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16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행복당은 최종 정책 설명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책을 설명하는 동안 궁금한 점이 있다면 그때그때 질문을 하라고 알렸다.
한성실 대표가 앞으로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산발적으로 알려졌던 우리당 정책 공약을 최종 정리하여 이 자리에서 발표하겠습니다. 발표 도중에라도 질문을 받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카메라를 응시한 뒤 좌중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는 원고를 읽었다.
“우리 당의 가장 핵심이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정책은 혼인금지법과 토지자연화법입니다. 혼인금지법은 결혼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으로 발생하는 모든 법적 효력을 중지하는 법입니다.
두 사람이 결혼해서 부부가 되더라도 모든 법적 경제적 책임과 의무는 개인에게 있으며 자녀 또한 자신의 의무와 권리를 오직 자신이 감당합니다. 그러므로 재산이나 채무 등이 상속되지 않습니다. 부모는 살아 있는 동안 자녀에게 재산이나 기타의 것을 증여할 수 있을 뿐 죽은 뒤 자녀들이 승계할 수 있는 재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회 공동의 것이 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예를 들어 자녀 1명당 1주택을 승계할 수 있고, 1명당 1자동차를 승계할 수 있습니다. 현금이나 주식 다른 부동산 등은 10억을 넘지 않는 수준이 될 것입니다. 기타 물목들이 있겠지만 구체적인 것은 법안이 통과되면 자세히 발표될 것입니다.
땅과 하늘, 바다, 강과 산 등 이 모든 것은 자연입니다. 자연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땅을 점유하고 개간하고 이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가가 이를 관리할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사람들은 마음대로, 특히 힘 있는 사람이 자연을 소유하고 점유하고 사용하면서 자연을 훼손해왔습니다. 현행법이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나 원칙적으로 자연은 자연 그대로여야 하므로 토지의 개인소유에 관한 법은 폐지되어야 마땅합니다. 다만 우리가 자연을 활용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국가에게 관리토록 맡김으로써 모든 국민이 토지를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토지소유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성경에 희년이 있습니다. 토지를 산 사람이 50년이 되면 토지를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그동안 토지를 활용해 부를 축적했기에 돌려주어도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50년이라면 먼 미래 아닙니까?”
“글쎄요. 그렇다면 안식년은 어떻습니까?”
“7년은 너무 짧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14년은요? 어떻게 하더라도 길거나 짧을 것입니다. 문제는 땅은 더 이상 개인이 소유할 수 없으며 이 땅에 사는 모든 국민들이 서로 함께 이용하고 거기서 부를 생산하고 또한 이를 함께 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원칙일 뿐 정작 국가 소유가 된다는 것 아닙니까”
“국가 소유는 아니고 국가 관리 정도 되겠지요.”
“좋습니다. 국가가 땅을 관리한다 치고 토지를 개인에게서 빼앗아 국가가 소유한 다음엔 어떻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다시 말하지만 소유가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고, 빼앗는 게 아니라 현재 토지소유자들이 원칙적으로 소유자가 아니라고 명명하는 것입니다. 자연을 소유할 권리가 없으니 무효라는 것입니다. 무효,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잘못 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이제부터 국가가 관리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국가가 이를 정적하게 분배하고 분배받은 분들이 사용하면서 일종의 사용료를 국가에 납부하면 국가는 이를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쓸 것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실례를 들어 설명해주십시오.”
“간단합니다. 농부가 땅을 갖고 있는데 땅을 국가에 반환하면 국가는 다시 그에게 땅을 경작할 수 있도록 하고 토지사용료를 받습니다. 공장을 세웠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국가에 반환하고 사용료를 지불하면 계속 사용하는 것이죠.”
“자기 땅을 국가에 빼앗기고 거기에 더해 사용료까지 내야 한다면 누가 그 법을 따르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자연이며 법적으로도 그는 자연을 무단점거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현행법이 그것을 막아주었지만 이제 그 법은 실효를 다했고, 토지자연화법을 하루빨리 제정해 자연이 자연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을 나누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그게 관례였고, 그게 법이었습니다. 지금 땅이 자연이니 어쩌니 법에 앞선 인문학적 관점이니 뭐니 하는 건 결국 국가가 개인의 사유재산을 빼앗으려는 속셈 아닙니까?”
