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상,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중 <아, 이상해라, 그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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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일상생활

박혜상,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중 <아, 이상해라, 그이인가>

by 브린니 2020. 12. 9.

최근 박혜상은 세계 무대에 떠오르는 차세대 소프라노로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녀의 인상적인 연주 중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 트라비아타> <, 이상해라, 그이인가>라는 곡을 소개해 봅니다.

 

< 트라비아타> 세계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 대표작입니다.

 

트라비아타라는 말은길을 잘못 여자라는 뜻입니다. 주인공 비올레타는 직업이 코르티잔courtesan이기 때문입니다.

 

코르티잔이란 상류사회 남성들의 사교 모임에서 정부 역할을 하는 여성으로 우리나라의 기생이나 일본의 게이샤처럼 시를 짓고, 춤과 노래에 능하며, 상류층 남성들과 대화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사 지식과 교양을 갖춘 여성을 뜻합니다.

 

파리 사교계의 역할을 하는 비올레타와 그녀를 사랑하는 청년 알프레도의 이야기가 극의 내용입니다. 예상할 있듯이 알프레도의 아버지는 비올레타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 사람의 사랑은 비극을 예고합니다.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1막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입니다.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처음 만나 부르는 이중창으로 파티의 즐거움을 찬미하는 노래입니다.

 

비올레타는 매일 이어지는 파티와 술로 몸이 쇠약해지고, 알프레도는 그런 비올레타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순수한 청년의 사랑이 고급 매춘부인 비올레타에게는 어리게 보이기도 하지만, 점차 진심에 마음이 설렙니다.

 

이때 부르는 노래가 바로 박혜상이 연주한 <, 이상해라, 그이인가>입니다. 청년의 진실한 사랑에 마음이 설레면서도 이미 자신의 삶은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 파리의 환락 속에서 사막 같은 외로움과 고통을 느끼고 있으니, 갑자기 찾아온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해왔던 대로부어라, 마셔라하면서 자유로운 쾌락과 환락의 삶을 사는 것이 자신이 길인가, 아니면 이렇게 고백하는 청년의 사랑을 받아들일 것인가, 고민하면서 어쩔 모르는 모습이 보입니다.

 

박혜상은 곡을 연주하면서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절망적인 삶의 비참함을 표현해 냅니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아름답고, 어떤 순간에는 소녀처럼 순수해 보이지만, 어떤 순간에는 공포에 떠는 두려운 표정이 보이고, 어떤 순간에는 화류계 여성다운 쾌락 추구가 보이며, 어떤 순간에는 망설이며 어쩔 모르는 고통이 보입니다.

 

모든 감정들이 동시에 섞이는 묘한 연기력은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풍깁니다. 극도의 불안 속에 펼쳐지는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그녀의 연기는 잠시도 눈을 없는 흡입력을 가지며 정상적인 감정의 경계를 자꾸만 뛰어넘는 듯한 긴장감을 줍니다.

 

고난도의 기교와 고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곡의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 검은 드레스를 입은 박혜상은 신기(神氣) 어린 느낌마저 갖게 합니다.

 

영상에 가사 번역 자막이 들어있어서 감상이 용이합니다. 아래 링크 주소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이 재생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EL1bitcfVY

결국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의 진심에 응해 사교계 생활을 그만두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살림을 차리지만, 알프레도가 매춘부와 산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온 알프레도의 아버지가 비올레타를 설득해 떠나게 만듭니다.

 

자신의 처지를 아는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위해 비통한 심정으로 떠나 다시 사교계로 돌아가고, 알프레도는 비올레타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오해하여 비올레타를 찾아가 얼굴에 돈을 뿌리며 심하게 모욕합니다.

 

그래도 몸이 좋은 비올레타는 사랑하는 알프레도에게 모욕을 당하고 병이 점점 깊어집니다. 우여곡절 끝에 알프레도는 사실을 알고 오해가 풀려 비올레타를 찾아와 용서를 빌지만, 비올레타는 이미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비올레타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초상화를 알프레도에게 건네며 착한 여자를 만나라고 말하며 숨을 거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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