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9
며칠 뒤 한성실 대표는 정치포럼에 참석했다.
M당 대변인 김표중과 H당 정책위장 설민주와 함께였다. 한성실 대표는 소수정당들 대표격으로 초대된 것이었다. 사실 한 대표 자리는 소수정당 대표격인 S당 몫이었는데 S당은 최근 M 당과 합당을 모색하고 있었고, 정책 등에서 M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김현수입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는 시점에서 각 정당의 정책을 구체적으로 짚어보며 향후 선거 판세를 짚어보는 <쟁점 오늘>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3당을 대표하는 세 분을 모시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세 분 안녕하십니까?”
세 사람이 함께 인사를 했다.
“네, 먼저 아직도 의료분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혜안이 없을까요? 먼저 H당 설의원께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지난 대통령 시절 급격한 의료개혁안으로 의료계와 국민들께 큰 불편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당에서 여러 차례 의료계 인사들을 만나 새로운 의료개혁 문제를 논의했으나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당에서는 이미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논의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의료계가 한발짝 물러서는 전향적인 의사를 보여주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의료사업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족한 의료 인력 충원이 가능하도록 할 것입니다. 아울러 지난 대통령 시절에 마련한 의대 정원 증원은 의료계와 협의하여 조정하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M당 김의원님 말씀하시죠.”
“우리 당에서는 지지난 정부에서 마련한 1년 500명 의대 정원 증원을 기본 골자로 하여 지방 의대에서부터 증원을 하되 서울 경기권은 4년 유예안을 최종안으로, 계속해서 의료계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병원을 찾거나 병이 걸리기 전에 먼저 예방하는 쪽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질병 진료나 처방에 앞서 예방에 필요한 예산을 더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행복당 한 대표께서는 어떤 생각이신지 말씀해주시죠.”
“저는 의료개혁 문제를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아주 현실적인 접근으로 현재 의사가 부족한 곳이 어디인지 살펴서 그곳부터 충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서울보다 지방 의료가 문제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의료사각지대에 더 많은 보건소를 설치하고 장비와 인력을 과감하게 보강해야 합니다. 동시에 지방대학 의대 정원은 신속히 증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국립대학에 의대를 신설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당의 기본 방침은 의료사업 전체에 대한 새로운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케이블 채널을 보면 보험 광고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암보험, 치과보험, 치매보험 등등 말입니다. 보험 광고가 많다는 것은 사람들이 병원에 많이 들락거린다는 증거입니다. 정말 아파서 가기도 하지만 건강이 염려되어 예방 차원에서 방문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국가의료보험 수준은 세계 최고를 자랑합니다. 격년제로 건강진단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으며 병원비도 의료보험 혜택으로 저렴합니다. 미국은 병원비가 비싸서 병원에 잘 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병원비가 상대적으로 싸서 그런지 병원에 가보면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의사들은 한 사람의 환자를 보는 시간이 짧게는 30초, 길어도 5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대부분 진료가 2, 3분 안에 끝나지요.
어느 환자가 이것저것 상담이라도 할라치면 바쁘니까 빨리 짧게 말하고 나가라고 쫓겨나기 일쑤입니다. 제가 아는 분이 당뇨인데 어느 병원을 7년 넘게 다녔는데 호전되지 않으니까 답답해서 이것저것 자꾸 물으니까 의사가 진료 시간이 길어지니 차라리 딴 병원으로 가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환자가 많은데 의사가 적다면 의사 수를 늘려야 하겠지요. 그러나 환자가 많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돌고 있는 병이 많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병균이 많은가요? 우리나라의 기반시설이나 사회구조나 문화 같은 것들이 국민들을 병들게 하고 있나요? 무엇이 문제인가요?
저는 우리나라는 의료체계가 잘 되어 있기에 그만큼 과잉진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년마다 건강진단을 하고 조금만 이상이 있으면 정밀 진단을 합니다. 2, 3차로 건강진단을 받습니다. 2차부터는 비용이 발생하고요. 병이 발견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2, 3차로 진단을 하니까 보이지 않는 병도 다 찾아냅니다. 그러니 그 병을 다 치료해야 하지요. 암은 조기진단이 중요하다며 위암, 대장암 등은 기본 건강진단 대상입니다. 병원이 없던 병도 만들어낸다고 할 정도로 몸을 다 뒤져 병을 찾아냅니다. 그러니 온 사회 구성원들이 나도 암이 아닐까, 큰 병 걸린 게 아닐까 하면서 병원을 찾아 온갖 검사를 다 합니다.
어느 젊은 부부는 아이가 검사에서 철분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면서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에게 철분 영양제를 먹이고 다음번 검사엔 아연이 부족하니 아연을, 다음엔 비타민 B, C, D 이런 식으로 각종 영양제를 먹였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영양제를 과도하게 먹는 것이 과연 건강에 도움이 될까요? 텔레비전에서는 연신 건강식품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온 국민들이 건강염려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의사는 당연히 더 필요하게 되고요. 하지만 의료계는 의사증원에 반대합니다. 그만큼 소득이 줄어들어서일까요? 아니면 의사들이 많아지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희소가치나 명예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센 사람들이 ‘사’자 들어가는 사람들 아닙니까?
