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14
두 사람은 대화를 잠시 쉬고 차려진 음식을 음미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멋진 식당에서 먹으니까 기분이 좀 살아나는 것 같아요.” 한성실이 말했다.
“요즘 선거철이라 제대로 식사를 못하시나봐요.”
“선거도 선거지만 사실 젊었을 때는 이런 데 오는 걸 상상도 못했어요. 대학 뒷골목 분식집에서 대충 떼웠으니까요. 결혼해서도 늘 쫓기듯 살아서…… 삶이 좋아졌죠.”
“아, 참 오늘은 제가 낼게요. 법인카드 쓰시면 큰일나요.”
“하하하. 저 법인카드 없어요. 정치하고부터는 현금 써요. 하하하.”
“와우. 그것도 한 방법이네요. 근데 그럼 전부 대표님 사비로 쓰시나요.”
“대개는요. 밥 먹는 거나 대부분. 공적인 것은 사무처에서 법인카드로 결재해요. 저는 돈 쓸일도 별로 없어요.”
“아무튼 오늘은 제가 계산할 거예요. 아셨죠?”
“그래요, 그럼. 잘 먹을게요.”
두 사람은 웃으면서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디저트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한성실이 물었다.
“앵커님, 예수가 하나님 나라와 돈 이야기를 왜 같이 했을까요?”
“음, 글쎄요. 왜죠?”
“하나님 나라가 오려면 세상의 권력이 물러나야 하니까요.”
“그럼 돈이 세상의 권력이다?”
“우리 마음의 권력자이기도 해요.”
“근데 요즘은 자본주의라 돈이 최고라지만 그때도 그랬을까요?”
“물론이죠. 돈과 권력은 샴쌍둥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토록 돈, 돈, 하는군요.”
“사람들의 가장 좋지 않은 욕망은 다른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부리고 싶은 욕망이에요.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으로 권력을 사고, 그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하죠. 돈 자체가 강력한 권력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신앙인들의 마음속에 하나님 나라가 오려면 돈이 물러나야 하고, 그것은 이 세계도 마찬가지다?”
“네. 부자가 없어야 평등한 세상이 와요. 부자가 없어지려면 상속은 아예 없어야 하고요.”
“그래서 부를 사회공동재산으로 만들고, 그것을 나눠 쓰면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 이런 말씀이군요.”
“그게 곧 행복은 아니지만 행복으로 가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돈에 대해 무관심할 수는 없으니까 돈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나눠서 어느 한곳으로 몰리는 걸 막아보자?”
“그런 셈이죠.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가 자연을 나눠 쓰듯이 재화 역시 나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는 거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되는 것처럼요?”
“네, 아주 좋은 비유네요. 천국도 어디에 있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확장되어 가는, 계속 넓어지는 공간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속좁은 마음이 점점 더 넓어져서 이웃을 포용할 수 있고, 원수까지도 품을 수 있는 마음으로 변하는 것처럼 말이죠?”
“네, 앵커님. 앵커님하고 이야기를 하면 제 생각도 더 확장되는 느낌이에요.”
“제가 그렇다니까요. 저도 약간, 뭔가 생각이 있긴 한데 그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걸 밖으로 끄집어내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는데 대표님이 말씀하시면 그게 바로 내 속에 있던 생각의 씨앗이었구나, 이제 그 씨앗이 움트고, 꽃이 피어날 때가 온 것인가? 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우리 정말 친구가 됐네요. 이렇게 잘 통하니까.”
“맞아요. 근데 왜 사람들은 이런 생각에 동의를 못할까? 아예 이해들을 못하더라니까요.”
“이제 시작이니까요. 사람의 생각이 어디 그리 쉽게 변하나요.”
두 사람은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김효은은 정말 좋은 친구이자 언니같은 사람을 만났다고 느꼈고, 한성실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맞장구를 치는 좋은 동지를 얻은 것 같았다.
며칠 뒤 한성실은 종교, 사회,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사회문화 포럼에 참가했다.
