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 예술가들의 경우
본문 바로가기
창작글(시, 짧은 소설)

불 : 예술가들의 경우

by 브린니 2020. 6. 3.

불 : 예술가들의 경우

 

 

 

예술가들의 고통은

그들이 사는 세계가

지금 여기가 아니라

저 먼 어디 다른 곳이라는 것이다

 

거기가 어디인지 그들도 알지 못한다

그들은 가끔 그곳에서 행복하지만

지금 여기선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은 대개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산다

새벽이나 저녁,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그는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고

꽤 그럴싸한 상담자 노릇을 하지만

자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그들은 예술로 자신을 표현한다

어쩌면 예술이 자기 자신이 되고

그는 없어진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자신도 잘 모른다

그가 돌아오는 데는 몇 분이 걸리기도 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반드시 돌아온다

그의 몸이 이곳에 실재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깊은 산책에서 돌아온 그가

서랍에서 권총을 꺼내

아내를 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한 발.

 

저 먼 곳에 있다가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한 가지 방식이었다

혹은

그가 진짜 살았던, 알지 못하는

어느 곳으로 떠나는 방식이거나

'창작글(시, 짧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聖 가족  (0) 2020.06.06
혼인금지법  (0) 2020.06.05
딸기  (0) 2020.05.31
드레스덴의 폴란드 여자  (0) 2020.05.30
대파를 썰다  (0) 2020.05.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