“전통법은 없습니다. 법은 언제나 현행법입니다. 법이 예전엔 이랬지만 법이 바뀌면 그것은 전혀 다른 법이 됩니다. 법은 역사적으로 계속 변해왔습니다. 어느 사건에 법을 적용한다면 그 법은 현행법일 뿐 전통법이 아닙니다. 법은 제정할 때도 현행법이고, 개정할 때도 현행법이고, 적용할 때도 현행법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현행법을 바꾸면 법이 바뀌는 것이고, 바뀐 법이 현행법이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개인이 자연인 토지를 무단으로 소유하고 점유하고 사용해왔으나 이제는 아무도 더는 토지를 소유할 수 없고 하늘이나 바다와 강이 그렇듯이 자연을 국가가 관리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개정하려는 토지법입니다. 그 법 첫머리에 토지는 자연이다, 라고 명시할 것입니다.”
“아파트는 어떻게 합니까?”
“현재 땅 소유자는 국가에 반환하고 아파트 소유자는 그 아파트를 소유하거나 팔거나 임대할 수 있습니다. 증여도 가능하고요. 다만 땅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사용료를 내야겠죠.”
그녀는 잠시 숨을 골랐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웅성거렸다.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정책을 발표했다.
“다음은 세부 사항입니다. 우리 당은 1가구 1주택 정책을 펼칠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1가구당 1주택을 공급할 것입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주택을 의무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무주택자가 없게 만들겠다는 뜻입니까?”
“궁극적으로 그렇게 될 것입니다.”
“국가 주도로 개발해서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말입니까?”
“1가구 1주택 정책은 모든 국민에게 1가구당 1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뜻인 동시에 1가구가 2주택 이상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늘 말씀드렸지만 집은 사람이 살기 위해 짓는 것이므로 살 수 있는 집이 한 채 있으면 여러 채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살 집 한 채가 없어 고통당하는데 어떤 사람은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다면 자기 살 집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내놓아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로운 것입니다. 새로 집을 더 지어 무주택자들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연의 이치에 입각한 경제 원칙입니다. 집은 더 이상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투자품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잉여주택으로 무주택자 문제를 최대한 해결한 뒤에 필요한 곳에 주택을 더 공급할 예정이며 수도권이 아닌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집을 옮기는 경우 더 많은 지원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집은 사람이 거주하고 사는 곳이기에 살 집을 제외한 집을 6개월 이상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80% 세금을 물릴 것입니다.”
“너무한 것 아닙니까?”
“그럼 팔면 될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러 채 있는 사람들이 집을 내놓기 시작하면 집값이 내려갈 것이고, 집이 없는 분들이 주택을 구입하기 더 쉬워질 것입니다. 무주택자가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원하면 국가보증으로 대출을 도울 것입니다.”
“그럼 임대사업자는 어떻게 합니까?”
“이제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투기나 임대업으로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땅은 자연이라는 것이 원칙이고 집은 재산 증식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원칙이니까요.”
여기저기서 더 크게 웅성거렸다.
“전통적으로 부동산은 재산 증식의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런 전통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땅은 자연이고, 집은 살 집만 있으면 됩니다.”
"그동안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는데 투기나 임대사업도 못하면 뭘 하란 말입니까?"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주식이나 저축, 기타 금융사업에 투자하십시오."
"부동산이 제일 안정적이고, 이윤도 높은데 다른 건 너무 위험하잖소?"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만큼 부동산에 열을 올리는 나라는 없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이치에도 맞지 않고요. 앞으로는 부동산이 아닌 투자처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은 우리가 살기 위한 기본 조건이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은 계속 투덜거렸지만 목소리는 낮았다. 자연을 경제 도구화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생각을 생전 처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딱뜨려서인지도 몰랐다.
“그럼 자동차는요? 그건 부동산이 아니니까 여러 대 있어도 되나요?”
“승계 가능한 것은 1가구 1자동차 원칙이지만 1인 1자동차를 허용할 생각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자동차를 여러 대 가지고 사치스럽게 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승계는 불가하고, 사치세도 높게 물게 될 것입니다."