지난 대통령 시절 의료분쟁은 정부와 의료계가 주체가 아니라 검사와 의사의 권력다툼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검사가 의사를 때려잡으려다 실패한 사건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의사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을 반겨 맞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반대합니다. 어느 회사에 노동자가 부족해 기존 노동자들이 심한 노동에 시달린다면 노동자들을 더 뽑아서 일을 나눠서 해야 하지 않을까요? 경영자 측에서야 반대할 수 있겠지만 노동계는 찬성할 일 아닙니까? 그런데도 의료계는 왜 반대하는 걸까요? 정말 기득권 세력이 자기들만 특권을 누리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 아닐까요? 사실 우리는 병원에 가서는 정말 죄인처럼 의사의 말에 복종합니다. 의사는 사회적 영향력도 막강합니다. 의사는 권력자입니다.
행복당은 좀 다른 생각을 합니다. 병에 걸리기 전에 우리 사회와 문화가 병에 걸리지 않도록 사회구성원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고통사고를 비롯해 각종 사고가 원인인 외과 쪽은 사실 예방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암이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은 음식문화와 생활습관의 변화를 통해 예방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 치료까지도 가능합니다. 현대인들은 공장에서 만든 음식을 많이 먹습니다. 이른바 정크푸드, 즉 쓰레기 음식을 섭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패스트푸드, 냉동식품, 콜라와 각종 음료, 빵, 햄버거, 피자, 치킨, 햄과 수시지, 초콜릿, 아이스크림, 사탕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그래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민 모두가 공장 가공식품 대신 자연식을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과일과 채소, 천연곡물을 섭취한다면 질병 발생 원인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인간의 혈액과 세포는 짧게는 3, 4개월마다, 길게는 3년 정도면 새것으로 바뀝니다. 좋은 음식 습관과 적당한 운동만으로도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암센타에서 약물치료 못지않게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도록 해 암을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물론 환경문제도 심각하죠. 황사나 대기오염, 지구온난화도 문제이긴 합니다. 그래서 청정에너지, 재생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현정부도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고요.
이제 우리도 국가의료시스템 자체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병원이 보험수가를 신청하려면 반드시 주사나 약물 처방 등 의료행위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서구의 병원들에서는 감기에 허브티를 처방합니다. 그래도 의료행위가 인정되니까요. 또 2년마다 건강진단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 결과를 잘 살펴야 합니다. 굳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건강진단을 받게 해서 의료비를 발생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개인은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고 의료보험공단은 막대한 금액을 병원에 지불해야 합니다. 건강 염려로 2, 3차 정밀 진단을 받으면 더 많은 큰 의료비가 지출됩니다. 결국 병원만 돈을 벌게 되는 셈이지요. 그리고 제약회사나 건강식품 회사도 덩달아 매출을 올리겠죠.
과연 아주 잘 마련된 국가의료시스템이 누구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개인도, 보험공단도 아닙니다. 병원과 제약회사 건강식품회사만 돈을 법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병원에 자주 들락거리지 않아도 국민 전체가 건강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으로 개선하는 것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합니다. 현대 서구식 의학은 너무나 분석적입니다. 외과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내과는 종합적으로 진료해야 합니다. 우리 몸속 장기는 다 연결되어 있고 그 기능도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통합의학, 대체의학 등으로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한 대표는 지금 잘 되어 있는 의료시스템을 부정하는 겁니까? 의료보험 체계는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탑수준입니다.” H당 의원이 말했다.
“네, 그렇긴 합니다. 그러나 그 혜택을 국민보다 병원이나 의사가 더 많이 누리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요즘 자동차보험에서는 차를 타는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상품이 계발되어 가입자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의료보험도 병원에 가는 만큼만 내든지 병원에 잘 가지 않는 사람은 비율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로 바뀌어야 합니다. 무조건 일정 금액을 내라는 건 가계에 부담이 됩니다. 더욱이 그것이 병원과 의사들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되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의료대란이 일어나서 대학종합병원들이 수백억씩 적자가 나고 있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어쩌면 지나치게 병원을 크게 짓고, 과도한 설비를 하고 환자들을 끌어모았다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아니, 아파서 병원을 찾는데 일부러 오라고 해서 오고 안 오고 합니까?”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많은 분들이 병원에 가지 않았고, 수술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굳이 병원에 가거나 수술을 받지 않아도 생명에 크게 지장이 없었습니다. 이번 의료대란 때 문제가 더 심각해졌던 것은 의사들이 자기네 권력을 유지하려고 파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자연재해 때는 괜찮았는데 인위적인 파업 때는 사망자가 훨씬 더 늘었습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병원에 가지 않아도 국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의료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의료제도를 그냥 두고 의대 정원만 늘리려고 하니까 문제가 커진 것입니다. 병원은 몸이 아플 때 '어쩔 수 없이' 가는 곳이지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법원이나 경찰서, 병원 등은 안 가는 게 답입니다. 그만큼 모든 면에서 건강하다는 것이고, 국민이 행복하다는 증거입니다.”
“근시안적인 개혁보다는 멀리 보고 의료시스템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좋습니다. 그럼 어느 정부에서도 잡지 못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번엔 M당부터 말씀해주실까요?” 사회자가 말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우리 M당은 수도권에 만 채 이상을 공급하고 주택 부족 지역에 과감한 공급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또한 주택자금대출을 제한함으로써 투기를 막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 결과는 매우 좋다고 자부합니다.”
