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린니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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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 예술가들의 경우 불 : 예술가들의 경우 예술가들의 고통은 그들이 사는 세계가 지금 여기가 아니라 저 먼 어디 다른 곳이라는 것이다 거기가 어디인지 그들도 알지 못한다 그들은 가끔 그곳에서 행복하지만 지금 여기선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은 대개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산다 새벽이나 저녁,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그는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고 꽤 그럴싸한 상담자 노릇을 하지만 자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그들은 예술로 자신을 표현한다 어쩌면 예술이 자기 자신이 되고 그는 없어진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자신도 잘 모른다 그가 돌아오는 데는 몇 분이 걸리기도 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반드시 돌아온다 그의 몸이 이곳에 실재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깊은 산책에서 돌아온 그가 서랍에서 권총을 꺼내 아내.. 2020. 6. 3.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마태복음 5장 5절) ‘온유한’이라는 말은 한 인간이 역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고 의로운 자를 끝까지 보살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는 뜻입니다. 그 믿음의 결과는 땅이라는 기업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우리 삶은 역경의 연속에 처해 있습니다. ‘산 너머 산’이라는 말처럼 한 시름 놓았나 하면 또다른 문제가 터지고, 이제 좀 살 만하다 싶으면 뒤.. 2020. 6. 3.
40대 여성이 먹어야 할 영양제 수명이 길어짐과 동시에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 예전에 비해서 사람들이 대체로 젊어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40대 초반만 해도 젊을 때와 크게 다름없는 외모와 건강 상태를 자랑합니다. 그러나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급격히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나잇살이 생기며, 머릿결이 거칠어지고 흰 머리도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때쯤 되면 전에는 찾지 않던 건강보충제나 영양제를 찾게 됩니다. 물론 나잇살이 찌기 시작하니 이런 다이어트, 저런 다이어트를 해보기도 하지만, 괜히 잘못 다이어트를 하다가 살이 빠진다 해도 주름이 많아지고 머릿결이 나빠지고 머리숱이 적어지거나 눈 건강을 잃어 노안이 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대개 40대 후반에 폐경이 찾아오고 갱년기가 시작되어 건강이 더욱 나빠지기.. 2020. 6. 2.
[명시 산책] 자끄 프레베르 <메시지> 누군가 연 문 누군가 닫은 문 누군가 앉은 의자 누군가 쓰다듬은 고양이 누군가 깨문 과일 누군가 읽은 편지 누군가 넘어뜨린 의자 누군가 연 문 누군가 아직 달리고 있는 길 누군가 건너지르는 숲 누군가 몸을 던지는 강물 누군가 죽은 병원 ― 자끄 프레베르(프랑스, 1900-1977) 【산책】 왜 시의 제목이 메시지일까?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일까? 이런 질문부터 시작한다면 시와 함께 산책하기엔 좀 어울리지 않을 듯하다. 메시지, 뜻, 의미, 해석, 비평, 이런 것들을 집에 놔두고 가볍고 홀가분하게 산책을 시작해보자.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등 뒤로 문을 닫고. 전봇대 앞에서 만난 길고양이를 쓰다듬어 보라.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누군가 깨물어 먹고 버린 사과를 볼 수 있으려나. 걷.. 2020. 6. 1.
딸기 5월 끝날 딸기를 샀네 더는 딸기를 먹을 수 없으려나 했는데 철이 지난 딸기 농협 골목 리어카에서 빠알간 향내가 유혹하네 홀려서 한 바구니 집어들었네 집에 있는 식구들 생각나네 새콤달콤한 행복을 나눠 먹는 보아도 보아도 늘 그리운 시린 얼굴들 2020. 5. 31.
[명시 산책] 이오시프 브로드스키 <겨울 결혼식> 겨울 결혼식 나는 1월에 혼례를 치르었다. 마당에는 하객들이 들끓었고 산마루 교회의 종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혼례용 제단에서 행길의 두 끝이 보인다. 나는 파발꾼이 돌이키지 못하도록 저 멀리 시선을 던진다.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의 신랑은 나를 바라본다. 우리 두 사람을 위한 이 수많은 촛불들! 나는 그 초들을 세고 있다. ― 이오시프 브로드스키 1967년 作 시를 읽는다. 산책하듯이. 아무런 마음의 짐도 없이. 춤을 추듯 걷는다. 바람을 맞듯, 새소리를 듣듯, 언어들이 들려주는 향기를 느낀다. 인생의 냄새들, 사람 마음의 속삭임, 툭툭 건네는 사랑의 장난. 시를 읽는 것은 이런 느낌들을 맛보는 것이 아닐까. 198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러시아 시인 ‘이오시프 브로드스키’의 시 은 정말 아.. 2020. 5. 31.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마태복음 5장 4절) ‘애통하는 자’는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 또는 자신과 타인의 죄에 대한 결과를 탄식하는 아픔을 묘사하는 말입니다. 죄로 인해 죽은 사람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죄로 인해 죽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꼭 육체적 생명이 없어져야 죽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죄 때문에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자신이 기반을 두고 살아온 모든 사회적 지위와 재산을 잃고 손가락질을 당하며.. 2020. 5. 31.
드레스덴의 폴란드 여자 아우슈비츠에서 유태인들이 수십 만 죽었다고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사실 더 많이 죽은 건 우리 폴란드 인이야. H가 말했다. 군인, 부랑자, 집시, 노인, 아이들, 그냥 남자, 여자들도 떼로 죽었어. 사람이면 다. 종류에 상관없이. H는 맥주를 마셨고 치즈와 함께 소시지와 당근을 우적우적 씹었다. 모두 독일산이었다. 왜 폴란드 사람들이었지? B가 물었다. 왜냐고? 왜가 어딨어. 사람이 죽는데. 아, 그래? 미안해. 웃기네. H는 조롱하듯 B를 바라보았다. B는 기가 좀 죽었다. 이유라고? 글쎄 폴란드가 독일에 가까워서? 우리가 유태인과 비슷하게 생겼니? H가 물었다. B는 무어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시대에 살지도 않았고 나치의 심리상태를 아는 것도 아닌데 뭘 어쩌란 말인가. 흔적조차 없애고 싶을 만큼 .. 2020. 5. 30.
아이를 힘들게 하는 TMI 교육 어릴 적 한글 떼기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좀 똑똑하다 소리를 들으며 자란 사람은 누가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는 경우도 있고, 학교 들어갈 때까지 한글을 떼지 못해 꿀밤을 많이 맞았다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대개 집에서 부모나 조부모에 의해 조금씩 배우다가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에 읽기 쓰기가 완성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글 교육이 가정에서 전문업체로 넘어가게 되었고, 아이 한글 떼기가 하나의 사교육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엄마들은 굳이 아이를 직접 가르치면서 서로 스트레스를 받느니 전문업체에 한글 교육을 맡기고 싶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전문업체의 교재와 교사를.. 2020.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