“만약 결혼금지법이 시행되면 자연스럽게 상속이 금지되는데 정말 어떻게 달라지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금지, 금지하니까 뭔가 자유를 침해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쉽지만 현재로선 상속 금지가 맞습니다. 우선 부부 사이에 자녀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 대하여 부모는 법적 책임을 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를 버릴 부모는 없겠지요. 부모가 아이를 잘 양육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만약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기를 원치 않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아이를 양육할 것입니다. 상속은 불가능하고, 증여만 가능한데 부모가 자녀에게 집이나 자동차, 교육비, 결혼자금, 주택자금 등을 지원하는 것은 윤리로서 허용됩니다. 다만 허용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자녀가 셋이라면 주택 3채를 증여할 수 있고, 이에 대해서는 집값을 고려하지 않고 증여세를 물리지 않을 것입니다. 자동차 역시 자녀 수대로 증여세 없이 허용됩니다. 그 외 재산을 증여하면 이것은 모두 잉여 재산으로 간주하여 80% 세를 물릴 것입니다.”
“아까 말씀하신 집이 여러 채 있는 분이 상속하려면 어떻게 합니까?”
“집을 모두 팔아서 현금으로 증여하면 됩니다. 증여받은 사람이 80% 세금을 내면 되고요.”
“기업을 물려주는 것은 어떻게 됩니까?”
“네, 물론 기업을 물려주는 것도 상관없습니다. 농부는 농사를 짓는 자녀들에게 가업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빵집도 식당도 다 가능합니다. 자녀들이 그것을 물려받아 운영한다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그 직종에 종사하기를 거부한다면 물려받은 것은 다 팔아야 하고, 거기에 대해 적정한 세금을 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큰 기업입니다. 만약 현재 대기업 총수가 자녀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고자 한다면 자신의 주식을 다 팔아서 현금으로 자녀들에게 증여해야 합니다. 자녀들은 80% 증여세를 낸 뒤 나머지로 주식을 사서 경영권을 방어하든지 경영권에 도전하든지 해서 어쨌든 자기 실력으로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것이 공정한 경쟁이니까요. 늘 말씀드리지만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교수나 기타 직위가 높은 사람들도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지만 그들의 직위를 그대로 물려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업가라는 직위도 물려줄 수 없습니다. 자녀들이 쟁취해야 합니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도 원한다면 자녀들이 부모의 가업을 승계할 수 있습니다. 1가구 1기업 승계는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당연히 세금도 없습니다. 문제는 개인의 능력을 초과하는 잉여재산에는 80%의 증여세를 부과할 것이며 개인은 자기가 땀 흘려 얻은 부만 살아 생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에 입각해서 모든 제도가 마련 될 것입니다."
“대표님은 법이 도구일 뿐이라고 하면서도 새로운 법을 더 많이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법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시고, 요즘도 사법 개혁이 계속 진행 중인데 개혁이 완성되려면 어떤 방안이 더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아, 그리고 결혼금지법이 개인의 자유를 더 보장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공동체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모순 아닙니까?”
두 가지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일리 있는 질문이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개인과 공동체부터 말씀드릴까요? 근대주체는 데카르트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체에 대해 정말 많은 논의가 있어왔습니다. 심지어는 주체는 없다, 구조뿐이다라는 말까지 나왔고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주체에 매달릴수록 타자를 더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고, 공동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자유나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평등, 이 모든 것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서로 얽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통합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근대는 개인의 주체성을 드높일 수 있었습니다만 현재는 공동체성 속에서 개인 주체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행복당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 행복해야 개인 역시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쓸만큼 쓰고 남는 잉여 재산 역시 사회 공동의 것으로서 나눠 써야 한다는 입장이죠. 그렇다고 개인의 자유, 재산, 권리 등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것을 서로 나눌 때 개인의 자유나 재산 등이 더 잘 보장되고 모두 다 행복한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법은 중요한 도구로 기능할 것입니다. 우리는 토지가 자연이다, 결혼해도 개인만이 주체이며 경제나 법적 책임 역시 개인에게 있다, 죽은 자의 재산은 사회공동재산이 된다.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권리와 의무, 자유와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다, 등을 골자로 원칙에 대한 동의를 먼저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법을 원칙과 정의를 위한 도구로서 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법보다 더 중요한 삶의 원칙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저는 법이 아닌 계명을 존중합니다. 십계명에는 처벌 조항이 없습니다. 무엇울 하라, 하지 마라, 하는 명령만 있을 뿐입니다. 이 명령은 신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리는 명령입니다.