“우리 H당은 수도권은 신축보다는 재계발을 우선하고, 주택공급부족지역에는 임대주택을 신축하고, 신혼부부나 청년들에게는 전세금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하였습니다.”
“행복당은 토지자연화법, 혼인금지법 등을 통해 부동산을 사유화하거나 상속을 못하게 법을 신설 및 개정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정말 황당한 말씀입니다. 내용도 그렇거니와 그것은 아직 국회에 입성조차 하지 못한 행복당이 집권했을 때나 가능한 법률 개정을 들먹이고 있습니다. 아주 요원한 일처럼 보이는데요.” H 당 설의원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우리 행복당은 부동산 문제는 이런저런 정책을 쓴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토지는 자연이므로 아무도 소유할 수 없고, 오직 국가에서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토지국유화가 웬말입니까? 가당키나 한 소리를 해야지 원.”
“토지공영제니 뭐니, 다 실패한 정책 아닙니까?” M당 의원도 거들었다.
“국민에게 1억원을 주겠다느니, 기본소득을 보장하겠다느니, 결혼하면 1억, 출산하면 또 1억, 뭐 이런 식의 표퓰리즘 공약은 더 이상 말아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시대에 사유재산을 제약하고 상속을 금지하다니요. 말이 됩니까?” H당 의원은 더 소리를 높였다.
“1가구 1집을 실현하시겠다고 했는데. 그건 또 어떻게 되는 겁니까?” 사회자가 물었다.
“집은 그냥 사람이 사는 집입니다. 재산획득 수단이 아닙니다. 큰집도 집이고, 작은집도 집일 뿐입니다.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분이 사망하게 되면 자녀가 3이면 3채의 집에 대해서는 그 자녀들이 살도록 할 것입니다. 나머지는 국가에서 관리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남은 집들은 주택이 필요한 분들에게 공급될 것입니다.”
“그게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시간이 매우 많이 걸릴 것 같은데요.” 사회자가 또 물었다.
“직장인이 평생 월급을 모아도 서울에 집 한 채 사기 어렵습니다. 행복당이 준비한 정책대로라면 그보다는 훨씬 짧게 걸릴 것입니다.”
“그런데 희년제는 무엇을 말합니까?” 사회자가 물었다.
“실현가능성이 제로인데 물어서 뭐합니까? 지금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들도 제대로 처리가 안 되고 있는 형편인데.” M 당 의원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게요. 보다 현실성 있는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부동산 문제는 대충 생각해서 될 문제가 아니에요.” H 당 의원이 다시 소리쳤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경제 정책에 대한 질문입니다. 최저임금제는 여전히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는데요. 새로운 방안이 나온 게 있나요? 이젠 행복당부터 말씀하시죠.”
“당장 실현가능한것부터 말씀드리자면 최저임금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이 1만원에서 1만5천원 사이라고 해봅시다. 각 기업이 그 사이에 적정한 선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입니다. 노동자와 협의할 수도 있고요. 저는 8천원에서 1만원 사이 직종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60세 이상 노인이 봉투를 접는 일을 시간제 근무로 한다고 칩시다. 기술이나 경력도 필요 없기에 저임금으로도 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대신 노동적령기 노동자에게는 일당제 임금이 지불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당에서는 이를 1일 1데나리온 정책으로 부르는데, 노동자 하루 임금을 15만원으로 책정한다면 그가 몇 시간을 일하든 15만원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하루 임금 책정 기준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소비에 필요한 평균치 최저금액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정도는 있어야 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금액인 것이죠.”
“아, 성경에 나오는 포도원 품꾼 이야기처럼 말이죠?” 사회자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포도원 주인은 아침 일찍 온 사람이나 저녁 늦게 온 사람이나 모두 똑같은 임금을 지불합니다. 그 사람들에게 집으로 가져가야 할 최소한의 금액이 1데나리온이었으니까요.”
“그럼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M 당 의원이 말했다.
“일종의 기본소득을 보장하자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에요.” H 당 의원 맞장구를 쳤다,
“문자대로 해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일의 경중이나 노동의 강도나 시간 등에 따라서 임금이 결정될 수밖에 없겠지만 인간에게 꼭 필요한 하루치의 소득은 보장해주자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최저임금을 시간당 하는 게 아니라 일당으로 계산하는군요.” 사회자가 말했다.
“그게 될 법한 말입니까? 몇 시간 일 안 해도 일당을 받을 수 있다면 노동자들이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게 될 게 뻔합니다. 또 경영자의 부담이 너무 큽니다. 그러다간 자영업자 다 망해요.” H 당 의원이 소리쳤다.
“행복당에서는 1가구 1주택, 1인 1직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인 1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이 예전에는 유행했는데 이젠 사라졌지만 태어나기 전부터 죽는 날까지 개인의 삶의 기록을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하려고 합니다. 그가 몇 시간 일하고 얼마를 버는지 다 알 수 있습니다. 그가 1데나리온 이하를 번다면 기업에는 아무런 부담이 가지 않고, 국가가 나머지를 채워주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
“국민 개개인의 삶이 다 공개되다니 그거 사생활 침해 아닙니까?” H 당 의원이 말했다.
“국가가 개인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다니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겁니다.” M 당의원도 이의를 제기했다.