“가뜩이나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때 결혼금지법이 발효되면 결혼하지 않으려는 추세가 더 강해지지 않을까요?” 전통문화연구소 최이석 소장이 물었다.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추세가 더 강하게 나타나기보다는 진짜 사랑으로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죠. 결혼이 집안 대 집안의 결합이라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결혼해야 한다거나, 아예 조건을 맞춰 정략결혼을 한다거나 이런 식의 결혼이 많았겠지만 결혼을 해도 법적 경제적 효력이 없다면 그냥 서로 좋아서 같이 살고 싶어서 결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자유롭고, 사랑과 행복이 가능해 보이는 결혼이 펼쳐지지 않을까요?
현재는 결혼과 상속이 이어지고 부모 잘 만나야 인생이 피는 방식으로 사회가 움직이고 있기에 빈손으로 결혼해서 집 한 채 장만 못하고 살 바에야 아예 결혼 하지 않고, 자식도 낳지 않겠다는 풍조가 생겨난 것입니다.
혼인금지법이 발효되면 그저 서로 사랑 하나로 충분합니다. 서로 각자 벌어서 자기 삶을 이어갑니다. 다만 서로 사랑하니까 같이 사는 것이고, 아이를 낳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 행복을 공유하죠.
이전부터 결혼은 두 사람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혼식을 하고 구청에 신고하고 함께 살면 되는 것이었죠. 오히려 복잡한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하는 건 이혼할 때였습니다. 결혼은 쉬운데 이혼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혼인금지법은 이혼마저도 두 사람의 의사에 따를 뿐 다른 법적 문제가 없습니다. 재산분할은 결혼 전에 서로 계약하거나 결혼생활 중에 먼저 조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굳이 분쟁이 일어날 일도 별로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또 불가피할 경우 헤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앞으로는 별로 크게 문제가 일어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말씀하셨다시피 가뜩이나 이혼율도 높은데 너무 쉽게 가정이 깨지지 않을까요? 가정 윤리가 정말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을까요?” 가정문화연구소 길창진 대표가 물었다.
“우선 혼인금지법이 발효되면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을 것입니다. 굳이 결혼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심지어 법이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 더 그렇겠지요. 일단 소수가 결혼을 한다고 칩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결혼을 감행한 사람이라면 쉽게 이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예 결혼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지금까지 결혼은 겉으로는 두 사람이 사랑해서 결혼한다고 말은 하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많은 조건이 따라붙었습니까. 외모, 학벌, 경제력, 집안 배경, 결혼했을 때 생기는 경제적 법적 사회적 시너지 효과 등등.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정략결혼도 있습니다. 두 집안이 서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결합하는 것이죠. 하지만 혼인금지법은 많은 조건들이 사라집니다. 자녀들 양육도 국가에서 많은 부분 책임집니다. 최소한 경제적 이유로 이혼하는 경우는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죽도록 사랑한다고 결혼한 부부들도 이혼합니다."
"네, 낭만적 사랑이 모든 걸 다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혼인금지법 이후 결혼하는 부부들은 상대적으로 이혼할 가능성이 훨씬 더 낮을 것입니다."
"이혼 사유가 어디 그런 것뿐입니까?"
"배우자의 외도 말씀입니까? 그것은 사회나 국가가 해결해줄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이 잘 해결해야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그 문제는 혼인금지법과는 무관합니다."
"바로 그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예전에는 불륜이나 이혼 등에 법적 제재가 많아서 다들 꺼려했는데 지금은 너무 자유롭지 않느냐 하는 말입니다."
"법이 강력하다고 죄를 짓지 않나요? 인간은 신이 명령해도 그걸 어기고 죄를 짓습니다. 하물며 법을 좀 바꾸었다고 해서 죄를 안 짓거나 더 짓거나 할까요? 법은 죄나 기타 비윤리적 행위를 막을 수 없고, 그걸 막는 게 법의 취지도 아닙니다. 단지 그런 비위를 저지르면 벌을 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인간이 좋지 못한 행위를 하는 것은 그가 좋지 못한 생각을 해서이지 법이 무서워서, 법을 우습게 여겨서, 법이 주는 공포나 불안 때문이 아닙니다. 법은 도구일 뿐입니다."
