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 예술가들의 경우
예술가들의 고통은
그들이 사는 세계가
지금 여기가 아니라
저 먼 어디 다른 곳이라는 것이다
거기가 어디인지 그들도 알지 못한다
그들은 가끔 그곳에서 행복하지만
지금 여기선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은 대개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산다
새벽이나 저녁,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그는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고
꽤 그럴싸한 상담자 노릇을 하지만
자기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그들은 예술로 자신을 표현한다
어쩌면 예술이 자기 자신이 되고
그는 없어진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자신도 잘 모른다
그가 돌아오는 데는 몇 분이 걸리기도 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반드시 돌아온다
그의 몸이 이곳에 실재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깊은 산책에서 돌아온 그가
서랍에서 권총을 꺼내
아내를 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한 발.
저 먼 곳에 있다가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한 가지 방식이었다
혹은
그가 진짜 살았던, 알지 못하는
어느 곳으로 떠나는 방식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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