“우선 어떤 것인지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사회자가 말했다.
“1인 1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걸 국가가 관리하는 것은 AI 시대에 보안을 위해서도 더 좋은 일입니다. 국민 1인당 1AI 비서를 두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전하고 거의 완벽하게 개인의 삶을 데이터화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빠르면 수년 내에 우리의 삶은 그렇게 바뀔 것입니다. 현재는 세무 신고 하나만 하려 해도 지나치게 복잡합니다. 1인 1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자동으로 세금이 부여되고, 환급할 게 있으면 돌려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개개인의 소득이나 의료기록, 학적부, 출생 기록 등 모든 것이 기록되고 이를 통해 개인이 자신의 삶을 매우 간단하게 정리하고 계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사회자가 물었다.
“부부가 자녀를 낳으면 데이터베이스에 이름과 출생기록이 잡힙니다. 처음엔 부모가 데이터를 생성하고 기록하죠. 병원에서 낳았으면 병원기록과 연동됩니다. 곧바로 주민센터와 구청 등 정부기관과도 연동되고요. 그렇게 한 개인에 대한 기록이 생성됩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직장까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됩니다. 그분의 소득도 기록됩니다. 실업자가 되면 일일 15만원 기준 실업수당을 받게 됩니다. 일용직일 경우 그분이 3시간 아르바이트로 3만원을 벌었는데 더 이상 벌지 못했다면 정부에서 12만 원을 소비용 카드에 채워주는 것입니다.”
“아니, 그럼 누가 일을 하려고 합니까?” H 당 의원이 물었다.
“자, 보세요. 주5일 근무에 하루 15만원이면 20일 근무에 300만원입니다. 2028년에 300만원은 크지 않습니다. 15만원 너무 많다면 1일 10만원으로 하죠. 그럼 200만원입니다. 한 사람이 사는 데 충분한가요? 뿐만 아니라 소비용 카드여서 반드시 소비해야 합니다. 1달이 지나면 충전 금액은 소멸합니다.”
“가뜩이나 적게 버는 데 그걸 다 써야 합니까? 저축도 못할 것 아닙니까?” M 당 의원이 물었다.
“쓸 돈이 모자라죠. 200-300만원으로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관리비 등을 결재하고, 식품비, 의료비, 문화생활비, 교육비 어떻게 다 결재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한 개인이 200-300만원 정도를 보장받고, 그것으로 생활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도울 뿐입니다. 겨우 극단적인 곤궁을 면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 돈으로 어느 정도 소비를 할 수 있기에 크게 보면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너무 저소득층 정책 아닙니까? 분배에만 초점을 맞춘 거죠. 경제는 성장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H 의원이 소리쳤다.
“최저층에서부터 경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소득 높은 사람들을 잘 살게 해서 낙수효과 따위를 기대하는 것은 가당치 않습니다. 행복당은 후원금의 대부분을 청년 창업에 지원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행복당은 일자리를 직접 만들 생각입니다. 행복당과 같은 취지를 공유하는 행복투자단도 시작되었습니다. 투자단은 행복당과 완전분리된 조직으로 현재 운영되고 있습니다. 행복당은 주식 투자보다는 직접 투자를 통해 기업과 투자자들이 함께 성장하는 정책을 펼칠 것입니다.”
“창업이나 일자리를 직접 만들겠다?” M당 의원이 말했다.
“우리 당에서 창업을 돕는 것은 이미 알려진 것입니다. 다만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것은 기업에서 할 일이죠. 우리는 소규모 창업이나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을 더 적극적으로 돕는 일을 할 것입니다. 창업 아이템을 개발하고, 개인에게 맞는 일자리를 주선하고, 기업에도 취준생들의 정보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당이 하려는 일은 거의 정부에서나 할 일 같습니다.” H당 의원이 비꼬듯 말했다.
“네, 정당의 목적은 권력을 잡아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으니까요. 아직 우리 당이 정권을 잡은 게 아니지만 마치 집권당처럼 일하고자 합니다. 현재 상태에서도 미래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세대, 미래세대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드리는 말씀인데 3년 전 국민연금개편안이 마련되었었는데요. 청년세대는 돈만 내고 기성세대만 혜택을 보는 제도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대표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사회자가 물었다.
“국민연금이 조만간 고갈될 것이라고 하면서 그 제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청년세대에게 연금을 내라고 하는 건 정말 어불성설입니다. 그래서 1인 1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합니다. 그분이 소득이 얼마이고, 그 소득 내에서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면밀하게 계산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분이 예를 들어 65세에 정년을 맞게 되고, 70세부터 연금을 수령한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금액이 적당한지 그러기 위해서 얼마를 납부해야 하는지 다 계산해서 국민연금액을 납부하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그분이 현재 30세인데 연금을 받을 나이에 연금이 고갈되어 받을 수도 없는데 30년간 연금을 내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됩니다. 그래서 연금이 고갈되기 전에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분들만 연금을 내도록 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지금보다 납부액이 더 올라갈 수도 있겠죠.
