 서민의 몇 배를 범칙금으로 내야 해요. 우리나라에선 모두 평등하게 내지만. 행복당은 소득이 높으면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 커진다는 원칙을 지킬 거예요. 우리나라엔 국민정서라는 게 있어요. 대체로 이래요. 좋긴 한데 돈이 많이 들어, 아직 시기상조야. 뭐 이런 식이죠. 하지만 이젠 좋으면 그냥 하면 하는 거예요.”

 

사실 대표님 말씀을 들으면 좋긴 해요. 근데 너무 만병통치약 같아서 믿기 힘들기도 해요.”

만병통치약은 없지만 근본원칙은 항상 존재해요. 우리가 근본원칙에 동의하고 따르면 병이 생기지 않아요. 예컨대 땅이 자연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땅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이 생기지 않아요. 땅을 개인이 소유하는 게 병이예요.”

근본원칙에 합의하고 그걸 잘 지키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죠. 땅과 하늘, 바다, 산과 강이 자연이라면 그냥 그대로 두는 거예요. 다만 국가가 맡아서 관리하고요.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 명이고 3인 기준 1가구로 할 때 필요한 집은 2천 만 채 정도예요. 지금 우리나라 집에 2천만 채가 안 될까요? 한 사람이 여러 채를 갖고 있어서 집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지역별로 편중되어서 그런 것이거나. , 안 된다면 더 지으면 돼요. 국민들은 임대료를 내고요. 집이 사람 사는 장소라면 그리고 1가구 1주택이 원칙이라면 굳이 그 집을 소유할 이유가 없어요. 그냥 살면 돼요. 국가에 임대료 약간 내고요.”

듣고 보면 아주 간단한데 부동산 문제는 간단하지 않잖아요.”

 

땅이 자연인데 인간이 소유한 지 너무 오래돼서 그래요. 그만큼 병이 깊죠. , 앵커님 아까 만병통치약 말씀하셨는데 만병통치약이란 없어요. 약은 원래 1가지 질병에 들어야 약이라고 불러요. 감기약은 감기를 고치지만 위장병을 못 고쳐요. 그럼 약이 아니예요. 약은 1병에 1약이 원칙이에요. 위장병은 위장약이 고쳐야 해요. 감기약이 고치면 그것은 감기위장약인데 그런 약은 없어요. 허가 자체가 안 나요. 우습죠, 내 얘기? 그러니까 병이 생기면 안 된다는 거예요. 병이 많을수록 약도 많아야 하니까요. 우리 세대는 약을 참 많이 먹어요. 당뇨,고혈압, 고지혈증 등 최소 3개 이상 먹는 사람이 참 많죠. 그런데 약을 먹으면 병세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있지만 낫지는 못해요.

 

먼저 병의 원인을 찾아야 해요. 부동산은 토지는 자연인데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원인이죠. 교육은 배우는 데 목적이 있지 않고 출세 수단으로, 돈 버는 수단으로 여기는 게 문제죠. 이 때문에 정치나 경제 모두 병이 깊어요. 신분 갈등까지 심각하고요.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고 안달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법을 잘 알아야 한다며 판검사를 하려고 하고, 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의사와 같은 돈 잘 버는 직업을 우선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죠. 

 

자연에 대한 잘못된 이해, 결혼도 재산의 합으로 여기고, 돈을 축적해서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게 삶의 목적이 되어 버렸죠. 특히 우리나라는 돈버는 데 목숨을 걸고, 돈만 있으면 다 된다고 믿고 있어요. 더 큰 돈을 벌려면 권력도 있어야겠죠. 정말 한 가지 병만 있는데 뿌리식물처럼 뿌리들이 다 엮여서 병이 정말 깊고 단단해요.

 

앵커님이 말씀했듯이 이런 병들을 하나하나 고치기 어려워요. 그래서 한꺼번 다 고치려면 만병통치약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네요. 근본적인 병을 치유하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거예요. 토지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결혼은 법이나 경제와 무관하게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적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 쏙 빨려드는데요. 하지만 정말 그런 세상이 올까요?”

앵커님, 여성 참정권이 생긴 지 얼마나 된 지 아세요?”

“1893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시작되었죠.”

그래요. 기껏해야 100년 좀 넘었을 뿐이에요. 1900년 동안 아니 그 전에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 때 그것이 언제 이루어질까를 걱정하는 것은 별로 필요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저는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세상이 제대로 바뀌는 걸 보고 싶은데요?”

그렇게 열망하세요. 그런 열망들이 모여 그날을 더 앞당기지 않을까요?”