"법이 단지 도구라고요? 그런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법은 신성한 것이며 정의롭습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요. 법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법이 통치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 아닙니까?" 법의 정신 대표 안지만이 말했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법은 결국 한쪽 편을 들 뿐이죠. 분쟁은 법으로 조정되지 않습니다. 승자와 패자로 나뉠 뿐이죠. 결혼처럼 윤리로서 서로 사랑한다는 전제하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결혼에서 법과 경제를 빼는 것이 더욱더 행복에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자녀 양육을 거부하는 부부가 많아질 거라는 우려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신가요? 미혼모 문제도 그렇고요.” 사회윤리실천협의회 의장 이근수가 물었다.
“예전에 우리나라는 미혼모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혼외 자식이든 부부 사이에서 난 자녀든 원한다면 국가에서 양육할 것입니다. 그들은 버려지는 아이들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양육하는 아이들이 될 것입니다. 양육을 거부하더라도 친부모는 일정부분 양육비를 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책임이자 도리니까요. 법적인 강제력을 먼저 행사하기보다 원칙이나 이치, 기본적인 윤리를 더 생각하는 것이 우리 행복당의 정책기조입니다.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어떠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이것이 자연 이치에 맞는가, 인간의 도리에 합당한가, 원칙에 부합하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공적인 양육과 공적인 교육이 올바르게 시행된다며 부모가 어던 사람이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부모가 어떻든 미혼모에게서 낳거나 혼외자라도 공평한 양육과 교육을 받게 되고, 평등한 자아실현 기회를 받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결혼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선 집안끼리 대사를 치르는 것이기도 하고, 공동체 간의 협력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개인끼리 하네 마네 하는 것이 아니에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경제적인 문제나 법적인 문제는 나중입니다.”
“네 바로 그런 취지에서 혼인금지법이 발효되길 원하는 것입니다. 결혼은 두 사람의 성숙한 인격의 결합이기도 합니다. 고대로부터 가부장제 사회에선 남자 집안에서 며느리를 들였습니다. 이 낯선 여자는 적이나 스파이일 수도 있고, 살수(殺手)일 수도 있습니다. 족내혼이 아니라면 족외혼은 매우 위험한 도박과 같았습니다. 현실적 적, 혹은 최소한 잠재적 적을 받아들이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시댁 식구들은 며느리에게 적대적입니다. 언제 적으로 변할지 모르는 낯선 여자를 늘 경계하는 것이죠.
여자의 입장에선 불과 며칠 전까지 남남이었는데 이제는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시집은 온 여자에겐 시댁이란 가족이기는커녕 자신의 삶에서 자유를 박탈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계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여성에게 시집살이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그러므로 혼인금지법을 통해 결혼을 두 사람만의 문제로 국한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사람이 부모를 떠나 남녀가 결합하는 것이 신의 뜻입니다. 집으로 며느리를 들이고 고통받게 하는 문화는 없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정말 가족 윤리에 대해서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는 것입니까?”
“죄송하지만 시집 온 여성에겐 시댁이 가족이 아닙니다. 남편과 관계된 이런 저런 사람들일 뿐이죠.”
“그러니까 결혼을 금지하려는 것이군요. 그럼 전통문화가 다 무너져요.”
“이렇게 하지 않아도 좋은 전통은 이미 다 사라졌고, 남아 있는 건 악습뿐입니다.”
“서양에서도 우리 대가족 문화를 존경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어요.”
“우리나라 여성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러니까 혼자 사는 게 낫다며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여성뿐만이 아닙니다. 집안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남성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결혼은 이제 그야말로 해당 남녀 두 사람의 문제로 국한해야 합니다.”
“자녀를 낳아도 법적으로 남남이고, 가족도 필요 없다, 이런 식이면 정말 결혼을 왜 합니까? 그냥 각자 따로 살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홀로 사는 삶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러다간 가족이란 것 자체가 없어질 겁니다. 예부터 관혼상제는 정말 중요한 것이었어요. 정말 제사상 차려줄 사람도 없겠네요."