1계명부터 4계명은 신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은 한 마디로 창조주를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나는 스스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신으로부터 창조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부모의 생식으로 태어났죠. 신은 최초 창조를 말로써 했지만 두 번째 창조부터는 피조물들 스스로 생식을 통해 창조할 수 있도록 창조의 원리를 세웠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기보다 더 높은 창조주가 있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 겸손할 수 있습니다.
5계명부터 10계명까지는 이웃에 대한 명령입니다. 한 마디로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면 살인도, 간음도, 도둑질도 거짓 고발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십계명은 결국 2가지 명령입니다. 창조주 앞에서 겸손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겸손하게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십계명은 인간을 얽어매는 법의 오랏줄이 아니라 신이 자신이 사랑하는 인간들이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도록 내린 신의 뜻이자 명령입니다. 그것은 겸손과 사랑입니다!
저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고 우리가 만든 법도 이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법은 우리를 너무나 쉽게 죄인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법을 위반하면 범죄자가 되고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법을 무서워하거나 처벌을 걱정하지 말고, 겸손하게 서로 사랑한다면 법은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법을 위반할 일도 없고, 법에 구속당할 일도 없습니다. 사랑은 법을 완전히 이루는 것이니까요. 그것이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다 이루신 일을 우리가 다시 행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사랑으로서의 법, 윤리로서의 법이 도구로써 활용되어야 합니다.”
“대표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대표님은 자신의 정책 아이디어를 성경에서 얻어왔다고 말씀하시지만 기독교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신데요.”
“저는 그리스도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기독교는 정말 그리스도교가 아닙니다. 교회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전 대통령 탄핵 시기에 교회는 탄핵에 동참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목회자들이 나서서 내란에 동조하고 탄핵을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연예인이나 다른 셀럽들은 추운 날씨에 탄핵 집회에 참석한 분들을 위해 선결재를 하며 도왔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웃들이 은박지를 덮어쓰고 키세스 시위를 할 때 교회는 무엇을 했습니까? 세월호 유족들을 탄압했던 분들 중 엄마부대 속에도 기독교인들이 주동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기독교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답시고 교회를 크게 세우고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정작 그리스도의 가장 큰 가르침인 이웃사랑을 외면해 왔습니다. 강남 부자와 대형교회와 정치 권력이 결탁해서 우리 사회에 큰 해악을 많이 끼쳐 왔습니다. 교회에 와서 예배드리고 회개 기도만 하면 모든 죄가 다 용서받는다고 가르쳤기에 기독교인들은 점점 더 비윤리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상의 윤리보다 더 높은 영적인 구원이 있다고 믿으면서 하나님 나라와 세상을 구별하고 예배와 교회 봉사에 힘쓰면 만사형통이라는 식의 삶의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우리나라 기독교는 종교가 정치와 분리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정치 비판과 참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나라야 어찌돼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했습니다. 개인 구원, 개인 신앙, 개인 삶이 목적이 되었습니다. 사회나 공동체 그리고 이웃이라는 개념조차 잃어버렸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잘살아야 된다며 부자 되는 욕망을 부추기고, 세상에서 성공해야 하나님이 영광 받으신다고 가르쳤습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설교하면서도 부자가 돼야 가난한 자를 돕고, 교회도 짓고, 헌금도 하늘나라에 많이 쌓을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기독교는 괴물이 되었습니다. 상식과 윤리를 버렸고 기괴한 영적 가르침에 중독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거리와 광장에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이상한 목사와 괴상한 역사 강사가 하나님 이름을 팔면서 떠들고 다녀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목숨 걸고 그들을 막았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사야서, 예레미야서를 설교하면서도 거짓 선지자들의 준동을 막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대형교회 목사들도 그들과 한패거나 비겁하게 침묵한 제사장들과 같습니다. 현재 기독교 교회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대표님 말씀은 이웃사랑을 하지 않는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란 말씀이군요.”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높이는 길은 예배나 제사와 같은 종교의례가 아니라 우리의 착한 행실이며 다름 아닌 이웃사랑입니다. 철학자들은 돈이 우상인 자본주의라는 종교는 예배를 최우선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교회들이 예배에 몰두하면서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는 것이 이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저는 정치도 이웃을 사랑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모든 국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불교나 다른 종교도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알고 있는 것이 그리스도교뿐이기 때문에 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의 정신이자 가르침이자 명령인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제가 정치하는 동안 모토로 삼을 것입니다.”
