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시, 짧은 소설)' 카테고리의 글 목록 (16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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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168

[창작 시] 마음 사랑 마음 사랑 몸의 사랑이 시작되고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 찾다가 물어본다 좋니, 좋아? 아아, 달콤해 몸이 대답한다 나도 당신도 사탕과 아이스크림으로 뒤범벅인 채 마음도 그러려니 새벽 두 시 몸이 조용해지고 마음은 소곤소곤 말을 한다 몸의 정지를 틈 타 새로이 사랑을 꾀한다 마음은 없다가…… 발생한다 마음의 장소는 어디였을까 마음은 사랑이 처음 시작되는 지점에 고요하게 있다 2020. 6. 22.
코로나 시대의 사랑 코로나 시대의 사랑 카페에는 저니Journey의 오픈 암스Open Arms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카페에서 저렇게 강렬한 음악을 튼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세찬 남자의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팔을 활짝 벌리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다 받아주겠다는 것 같았다. A는 B가 다가오자 팔을 크게 벌렸다. B는 A에게 안기는 시늉을 하고 앞자리에 앉았다. A는 오랜만에 카페에 왔다. 며칠 동안 먼 도시에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그곳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집단으로 퍼져 많은 사람이 감염되었고, 병원과 의료진이 모자랐다. A는 거의 일주일 넘게 봉사하고, 이주일 간 자가 격리를 했다. A는 자가 격리를 하는 동안 미칠 지경이었다고 토로했다. 커피를 몇 잔씩 마셔도 그 맛이 아니야. 담배도 몇 갑 피워도 그저 연기를 .. 2020. 6. 22.
[창작 시]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 앞에서 슈바이처와 나이팅게일, 마더 테레사의 죽는 이들과 함께 하는 사랑 앞에서 일본인들 대신 죽은 故이수현 님의 인류애 앞에서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심장만큼 귀한 아들 건강이 늘 걱정인 남편 아들 딸 출가 못 시켜 마음 아파하는 친정부모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집 울타리 밖을 넘지 못하니 내 사랑은 이기적일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독서 모임 식구들 작게나마 후원하는 몇몇 이웃들 그렇게 내가 좋아서 보람을 느끼고 만족스러워서 모두, 내가 나를 기쁘게 하는 사랑이었을까 어떻게 사랑하면 나보다 다른 누군가를 나의 유익보다 당신이 흡족하도록 내 기쁨보다 그대 행복을 나는 後에서야 알겠네 내게 고통을 준 사람들 내게 수치를 준 사건들 내게 모.. 2020. 6. 21.
[창작 시] 좋은 생각 많이 하는 여자와 저녁을 좋은 생각 많이 하는 여자와 저녁을 나쁜 상상을 많이 했더니 피곤하고 배가 고프다 좋은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을 만나 저녁식사를 마주하고 싶다 고기는 한 점도 없는 채소와 야채와 과일로 풍성한 깨끗한 밥상 콩나물 된장국에 열무와 동치미 배부르게 먹어도 속을 잘 비워낸 느낌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보지 못한 저무는 들녘을 바라보는 평상 위의 식사 인생의 풍파란 풍파는 모조리 겪은 탓에 허리가 굵어지고 허벅지가 튼실해진 아내 뾰족하던 성격이 굽고 휘고 부드러워져 마음이 구름처럼 너그러운 사람 이웃들과 나누고 또 나누어도 좋은 생각이 넘쳐나는 아내 절제를 가르치고 자유를 만끽하네 원망과 분노와 미움과 증오 감정이 생각을 이길 때가 많지만 찌꺼기들을 다 이겨서 반죽을 만들고 곱게 전을 부쳐내는 아내 생각이 고운 여.. 2020. 6. 20.
[창작 시] 흰 개 흰 개 삼거리 영양탕집 흰 개는 순하다 주차장 한복판에 널브러져 있다가 사람이 가까이 와도 짖지 않는다 자동차가 밀고 들어와도 꿈쩍하지 않는다 흰 개는 무표정하다 사람들이 주인집에 와서 무엇을 먹는지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흰 개는 손님들의 식탁에 오를 날을 헤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양탕집 주인은 흰 개를 잡지 않을지도 모른다 같은 식구를 팔 수는 없지, 생각하고 있을지도. 흰 개는 무심하다 삶과 죽음이 자기 손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게 분명하다 흰 개는 묶여 있고, 더는 달릴 수 없다 흰 개는 조금씩만 먹고, 하품할 때를 빼고는 별로 입을 벌리지 않는다 주인이 개를 잡거나 어디 다른 곳으로 팔거나 흰 개는 저항하지도, 이의를 제기하지도, 크게 짖거나, 혹은 울지 않을 것이다 삼거리 영양탕집 .. 2020. 6. 19.