그리고 연금 혜택을 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는 정부가 국민연금2를 신설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컨대 30세 미만(연령 조정은 유연하게 할 수 있습니다.) 노동 가능하고, 소득이 있는 분들에 한해서 기존의 국민연금과 다른 연금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국민연금2에는 민간보험사나 은행, 투자사 등 금융권 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한두 기업을 사업자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금융사업자를 다 참여케 하는 것입니다. 그럼 정부와 민간이 반반씩 지분을 갖고 그분의 연금을 관리하고 연금을 수령할 시기에 지급하면 됩니다. 사업자들이 연금을 잘 관리했으면 높은 금액의 연금을 수령할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연금 수령액이 낮겠지요. 현재와 같은 곧 고갈될 국민연금이라면 차라리 국민연금제도를 폐지해야 합니다. 개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저축이나 사적 연금을 준비하게 해야 합니다.”
“국민연금2라 신선한데요.” 사회자가 말했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지금 있는 것도 고갈되는 판국에.” M당 의원이 말했다.
“국민연금2도 고갈될 수 있다면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아예 고갈될 것을 예상해 연금 수령에 한계를 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생은 50년짜리 납부하고 30년 수령 연금, 2010년대 생은 60년 납부하고 40년 수령,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2050년이 되면 인류는 죽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연금이 아무리 많이 쌓여 있어도 금방 고갈될 것입니다. 사실 인간의 수명이 이렇게 길어진다면 그 어떤 연금제로도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행복당은 다른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게 뭐죠?” 사회자가 물었다.
“전혀 새로운 연금방식이 필요합니다. 1인 1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해 그분의 연금을 설계해야 합니다. 소득이 1년에 5천만원이라고 하면 예를 소득의 10%를 매달 납부하고, 10년이 되면 월급형식으로 돌려받은 것입니다. 돌려받은 연금을 쓰지 않고 고스란히 다시 납부하고, 10년 뒤에 다시 돌려받습니다. 그리고 그 연금을 다시 납부하는 방식을 취하는 방식입니다. 10년 단위로 끊어서 지불하고 납부하는 것이죠. 연금이 고갈되기 전에 미리 받을 수 있으니 좋지 않습니까?”
“이거 뭐, 조삼모사 아닙니까?” H당 의원이 말했다.
“그게 연금이에요? 적금이지?” M당 의원도 소리쳤다.
“국민연금에 낸 금액을 10년 단위로 돌려받을 경우 그것을 연금에 재투자 하든지,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소비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분은 10년 단위로 연금을 계속 받는 연금 수령자가 됩니다. 최소한 연금을 다 납부하고도, 연금이 고갈되어서 한 푼도 못 받는 일을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자신이 받아야 할 것을 다 받았으니까요.”
“그러면 오히려 연금이 조기에 고갈될 수도 있겠는데요.” 사회자가 물었다.
“그건 시행해봐야 알 것입니다. 하지만 고갈되지 않고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돈은 돌아야 돈입니다. 경제는 순환이 가장 중요합니다. 돌지 않으면 경제는 멈추니까요. 지금 연금제도의 문제는 보험료를 낼 사람도 연금을 줘야 할 공단도 다 돈이 없으니까 문제입니다. 연금을 미리 줘야 그 돈으로 다시 보험료를 내고, 공단이 보험료를 받아야 다시 연금을 지불할 수 있습니다. 그럼 연금이 고갈되지 않고, 계속될 것입니다.”
“어쩌면 묘한 수가 될 수도 있겠는데요.” 사회자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정말 궤변이구먼.” M당의원이 말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토론이 어딨어요?” H당 의원이 핏대를 세웠다.
“그 방법 말고는 생명 연장의 시대에 연금은 어차피 고갈될 것입니다. 아니면 자유민주주의 시대니까 국가는 아예 빠지고 모든 것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겨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H당 의원이 물었다.
“그러니까 토지를 자연화하고, 결혼을 금지해야 합니다.”
“무슨 소리예요?” M당 의원이 소리쳤다.
“그딴 소리할 거면 토론 그만합시다.” H당 의원이 받았다.
“아직 많은 분들이 결혼금지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 계시지 못하니 대표님께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사회자가 말했다.
“우선 땅, 그러니까 토지는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자연이며 그 관리 책임을 개인이 아닌 국가가 맡아야 합니다. 영토, 영해, 영공 다 국가가 관리해야 합니다. 토지가 자연화 되면 개인이 소유하지 못하고 국가가 관리하게 되어 토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토지사용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국가는 이를 재원으로 여러 가지 관련 사업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이미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요?” M당 의원이 나섰다.
“그래서 토지 희년제를 실시하는 겁니다.”
“도대체 그게 뭔데요?” H당 의원이 물었다.
“50년이 되면 원주인에서 돌려주는 것이죠. 땅은 자연이니까 돌려줄 데가 없으니 희년 후부터는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죠.”
“희년이라 하면?” 사회자가 물었다.
“네, 성경에 나오는 제도죠. 7년마다 땅에도 안식년을 맞아 농사를 쉬게 합니다. 그것을 7번 하면 49년이고, 50년째 되는 해야 땅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것이죠.”
“아하, 그럼 내가 소유한 토지를 50년 뒤엔 국가에 반환한다?” M당 의원이 말했다.
“네, 현재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취득한 해로부터 50년째 되는 해에는 국가에 반환하는 것입니다.”