"전통문화는 예부터 법하고는 상관없는 것이었습니다. 결혼이 자유롭듯 제사도 자유롭게 계속될 것입니다. 오히려 윤리는 더 강화될 것입니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을수록 사람과의 유대는 더 돈독해지리라 믿습니다."
"법으로 금지하면 오히려 그걸 위반하려는 욕망이 강해진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단지 욕망의 문제일까요. 사람은 법이 없으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요? 법이 이래라 저래라 다 가르쳐주면 고민하지 않을 테니까요. 네비게이션이 모든 길을 다 가르쳐주면 사람들은 영영 길을 잃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개척해야 합니다. 네비 없이 사막을 걸어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정말 꿈같은 말씀이네요. 정말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권자가 되는 이상사회가 올까요?”
“68혁명이라는 말씀을 들어보신 적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상력을 권좌로’란 슬로건을 들어보셨나요? 상상 속에서 가능하다면 그것은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꿈꾸는 대로 된다는 믿음이기도 하죠. 우리는 그동안 상상력을 죽이면서 살아왔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냐. 등등의 이유로 말이죠. 그러나 잠수함이 나오기 200년 전에 쥘 베르느가 해저2만리에서 잠수함을 꿈꾸었습니다. 우리는 과학이 불가능한 것들을 발명한 것처럼 여기지만 그 전에 이를 상상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는 말도 안되는 도표와 그림들을 가져와 앤지니어들에게 이것을 구동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내라고 윽박질렀습니다. 엔지니어들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난리였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인간이 상상하면 과학이 그것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얼마 뒤 엔지니어들은 스티브 잡스의 상상이 구현되는 컴퓨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애플을 만든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라고 인정했습니다. 우리에겐 68혁명과 같은 정신적인 혁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법조인이나 전문정치인, 관료들이 아니라 인문학적 상상력을 펼치는 사람들이 정치 맡아서 하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상상한 것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현재 정부는 실용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잘 해내고 있고요. 그것이 국민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 아닙니까? 현정부가 펼치는 행정과 대표님과의 차이점을 어떻게 상정하십니까?" 예전에 국회의원을 하다가 은퇴 후 목회를 하고 있는 정민제 목사가 말했다.
"네, 현정부의 정책은 제가 생각하는 것과 매우 닮았습니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라는 대통령의 말씀은 정말 맞는 말씀이고요. 저는 현정부의 두 가지 과제는 실용과 개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실용은 좋은 결과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혁은 아직 갈길이 멉니다. 저는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각을 해야 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저는 결혼금지법이 개혁을 완성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생시몽은 교회가 사람들의 경제와 도덕을 함양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종교지도자들은 코방귀를 뀌었고요. 나중에 그의 제자들이 가난한 자를 돕는 교회를 세웠지만 실패했습니다. 첫째는 기존 교회들이 여전히 신을 찬양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교회를 강제할 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교회더러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었으니까요. 현실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으로 종교를 탄압한다는 소리가 나올 테니까요. 하지만 교회가 여전히 이웃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희망이 없습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니까요.
결혼금지법이 당장 시행되기 어려운 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빈부의 격차를 획기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문제도 해결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시간이 필요할 뿐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또 한번 K-민주주의가 세계를 놀라게 할 것입니다."
"내란이 터졌는데도 새 대통령이 49%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과반 넘는 사람들은 여전히 개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선거의 결과일 뿐입니다. 대신 현재 집권당은 과반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국민이 선거를 통해 만든 것입니다. 저는 국민들이 개혁을 거부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현재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까 조심스러운 것이겠죠.
문제는 그분들이 안심하고 개혁에 협조할 수 있도록 취지를 잘 설명해야 합니다. 현재 삶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고, 대신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대부분의 중산층, 서민에게는 아무런 고통도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사회공동체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실용 정책으로는 몇 퍼센트 이상의 효과를 보이던 것이 개혁을 통해 몇 배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그 시간 자체가 고통 아닐까요? 종말론이 그런 것 아닙니까? 세상이 멸망할 것이다, 그러니 재산도 다 팔고, 삶을 정리하고 신께 귀의하자, 그럼 진짜 새 세상을 맛볼 것이다, 이거 아닙니까? 사람들이 기다리기를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아십니까? 그러니까 사이비들이 나오는 거예요. 대표님처럼."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꿈꾸는 세상이 쉽게 도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성참정권은 수천 년에 걸친 생각의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노예해방도 그렇습니다. 이상사회는 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요원해 보입니다. 하지만 곧 도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막연히 기다린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현하면서 그 시간을 앞당긴다는 뜻입니다.
