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린니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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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 가족 聖 가족 아내와 아들이 붙어서 말싸움을 하고 있다 둘 다 상처 입은 짐승 같다 원망과 분노로 서로 잡아먹을 듯하다 다 내 탓이다 아버지와 남편에게 퍼부을 비난을 서로에게 쏟는다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나는 말 한 마디 못하고 한쪽 구석에서 보고만 있다 벽을 보고 무릎을 꿇는다 상처와 미움이 어디서 오는 줄도 모르고 근원이 몸 밖 다른 어디에 있는데 서로 할퀴고 물어뜯는다 알량한 가장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내게는 아무 말 않고, 참다 참다 서로의 고통이 더 크다고 다투고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불가능 때문에 더 슬픈 가족 침묵으로 일관하다. 사랑을 말 할 수 없다! 나를 죽이고 행복하라 서로 등을 꿰맨 삼각형 사느냐 죽느냐, 깊은 구렁 사이 널뛰는 가족 폐허가 된 집구석, 경건해지다 2020. 6. 6.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태복음 5장 7절) ‘긍휼’이라는 말은 헬라어 ‘자비’라는 뜻의 ‘엘레오스’에서 파생한 용어인데, 이 ‘엘레오스’는 ‘사랑’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헤세드’와 ‘동정’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라하밈'의 번역어로 쓰였습니다. 이 중에서 구약의 ‘헤세드’는 주인과 종, 친척들간의 관계 또는 하나님의 인간과의 언약적 관계에서 가지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즉 ‘헤세드’는 인간을 .. 2020. 6. 6.
[명시 산책] 자끄 프레베르 <새를 그리려면> 새를 그리려면 ― 엘자 앙리께즈에게 우선 문이 열린 새장을 하나 그릴 것 다음에는 새를 위해 뭔가 예쁜 것을 뭔가 간단한 것을 뭔가 예쁜 것을 뭔가 유용한 것을 그릴 것 그 다음엔 그림을 정원이나 숲이나 혹은 밀림 속 나무에 걸어 놓을 것 아무말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때로는 새가 빨리 오기도 하지만 여러 해가 걸리기도 한다 실망하지 말 것 기다릴 것 필요하다면 여러 해를 기다릴 것 새가 빨리 오고 늦게 오는 것은 그림의 성공과는 무관한 것 새가 날아올 때는 혹 새가 날아오거든 가장 깊은 침묵을 지킬 것 새가 새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릴 것 그가 새장에 들어가거든 살며시 붓으로 새장을 닫을 것 그리고 차례로 모든 창살을 지우되 새의 깃털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 그리고는 가장 아름다운 가지를 골라 .. 2020. 6. 6.
[동화책 추천] 존 레이놀즈 가디너 <조금만, 조금만 더> 이 책은 미국에서 출간된 뒤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출간되었습니다. 어른이 읽어도 감동적인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초등 4,5학년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본다면 좋은 독서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 책을 어른과 함께 읽어야 할 이유는, 이 이야기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역사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은 원래 인디언들이 사는 땅이었으며, 백인들이 들어가 인디언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농사를 짓고 건물을 지어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을 모른다면 이 이야기를 읽고도 그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주인공 윌리는 와이오밍 주의 작은 마을에서 감자를 키우는 할아버지와 개 번개와 함께 살아갑니다. 가난한 생활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세금이 많아서 .. 2020. 6. 5.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 좀머 씨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이 하루 종일 바삐 걸어다닙니다. 비 오는 날이건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날이건 폭풍우치는 날이건 그는 항상 무언가로부터 쫓겨 다닙니다. 그 모습을 한 소년이 바라봅니다. 소년의 시점으로 씌어진 이 소설의 화자는 작가 자신 파트리크 쥐스킨트입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1949년 독일 암바흐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의 패배와 유대인에 대한 만행으로 인해 처참하게 정체성이 무너져내린 때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강한 긍지와 정체성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살아갈 힘이 있을 텐데, 유대인에 대한 잔인한 가해자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정체성을 산산히 부서뜨리고 살아갈 힘을 잃게 했습니다. 어쩌면 어린 쥐스킨트의 눈에 비친 좀머 씨의 모습은 무언가로.. 2020. 6. 5.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평신도 성경 묵상은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묵상입니다. 화석화된 동어 반복의 신학적 용어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부조리한 고통을 위로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깨달음과 설명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나눔을 하기 원합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마태복음 5장 6절) ‘의’라는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우선 우리는 죄인이나 예수님의 피로 인하여 ‘의인’이 되었다라고 할 때의 ‘의’로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의’는 영적인 의미로 세상에 속해 있던 자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서 이제까지 지은 모든 죄를 십자가에서 구속받고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동시에 ‘의’라는 말은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의.. 2020. 6. 5.
혼인금지법 A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쪽으로 가고 있어. 내가 오늘 기막힌 뉴스를 들었거든. 커피 마시면서 얘기해줄게. A는 운전을 하면서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A는 늘 과장된 몸짓과 높은 톤으로 대화를 이끌곤 했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기에 미리 전화까지 했는지 모르겠다. A는 커피숍 주문대 앞까지 와서야 어서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기 일쑤였다. 아니면 미리 카페에 와서 담배를 한 대 피운 뒤 B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하루치 분량을 다 채우지 못했다면 커피 마시러 나오라고 넌지시 권했다. A는 늘 유쾌했다. 그들이 만날 때면 언제나 커피숍 3층 발코니 맨 끝 자리였다. ‘두 남자의 집’은 4층짜리 건물로 3층까지 카페로 사용하고 꼭대기 층엔 주인이 살았다. 요즘 대부분의 카페가 전체 금연구역인데 이 자리에서만은 .. 2020. 6. 5.
청소년기 자녀가 연애를 시작할 때 연애를 경험하는 시기가 어려지면서 거리에서 교복을 입은 남녀 청소년이 손을 잡고 걷거나 허리와 어깨에 팔을 둘러 서로 기대어 걷는 모습을 봅니다. 첫 키스의 평균 연령이 18.6세라 하니 이제 그들을 바라볼 때 보편적인 모습이라고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18.6세면 한참 공부해야 할 고2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가 연애를 한다고 하면 걱정스럽고 답답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말렸다가 더 부작용이 생길까봐 말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잘한다고 할 수도 없으니 속만 끓이게 됩니다. 우선 자녀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고 부모에게 알렸다면, 그동안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좋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자녀는 그동안 부모와 학교 얘기와 자기 관심사 이야기를 해왔듯이.. 2020. 6. 4.
[명시 산책] 이오시프 브로드스키 <겨울 물고기> 물고기는 겨울에도 산다. 물고기는 산소를 마신다. 물고기는 겨울에도 헤엄을 친다. 눈으로 얼음장을 헤치며. 저기 더 깊은 곳 물고기들 물고기들 물고기들 물고기는 겨울에도 헤엄을 친다. 물고기는 떠오르고 싶어한다. 물고기는 빛 없이도 헤엄을 친다. 겨울의 불안한 태양 밑에서. 물고기는 죽지 않으려고 헤엄을 친다. 영원히 같은 물고기의 방식으로. 물고기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빙괴(氷塊) 속에 머리를 기대고 차디찬 물속에서 얼어붙는다. 싸늘한 두 눈의 물고기들이. 물고기는 언제나 말이 없다. 그것은 그들이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고기에 대한 詩도 물고기처럼 목구멍에 걸려 얼어붙는다. ― 이오시프 브로드스키(1940-1996) 【산책】 역사나 정치, 권력 등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분들은 이 시를 읽으며 .. 2020.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