"한대표는 민주주의자 맞아요?"
"요즘은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장 뤽 낭시는 오늘날 스스로를 민주주의자와 다른 것으로 부르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고, 그만큼 민주주의는 아무 뜻도 없는 말이 됐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민주주의를 정의하기도 어렵고, 민주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조차 없이 흔한 것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민주주의 앞에 붙는 말이 없으면 알 수 없는 단어가 되고 말았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공화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 등등 말입니다. 현재 기준으로 당신이 민주주의자냐고 묻는 것은 당신은 자본주의에 동의하는 사람이냐 아니냐를 묻는 것과 같습니다.
알랭 바디우의 말처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적 삶은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데 그 기준의 바로 돈입니다. 민주주의 체제는, 바로 그 돈에 대한 소유권을 보호하는 경찰, 법원, 감옥 등에 의해 지탱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면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라는 외투를 걸치고 있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믿는 민주주의자이긴 하지만 자본주의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비-자본-민주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낭시는 민주주의는 만인의 평등 속에서 만인의 자유를 촉진하고 약속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평등하지 않으면 자유롭지 않다라는 뜻입니다. 자유를 위해 투쟁한 프랑스대혁명이나 우리나라 동학혁명도 모두 다 평등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된 것이 아닙니까? 제가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개인의 자유나 행복은 공동체 구성원의 평등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평등민주주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제 본격적인 AI를 맞아 개인의 신상정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며 개인의 삶은 점점 더 국가관리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좋은 정부를 갖는 것입니다. 어떤 정당이, 어떤 사람이, 어떤 정책이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사회의 안정과 공동체의 나눔에 적절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예민한 정치의식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국가가 국민의 삶을 윤리적으로 통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추구하는 사람이지만 국가가 국민의 삶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시대를 맞아 국가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더 인간친화적으로 만들까,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좋은 국가시스템을 지향하는 국가민주주의자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전체주의와는 다르며 국가가 국민의 행복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뜻입니다.
답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떤 민주주의자이신가요?"
“이봐요, 한 대표. 지금까지 하신 말씀을 들어보니 한 대표가 재산이 없어서 물려줄 게 별로 없으니까 재산이 많은 사람도 상속하지 말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닙니까? 돈이 많아 봐요. 어떻게 하면 이걸 자식들에게 물려줄까 그 걱정만 할 거요.”
“네, 저도 그런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습니다. 내가 정말 큰 자산가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지만 다행히도 저는 물려줄 재산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상속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와 같이 재산이 없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대다수가 부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부자들이 잘사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집이라도 한 채, 땅이라도 한 뙤기,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어합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안 사고, 안 쓰고 하면서 한푼 두푼 모아 결혼하고, 집 장만할 때 보태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상속을 하지 않고, 자기가 열심히 벌어서 쓴다면 더 이상 돈을 모으려고 애쓰지도 않고, 물려주려고 쟁여놓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저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휴식하고 취미를 즐기면서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고, 자아 성숙을 위해 시간을 쓸 것입니다. 그리고 이웃을 돕거나 사랑을 나누면 더 좋겠죠. 저는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식으로 돈벌기에 목숨을 바치면서 자기 인생에서는 다 쓰지도 못하고, 그걸 또 물려주려고 탈세까지 하는 짓은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아무도 상속하지 않고 아무도 불행하지 않고, 아무도 출발선이 다르지 않고, 누구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행복당의 최종 목표입니다.”
행복당의 정책 설명회는 전국에 생중계 되었고 많은 사람들을 깊은 생각에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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