일제식민지 시대 우리나라 해방을 믿지 못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나요?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해방을 꿈꾸었지만 동시에 실제로 믿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80년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오늘과 같은 민주사회를 이룰 것이라고 쉽게 믿을 수 있었나요? 또 유교적 질서가 아직 유용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미투운동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요? 어제까지 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오늘 아침부터 달라진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는 세상은 언제나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쪽으로 변하느냐, 그 변화를 더 빨리 앞당기냐는 우리들의 생각에 달린 문제입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길고 짧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대통령은 어려웠던 시절 공부를 할 때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체험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여호수아가 태양이 한곳에 머물러 있었던 체험을 한 것과 마찬가지죠. 우리는 양자역학을 통해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고통의 시간은 줄어들고, 기쁨과 행복의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믿어야 하지 않을까요? 혼인금지법을 통해서 발생하게 될 여러 가지 사회 현상들이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데려갈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을 기다리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대표님 말씀을 듣다 보면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이 멍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아무튼 행복당의 정책 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으로 혼인금지법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우리사회의 빈부격차가 심각하다고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정작 깊이 고민하지도 않고 해결책을 강구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그렇다고 혀를 찰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아무런 해결책도 나오지 않습니다. 문제는 근원을 찾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창세기에서부터 인간의 결혼이 나옵니다. 인간에게 결혼은 신의 선물이자 삶의 원리입니다. 결혼을 해야 인간은 에덴에서 번성하고 땅에 충만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나님은 단 한 번 창조하신 다음, 생식을 통해 스스로 번식하도록 피조물들을 지으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혼은 필수입니다. 에덴에서 결혼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습니다. 이브는 아담이 부자인지 키가 큰지 따지지 않습니다. 아담 역시 이브가 미인인지 날씬한지 따지지 않습니다. 그들의 결혼은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부모를 떠나 서로 한몸을 이룹니다. 이후에 타락이 오고 에덴에서 쫓겨납니다.
결혼은 태곳적부터 있어 왔고 지금도 있습니다. 법적인 결혼이든 사실혼이든 상관없이 인간은 사랑하고 결혼합니다. 물론 사랑이 빠진 철저한 정략 결혼도 있고,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상대와 결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튼 결혼은 생식과 번식을 위한 통과의례였습니다. 그러나 점차 근대에 오면서 결혼은 생식과 번식보다는 경제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즉 경제적 파트너를 얻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부의 증식을 도모하죠. 그런데 법적인 결혼에서 법을 뺀다면 어떻게 될까요? 법적 결혼은 추구하는 경제적 결속, 부의 증식 등을 무화한다면 어떨까요? 그냥 결혼말입니다.
그저 남자와 여자의 결합, 자녀 생산, 그리고 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 그런데 부부가 사는 데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도,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도 모두 돈이 필요합니다. 경제는 생존의 필수조건이니까요. 결혼을 태초로 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충분조건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에덴입니다. 아담과 이브는 에덴에 살았기에 충분했습니다. 더할 것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잉여를 탐했기에 에덴에서 쫓겨났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결혼을 태초의 의미대로 보기 위해서는 에덴이 필요합니다. 즉 풍족한 삶의 터전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부부에게 결혼의 태초를 선물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에덴을 선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덴은 지금 말로는 경제적 토대 혹은 생산수단, 충분한 노동력, 자본이나 돈입니다. 국가는 결혼금지법을 통해 토지를 국유화하고 상속을 차단한 뒤 얻게 되는 재원으로 부부에게 결혼의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도울 것입니다. 법도 경제도 없는 그냥 결혼 말입니다. 법과 경제 등이 이미 충족한 상태로 결혼하는 것입니다. 그저 서로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냥 결혼과 그 결과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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