“아니, 어째서 내가 돈 주고 산 것인데 반환한단 말입니까? 사유재산 침해 아닙니까?” H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1인 1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합니다. 어떤 분이 50년 전에 토지를 매입했는데 거기에 공장을 세워 돈을 많이 벌었다고 칩시다. 그럼 그분은 소위 본전을 뽑았으니까 토지를 원주인에 돌려줘도 크게 손해보지는 않겠죠. 만약 그분이 그 토지에 농사를 짓고 생활했는데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였다고 칩시다. 국가는 그분에게서 토지를 반환받고, 다시 그 땅을 그분에게 임대합니다. 그리고 농업기술과 각종 도움을 줘서 그 땅에서 소득이 많이 생산되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소득이 증가하면 그분은 국가에 토지임대료를 지불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어렵다면 그분은 아까 앞에서 말한 최저임금을 국가로부터 받게 될 것입니다. 그분이 농사가 싫어서 다른 직업을 찾는다면 그 토지는 국가에서 관리하면서 다른 임차인을 찾겠죠.”
“도무지 무슨 소린지 원.” H당 의원이 투덜거렸다.
“자, 어떤 분이 집을 한 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자녀들을 키우고 살았습니다. 그분이 나이가 들었습니다. 행복당은 기본적으로 살아계신 분들을 국민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분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자신의 재산을 누릴 수 있습니다. 사람은 모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니까요. 결혼금지법에 따라 그분은 가족 중 누군가에게 집을 증여하려고 합니다. 혼인금지법은 1가구 1주택 원칙이므로 가족 중 1가구에게 그 집을 증여해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습니다. 집은 사람이 사는 장소이지 재산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아내든, 남편이든, 자식이든 누군가 그 집에서 살면 됩니다. 양도소득세 따위를 내지 않아도 되고요. 재산이라곤 집 한 채뿐인데 이것을 자식들에게 상속하지 못 할까 봐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자, 그런데 자식들이 다 장성해서 집을 한 채씩 가지고 있다고 칩시다. 자식 중 한 사람이 자기 집을 팔고 이 집에 들어와 살면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그런데 해당자가 부모집에 들어와 살기 싫어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그분은 자기 집을 가족이 아닌 다른 분에게 증여할 수 있고, 그 집을 팔 수도 있고, 국가에 반환할 수도 있습니다.”
“죽기 전에 집을 팔면 그 사람은 어디서 살게요.”
“아뇨, 그 집에서 살아야죠. 팔면 다른 집에서 살아야 하고요. 우리 당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살아 계실 때 자신의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분이 돌아가시면 자녀 분이 승계할 수 있고요.”
“승계요? 그게 상속이랑 뭐가 달라요.”
“혼인금지법은 결혼을 금지하는 법이 아닙니다. 또한 상속이란 없다는 말은 어떤 분이 살아 계시는 동안 자신의 재산을 자기 뜻에 따라 사용하고 남은 재산을 증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집이나 자동차, 기타 잉여재산 중 일부는 가족들이 승계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집이 한 채뿐이면 증여든 뭐든 세금을 안 물린다는 말이죠?” H당 의원이 물었다.
“그럼 집이 비싸거나 싸거나 아무런 상관도 없단 말입니까?” M당 의원도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집은 그냥 집이니까요. 비싼 집, 싼 집, 큰 집, 작은 집, 상관없이 그냥 집일 뿐입니다. 문제는 재산 증식 목적으로 집을 여러 채 가지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상속뿐만 아니라 현재 소유도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2채 이상부터는 매우 높은 세금을 내야 할 테니까요.”
“대표님, 좀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사회자가 물었다.
“자, 누군가 아주 크고 비싼 집을 소유하고 있다고 칩시다. 집이 크니까 3대가 같이 산다고 칩시다. 그럼 누가 죽든 누가 살든 상관없이 사는 사람이 그냥 살면 됩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사업에 실패해서 더 이상 큰 집을 소유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 그분은 그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얻어서 이사를 하면 됩니다. 그 뒤부터는 앞서 설명 드린 바와 같습니다. 반대로 어느 분이 아주 작은 집에서 가족들과 비좁게 살았는데 죽게 되었습니다. 큰아들이 그 집에 살려고 했지만 집이 너무 작습니다. 큰아들은 부모가 살던 작은 집을 팔고 돈을 좀 보태 보다 큰 집을 샀습니다. 거기에도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1가구 1주택이니까요.
그런데 어떤 분이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었고, 임대료로 먹고 살았습니다. 그가 죽기 전 집을 처분하려고 합니다. 1채는 큰아들에게 1채는 작은아들, 1채는 딸에게 증여했다고 칩시다. 증여받은 가족들은 자기 집이 없을 경우 증여받은 집에서 살면 되고, 집이 있으면 자기 집을 팔고 그 집으로 옮겨 살면 됩니다. 혼인금지법에서는 자녀 수대로 증여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분이 집이 더 있다고 하면 그때부터는 집을 팔면 소득세를 내야 하고 증여하면 증여받은 사람이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상속을 금지한다더니 그대로구먼.” H당 의원이 빈정거렸다.