[창작 시] 존버 씨의 일상 존버 씨의 일상 지금 사랑을 잃은 사람은 시를 써라 지난 사랑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지금 불행한 사람은 노래를 불러라 불타는, 장밋빛 인생을 지금 감옥에 있는 사람은 마음껏 울라 태어나서 처음 축구 골대에 골을 넣었을 때처럼 지나간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미래의 행복도 대출되지 않는다 버려지고 불행하고 외로운 지금 이 순간뿐이다 가장 나쁜 것들만 반복된다 절망과 고통... 바이러스... 지금 빈털털이는 지금 병든 자는 지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시를 써라 노래하라 그리고 기뻐하라 기뻐하라 기뻐하라 생은 죽는 날까지 죽지 않는다 아직 살 아 있 다 두고 보자 ! 2020. 6. 18.
[짧은 소설] 버림받은 자의 슬픔 버림받은 자의 슬픔 B가 도착했을 때 카페에는 TOTO의 Africa가 흐르고 있었다. A는 벌써 커피 한 잔을 거의 다 마시고 있었고, 재떨이에는 꽁초가 네 개나 있었다. A는 담배를 피우면서 의료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발을 까닥거리며 토토의 음악에 박자를 맞추면서. 토토가 미국 화장실 변기 만드는 회사라지. A가 말했다. 한때 우리나라 화장실마다 토토 변기를 볼 수 있었어. 난 토토 음악을 좋아했어. 토토라고 하니까 ‘창가의 토토’가 생각나. 빅히트를 친 책이었어. ‘어린 왕자’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처럼 어른이나 아이나 다 읽을 만한 책들이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 같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장 소설 같은 느낌의 책들을 좋아하기도 하지. 어린 시절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심리.. 2020. 6. 17.
[창작 시] 어느 늙은 가장의 사랑 이야기 어느 늙은 가장의 사랑 이야기 그가 지금보다 조금 젊었을 때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네 손에 어른 환자용 기저귀 박스를 들고 반대편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걸어왔네 첫사랑 연인보다 그의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대사건이 벌어졌네 건널목 한복판에서 그는 멈췄네 그의 전생애가 영원으로 빠져들고 그녀가 그를 스쳐지나 가고 있었네 느린 템포로 시간은 음악을 연주했네 그는 오던 길로 몸을 돌렸네 여인의 등을 향해 침묵의 사랑고백을 했네 평생을 기다린 사랑이 왔노라고 음악이 멈췄네 시간이 풀렸네 신호등의 초록불이 깜박거리며 빨간불로 바뀌려 하네 나인 에잇 세븐 …… 쓰리 투 원 제로 그는 건널목 한복판에 갇혔네 여인이 사람들 사이로 스며들고 그는 가야 할 길을 보네 양쪽으로 차들이 그를 위협하며 미친 속도로 질주하네 그는.. 2020. 6. 17.
[창작 시] 몽환의 시간 몽환의 시간 잠은 오지 않는데 자꾸 졸린다 이것을 뭐라 설명하지 책을 읽어서인가 로르카의 강의 백일몽 아내는 노특북을 열고 아름다운 가게를 찾아본다 하늘하늘 여름 원피스 한 벌 아지랭이 물안개 새벽운무 아내의 치맛자락이 흔들릴수록 나는 자꾸 멀리 달아난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백일몽 속으로 일어나 텔레비전을 켜야겠다 꼴지를 두 해 연속 이루는 불멸의 야구팀의 더블헤더를 구경해야겠다 잠도 꿈도 생시도 아닌 시간 나는 마루 바닥에 누워 창에 걸친 구름을 본다 푸른 하늘을 한 조각 잘라낸 풍경 꽃 화분을 매단 자전거가 굴러간다 어린시절 가속도를 붙이고 달려가는 사물들이 무서운 시간이 지나간다 내게 없는 꿈들은 어디서 떠돌고 있는가 나는 어서 미래로 가서 꿈이 흘러가는 데를 막아서야겠다 어린시절 내가 없던.. 2020.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