 

대표님, AI를 교육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종이책을 좋아해요. 하지만 AI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예요. 교육에 활용하느냐 마느냐는 사실 고려 대상조차 안 될 거예요. 사회 모든 분야에 AI 활용될 거예요. 아니, AI 세상이 될 거예요. 어쩌면 인간이 보조적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정말 무서운 세상이 오는 거 아니에요?”

글쎄요, 미래는 우리가 알지 못해요. 다만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해요. 공룡과 빙하기도 이겨냈고, 수많은 전쟁과 독재와 탄압도 극복했어요. AI 시대도 인간이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나갈 것이라고 믿어야죠.”

 

“AI 로봇이 우리의 노동을 대신하면 우리 모두 직업을 잃게 될까요?”

글쎄요, 모르죠. 많은 부분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일하게 되겠죠. 계산도 더 빠르고 정확하고, 스스로 생각해서 일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반드시 있고, 어쩌면 AI와 협력하면서 잘 살아갈지도 몰라요. 우선 우리가 걱정해야 할 문제는 AI를 누가 주도하는가, 하는 문제죠. AI 기술이 뛰어난 어느 국가나 어느 기업이 AI를 독점하고 다른 국가나 사회와 개인들은 AI를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못하고 오히려 AI의 보조적 기능만 수행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현정부도 애쓰고 있는 것 같아요.”

 

피할 수 없으면 적극적으로 즐겨야죠. 20세기는 휴머니즘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포스트 휴머니즘, 트랜스 휴머니즘 시대가 되었잖아요. 그러니까 휴머니즘을 넘어선? 기계나 인공지능과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대라는 거죠. 교육에서 AI를 활용하기 앞서 이미 사회 전반을 AI가 주도할 거예요.

 

스웨덴에서는 테블릿 교과서를 금지했어요. 하지만 저처럼 종이책을 좋아한다고 해서 계속 AI를 거부하고 세상을 살 수 있을까요? 차라리 적극적으로 AI 세상을 즐기고 누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는 아직 컴퓨터를 타자기처럼 쓰는 정도예요. 다른 기능을 잘 쓰지 못하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도 마찬가지예요. 기능의 10%나 쓸까. 그런데 AI는 다를 거예요. 잘은 모르지만 내가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라요. AI는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뭔가를 만들어낼 겁니다. 그들은 단순히 기기들이 아니니까요.”

 

그럼 뭐죠?”

외계인?”

 

?”

슬라보예 지젝은 예수를 괴물이라고 해요. 나쁜 뜻으로 그러는 것 같지는 않고, 예수가 100% 신이자 100% 인간이기 때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든지 괴물이라고 부르는 거죠. 지젝은 내 속에 있는 타자가 진짜 나의 실재일지도 모른다고 말해요. 그것을 두고 에일리언 같다고 해죠. AI는 인간도 기계도 아니고, 뭔가 다른 존재일 거예요. 인간의 모습을 한 기계, 어느 면에선 인간을 넘어선 기계죠. 우리가 뇌를 다치면 AI가 뇌를 대신할지도 몰라요. 인공지능을 탑재한 인간이 나올 수도 있겠죠. 한참 줄기세포 복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을 때 우리는 나를 복제한 인간이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공상에 사로잡히곤 했어요. 그런데 이젠 굳이 인간을 복제할 필요가 없어요. 나와 똑같이 닮은 AI 로봇을 주문 생산해서 쓰면 되지 않겠어요. 영화에서처럼 인간 나는 낚시를 즐기고, 나와 같은 로봇은 아내와 자녀들과 쇼핑을 하고 있을지도요.”

그런 세상이 더 빨리 올 것 같아요.”

아마도 그렇겠죠. 기술 자체가 속도니까요.” 

 

결국 교육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거네요.”

“3년 전 어느 지역 도서관에 갔는데 로봇이 돌아다니면서 책을 찾고 대출이나 반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어요. 별로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아이들은 로봇에게 안녕? 하면서 인사를 하고, 말을 걸고 있었어요. 아마 교육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AI를 쉽게 받아들이고 친구처럼 대화할 거예요. 문제는 부자들만 AI를 누리고, 돈이 없으면 혜택을 받지 못하면 안 돼죠. 국가가 전국민이 AI와 장벽 없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거예요. 현재 기술 수준으로 AI를 이용하려면 학생들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해요. AI에게 좋은 질문을 할수록 더 좋은 지식을 얻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곧 AI가 교사 대신 가르치고, 테스트하고, 보충하고, 배운 내용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거예요. 그야말로 AI가 이끄는 대로 학습하는 시대가 곧 오겠죠. 노동분야도 곧 AI로 대체 될 거예요.”