“그래서 별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혼인금지법을 비롯해 행복당이 추진하는 정책은 개인의 재산을 침해하거나 빼앗는 법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부자들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들이 부자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재 부자가 부자인 이유는 첫째 큰 재산을 상속받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주 운이 좋았다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로 자수성가가 있겠지요. 그러나 자수성가는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수성가 역시 운이 좋은 결과에 속할 테고요. 아무튼 현재 부자가 아닌 사람이 앞으로 부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꿈일 뿐입니다. 이제는 모두 다 잘 살고 행복한 세상을 꿈꾸어야 합니다. 부자가 된다는 식의 개인적인 행복에 대한 꿈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살고 행복한 사회라는 공동의 꿈을 꾸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부는 적게는 5%, 많게는 15%의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혼인금지법이 실행되면 15%에 집중된 부가 조금씩 흩어져 사회 전체로 흘러나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부에 동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자, 보십시오. 1가구 1정책을 시행하면 더 이상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남는 집을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1조대 재산가가 자녀에게 증여하면 그 자녀는 2천억 정도만 소유하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8천억이 사회 재산이 되고 그 혜택을 구성원들이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몇 대가 흐르면 많은 부는 사회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거나 사용하는 공익재산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결혼금지법의 골자이며 행복당이 추구하는 큰그림입니다.”
“거, 참 들을수록 알 수 없구먼. 정말 황당해서 이건 원.” M당 의원이 말했다.
“갈수록 태산이네요. 거의 미친 수준이에요. 이 정도면 자기 망상 아닙니까?” H당 의원도 발끈했다.
“자자, 진정들 하시고요. 마지막으로 여쭤볼게요, 대표님. 이게 정말 가능합니까? 그리고 손익계산이 맞나요?” 사회자가 물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국가의 부의 대부분을 15% 내외 소소의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조금씩 천천히 나누자는 것입니다. 그게 불가능한 일일까요? 없는 부를 만들어내자는 게 아닙니다. 있는 부를 나누자는 것입니다. 손익계산을 해볼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문제는 가난한 사람은 돈이 지금 바로 필요한데 혼인금지법이 시행된다 한들 부는 천천히 분배될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천천히 되든 빨리 되든 그것은 시행해봐야 알 수 있고, 일단 그런 법을 시행해봐야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된다 안 된다 지금 아무리 떠들어봐야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 그럼 부동산 임대법 같은 건 어떻게 고칠 생각입니까?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행복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임대업 같은 건 아예 없어지겠군요.” M당 의원이 물었다.
“어차피 직업이란 새로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하는 것 아닙니까? 만약 누군가 토지나 건물이나 집이 여럿 있어서 그걸 임대하고 이익을 취하고 살았다고 칩시다. 토지는 자연화 될 것입니다. 집은 여러 채 있으면 가족 수에 따라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당은 건물 역시 개인 1채를 기준으로 할 것입니다. 가족 수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건물은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니까요. 그분은 건물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팔아서 다른 곳에 투자해야 합니다. 증여하면 증여받는 분이 세금을 80% 내야 하고요.”
“건물을 팔아서 어디에 투자합니까? 주식요?” H당 의원이 물었다.
“개인이 알아서 하겠죠. 다만 행복당 당원이라면 직접 투자를 권할 것입니다. 회사나 기타 사업에 직접 투자해서 그 기업과 같이 성장하고, 사업이 완성되도록 직접 돕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투자에 따른 이익을 배분받는 것입니다.”
“그럼 이익을 돌려받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게 아닙니까?”
“그렇겠죠. 그러나 그 투자금은 그분에게는 잉여재산입니다.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려서 이익을 분배받아도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한 대표 말씀 듣다보면 한 사람이 벌 수 있는 것보다 초과해서 버는 것을 죄악시하는 것 같습니다. 잉여재산을 얻지 못하도록 법을 고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M당 의원이 말했다.
“행복당은 행복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개인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는 부가 잘 분배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개인의 잉여재산은 사회의 모자란 부분에 재분배되고 재투자되어야 합니다.”
“완전히 공산주의라니까.” H당 의원이 소리쳤다.
“행복당은 어떤 개인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막을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그가 번 돈의 많은 부분은 사회적 작용에 의해 벌어들인 것이므로 일정 부분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것뿐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백신회사나 마스크 제조사가 돈을 벌었습니다. 사회적 여건에 따라 부가 생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돈을 번 사람은 일정 부분 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 또한 개인이 다 쓰고 남는 것은 잉여재산이므로 재분배하더라도 해당 개인에게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돈을 자기 집 창고에 쌓아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돈을 쌓아놓기는요. 금융에 투자해 이윤을 남기거나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려고 대기 중인 돈일 수도 있잖습니까?" H당 의원이 말했다.
“좋습니다. 그것도 살아 있는 동안에 마음껏 하시라는 겁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이나 나누고 싶은 분들에게 증여하시고요. 그러고도 남는 게 있으면 모두 사회로 환원 되어야 합니다.”
“내가 번 돈을 내 가족에게 주겠다는데 뭐가 문제라는 건지, 원.” H당 의원이 궁시렁댔다.
“자꾸 이야기도 돌고 도네요. 개인이 많이 벌어서 가족이든 누구든 줘도 됩니다. 다만 받는 분 쪽에서는 자기가 번 돈이 아니니까 세금을 80% 물리는 겁니다.”
“상속세 40-50%도 많은데 증여세 80%라니.” M당 의원이 눈쌀이 찌푸리며 말했다.
“부모 잘 만나는 것도 복입니다. 부모 잘 만나서 잘 사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거예요?” H당 의원도 받아쳤다.
