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지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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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지천명

by 브린니 2020. 6. 9.

지천명

 

 

젊을 때 나는

일상의 한복판에 뛰어든 신화의 시간을 살았네

사치와 향락과 게으름과 몽상의 나날들이었네

요즈음 나는

죽음과 일상이 겹치는 나날을 살고 있네

병듦과 나이듦, 욕망이 소멸하는 시간

깊은 후회와 한숨의 아침저녁

 

뒤돌아보거나 반성 따위는 없었네

과녁을 벗어난 화살은 자유로웠네

내 나이 쉰 둘

회개와 용서와 구원을 위하여

칼집에 꽂힌 칼처럼 고요한 생활,

질서의 반복

 

청춘은 교만했으나

백발은 고개를 숙이네

신께서는 장래 일 아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고

오늘은 미래보다 강하네

슬픔보다 더 아픈 평화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려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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