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랑, 다음 사랑 …… 사랑의 더블링?!
사랑이라고 부르는 에로스는 숱한 말들을 낳는다.
사랑 그 자체보다는 사랑에 관한 말들이 세상을 떠돈다.
예를 들면,
실연당한 사람이 가장 쉽게 사랑에 빠진다.
실연의 상처는 다른 사람을 만나면 회복된다.
그렇다.
사랑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돌고 돈다는 것이다.
★
사랑은 의자와 같다.
한 사람이 앉았다가 다른 사람이 그 다음에 앉는다.
의자의 주인은 바뀔 수 있다.
한 번의 사랑이 가고 다른 사랑으로 그 자리가 채워진다.
사람들은 사랑을 연애와 동일시하고, 연애를 사랑이라고 한다.
그것이 에로스의 특징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이어지고,
사랑은 아픔과 슬픔과 고통을 남긴 채 또 다른 사랑으로 행복하고 들뜨게 한다.
연애가 깨어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나면
후회와 아쉬움과 미련이 남고, 쓰라린 가슴을 부여잡고 울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면 씻은 듯 사라진다.
에로스는 다음 사랑을 예전 사랑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속성이 있다.
언제나 또 다른 사랑이 올 것이라는 기대로 설레게 한다.
이게 마지막이야, 난 죽고 싶어, 이랬던 사람도 어느새 다시 찾아온 사랑에 몸을 던진다.
★
사랑과 배신과 이별, 에로스의 3단계 역시 다른 사랑으로 무화無化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와 가치가 있지만
새것이 더 달콤하고 행복한 걸 속일 수 없다.
과연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일까.
혹, 세월은 가도 사랑은 남는 것이 아닐까.
★
하림은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는 에로스를 담담하게,
혹은 약간 아쉬움을 섞어서, 아무도 탓하지 않고, 용서도 저주도 없이,
하지만 축복하거나 행복을 빌어주지도 못한 채 그저 흘러가는 사랑을,
강물이 흘러가고 또 다른 강물이 흘러들어오듯 왔다가 가는 사랑을,
다시 찾아온 사랑을 향해 손을 내미는,
에로스의 화학적 현상을 흥얼거리며 노래한다.
★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언젠가 마주칠 거란
생각은 했어
한눈에 그냥 알아보았어
변한 것 같아도 변한 게 없는 너
가끔 서운하니
예전 그 마음 사라졌단 게
예전 뜨겁던 약속 버린 게
무색해진데도
자연스런 일이야
그만 미안해하자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 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음오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 보여
후회는 없는 걸
그 웃음을 믿어봐
믿으며 흘러가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 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우워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 보여
후회는 없는 걸
그 웃음을 믿어봐
먼 훗날 또 다시
이렇게 마주칠 수 있을까
그때도 알아볼 수 있을까
라라라 라라라
이대로 좋아 보여
이대로 흘러가
니가 알던 나는
이젠 나도 몰라
라라라 라라라
https://www.youtube.com/watch?v=QjT7q9hxD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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