“그것이 사회 통합을 가로막고, 우리 사회가 모두 행복하게 되는 데 장애라면 법을 새로 제정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잘 먹고 잘살게 되는 건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욕망이에요.” H당 의원이 소리쳤다.
“그럼 이렇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생각도 변해야 합니다. 이 시대는 개인이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버리고 다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누가 그래요, 도대체?” H 당 의원이 말했다.
“저는 예전부터 왜 가난한 사람이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에 호응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들 마음속에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되지 않은, 심지어 되지도 않을, 부자가 되리라는 미래의 욕망 때문에 현재 부자에게 유리한 법안도 수용하는 것이죠. 참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이것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할 욕망을 지키기 위해 현실 자체를 부정하는 꼴입니다.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 못지않게 개인이 부자가 되려고 애쓰는 것이 몇 배 더 불가능하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보다는 함께 행복하게 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더 현실적입니다.”
패널들 모두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30초 이상 흐르자 사회자가 말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참석해주신 3분 모두 감사합니다. 오늘 왠지 행복당 정책 위주로 토론이 진행된 것 같습니다만 워낙 새롭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정책들을 가져오셔서 포커스가 행복당이 맞춰진 것 같습니다. 혹시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주최측의 의도는 전혀 아니었고, 토론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이 쏠렸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봐요, 한대표."
방송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M당 의원이 그녀를 불렀다.
"한대표 왜 그렇게 강하게 나오는 겁니까? 지금 우리 현실에 상속도 못하게 하고, 토지도 국유화하자면 그게 먹힐 거라고 봐요?"
"그래야, 빈부격차, 계층갈등, 이념갈등, 성별갈등 모두 다 해결될 것입니다. 그래야 국민 모두 행복한 나라가 될 거니까요."
"뭐, 뜻은 잘 알겠는데 너무 원론적인 해결책 아닌가. 그걸 누가 몰라요. 그렇게 하면 한 번에 다 바뀌겠죠. 근데 그건 혁명을 하자는 거예요. 누가 그걸 좋아하겠냐는 겁니다."
"기득권을 가진 분들은 싫어하겠죠."
"그러니까 말입니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예요. 현실적으로 봐가면서 해야지. 생각이 좋은 분 같아서 하는 말인데 좀 살살합시다. 그렇게 세게 몰아부치면 역풍 불어서 정치 시작도 못하고 넘어집니다."
"그럼 저도 정치적으로 한 말씀 드리죠."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정치적으로 풀어야지."
"의원님, 내란이 종식되었다고 보시나요?"
"뭐, 많이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남은 건 차차 정리하면 되고요."
"저는 곧 다시 반란이 시작될 거라고 봅니다. 2년 뒤면 다시 대선이니까요."
"뭐, 반격이 거세겠죠. 하지만 워낙 치명타를 맞아서 쉽진 않을 거예요. 국민들 성향도 많이 바뀌었고요. 하지만 이번 총선도 우리가 승리할 겁니다. 당분간은 이렇게 갈 겁니다."
"M당은 승리하겠죠. 그러나 국민은요?"
"네?"
"M당의 승리가 곧 국민의 승리는 아니지않습니까?"
"우리 당은 지난 내란 때부터 지금까지 국민과 함께 해왔어요."
"하지만 국민들이 그때보다 정말 더 행복해졌을까요?"
"어느 정도는요. 많이 좋아졌다고 보는데요."
"절대 행복에 다가가고 있을까요?"
"절대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옛날보다 좀 나아졌으면 나아진 거지."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우리 행복당은 행복의 절대치를 추구합니다."
"그게 도대체 뭡니까?"
"누군가 너무 많은 부를 갖고 있거나 누군가, 아주 적은 소수만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 그건 많은 다수에게 행복하지 않다는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부자에게 상속 못하게 하고, 토지도 몰수하고 그럴 순 없지 않습니까?"
"정치적으로 현재는 예전보다 더 나아보이겠죠. 하지만 곧 반란 세력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들은 내란 사태때 거의 모습을 감추었죠. 내란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곧 다시 돌아올 겁니다."
"아니, 누가요. 걔들 이제 끝났어요."
"그들은 권력을 잃었죠. 하지만 곧 그 권력을 되찾으려고 대대적인 반격을 시도할 것입니다."
"그게 가능해요. 지금 이 상황에."
"네, 곧 시작될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잠시 권력을 잃었을 뿐 권력을 되찾을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무슨 힘요?"
"그들에겐 돈이 있습니다."
"네?"
"그들에겐 수십 년간 축적해온 막대한 잉여재산이 있습니다."
"그게 무서워서 이러는 겁니까?"
"무서운 게 아니라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겁니다. 친일했던 사람, 군부독재에 찬동한 사람, 이런 과정 속에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과거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역사와 정치 분야는 어느 정도 정리되어 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갈길이 멀지만요. 그러나 경제적 정의에는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들은 역사나 정치적 심판보다 경제적 심판을 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요. 의원님도 그렇지 않습니까? 돈 없는 소수당에서 정치하시겠어요? 경제 정의가 바로 서지 않는 한 국민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리라고 믿을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돈이 있는 한 그들은 다시 돌아온다?"
M당 김표중 의원은 한성실 대표를 한참 바라보더니 다시 말했다.
"그거 아직 뺏지도 못 단 초보한테 한 수 배웁니다. 한대표, 또 봅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