 

대표님, 그럼 인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요.”

노동력 측면에서는 그렇죠. 하지만 인간에게는 생식하고, 자녀를 낳고 싶어하는 마음이 여전히 있지 않을까요? 사회에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게 아니니까요.”

사랑을 말씀하시려는 거예요?”

, 에로스? 남녀간의 사랑을 에로스라고 부르죠. 동성애나 친구들의 우정도 에로스의 일종이죠. 에로스를 성욕이나 섹스와 동일시할 필요는 없어요. 에로스의 본질은 하나를 지향한다는 거예요. 내가 사랑하는 것과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마음을 에로스라고 부를 수 있을 거예요. 연인이나 부부, 친구는 모두 하나가 되기를 원하죠.” 

 

나와 너의 구별이 없어지는 거예요? 이웃을 사랑하는 것도 에로스인가요?”

, 그건 아가폐라고 해요. 우리는 타자를 에로스로 사랑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와 나를 하나처럼 느끼고, 하나가 죽으면 따라 죽기도 하죠. 하지만 아가페는 나와 타자는 그냥 그대로 있어요. 나와 타자는 사이가 좋을 수도 있지만 원수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죠.

 

데리다와 레비나스도 손님들, 이방인들, 난민들을 환대하라고 말해요. 그런데 원수나 이방인들은 나를 죽일 수도 있는 존재예요. 그럼에도 그들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거예요. 그게 가능한 것일까요? 예수가 위대한 것은 그가 자기 원수까지 사랑했으며 그들을 위해 죽었다는 거예요.

 

우리가 난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나의 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에요. 영국이 어리석게도 블랙시트를 감행한 것도 그런 공포가 한몫했죠. 그들이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삶을 빼앗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과 공포가 그들을 배척하게 만들죠.

 

에로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랑해요. 그 사람을 나의 기쁨의 원천으로 여길 때 우리는 사랑하죠. 에로스로서. 아가페는 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예수 그리스도가 사랑했던 것처럼 사랑하는 거예요. 미워하는 것을 사랑하고, 원수를 위해 나를 내주는 것이에요. 우리는 그런 것을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있고요. 이웃을 사랑하라는 대명제는 사실 지켜진 적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더구나 이제 우리는 친구도 원수도 아닌, 아주 이상한 이웃인 AI를 마주하고 있어요.”

 

김효은은 숨을 길게 내뱉었다. 이제는 정말 기계와도 더불어 사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일까. 머리가 복잡했다.

 

정말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된 것 같아요. 사람 걱정에 이젠 AI까지. 대표님은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세요?”

제가 어떻게 미래를 알겠어요. 그냥 닥치면 사는 거죠. 하하.”

하하하. 그래도 생각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저는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독서와 논술을 가르쳤죠. 사실 제가 문제예요. 공교육이 중요한데 20년을 사교육 시장에서 돈을 벌었으니까요. 호호.” 

 

아이들과 생활하시면서 뭔가 터득하신 게 있을 것 같은데요?”

, 아이들의 순진무구함? 아이들은 정말 예뻐요. 누구 하나 예쁘지 않은 아이가 없어요. 저는 난독증, ADHD와 같은 아이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하고, 전문기관하고 연계도 했어요. 아이들이 이렇게 된 것은 부모들 책임이죠. 사회의 책임이기도 하고요. 환경호르몬의 영향이 크죠.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영향이겠죠. 하지만 그걸 탓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요.

 

더 괴로운 건 아이들의 꿈이 건물주 아니면 돈이 많아서 놀고 먹는 백수라는 거예요. 사회를 근복적으로 바꿔야 해요. 돈이 제일이라는 생각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우리 사회에서 돈 많은 사람을 눈에 띄지 않게 해야 해요. 돈은 적절히 쓰고 남으면 모두 사회로 환원하고 많은 사람들이 적당하게 벌고, 적절하게 쓰는 제도로 바꿔서 부자가 별로 보이지 않게 만들어야죠.

김효은은 잠깐 생각했다. 이분은 정말 진심이구나. 그런데 그 진심을 이 사회는 무어라고 바꿔 부를까.

 

대표님, 정말 맛있는 식사도 대접받고 좋은 말씀도 많이 들었어요.”

아니, 뭘요. 대접한 것도 없는데.”

예수가 왜 식탁을 열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알겠어요.”

그렇죠. 일단 잘 먹어야 소통도 잘 되죠.”

대표님, 또 뵈요.”

언제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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