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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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프랑스와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by 브린니 2020. 11. 23.

사랑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영원한 물음표입니다. 사랑에 관한 소설 하면 빼놓을 없는 작가가 프랑스와즈 사강이지요.

 

1935년에 태어나 19세의 어린 나이로 소설 발표해 선풍적 인기를 그녀의 소설은 문학과 로맨스 소설 사이 중간쯤 위치하여 한편으로는 통속적이라는 평을 듣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 일으켜 세계적인 열광을 자아내었습니다.

 

어린 그녀의 소설을 읽을 느꼈던 사랑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는 달리 지금 읽으면 오히려 그녀의 시각이 어떤 면에서 고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동시에 여성들이 사랑에 관해 자각해온 시대적 관점이 들어 있는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1900년대 초에 여성의식이 생겨나고 여성도 인간으로서 평등한 인격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들이 생겨나는데, 프랑스와즈 사강은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이루어 참정권을 얻을 만한 시기에 태어났으니 그녀가 이십대가 되어 사랑을 알게 때쯤에는 여성들의 자유의식이 생겨난 때라 있습니다.

 

그녀의 소설에 나오는 여성들의 고뇌가 대체로 이러한 변화를 담아냅니다. 그녀 자신이 그렇겠지만, 그녀의 소설에 나오는 여성들은 매우 독립적이고 지성적이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합니다.

 

그런데 그녀들이 고통받는 이유는 사랑하는 남성이 자신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데서 기인합니다. 그녀들은 요즘 말로 마초 같은 남자를 사랑합니다. 조금은 어리고 열정에 불타는 청년이 아니라 여성의 마음을 완전히 휘어잡고 지배할 만한 강한 남자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런 남자는 여자만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남자를 너무나 사랑하는 여성은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고통받으면서도 그 남자를 떠나지 못합니다.

 

그리고 남자가 오직 자신만을 사랑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간절히 바라면서도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는 슬픔을 갖습니다.

 

소설 속의 여성이 갖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은 여성의 역사를 대변하는 같습니다. 여성을 억압했으나 동시에 여성의 울타리가 되어준 강한 남성의 이미지가 바로남자 각인되기에 그런 특성을 가진 남성만을남자 느끼게 것입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여주인공 39세의 뽈로는 자기보다 약간 나이가 많고 육중한 몸에 자기 사업을 탄탄히 갖고 있으며 여성 편력이 대단한 로제라는 남성을 사랑합니다.

 

로제 역시 오직 그녀만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라고 확신하지만, 쉽고 편리한 놀이처럼 여러 여자를 만납니다. 로제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사랑이 자신의 자유를 얽매는 것을 거절합니다. 로제는 소유하려 합니다.

 

그래서 뽈로는 로제 때문에 외롭고 슬프고 고통을 받습니다. 뽈로는 로제가 사랑하는 여자는 자기밖에 없지만, 사랑만으로 로제가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사람은 결혼하지 않고 애인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런 뽈로에게 25세의 젊은 남자 씨몽이 사랑을 고백해 옵니다. 씨몽은 오직 여인 뽈로만을 향해 마음의 열정을 불태웁니다. 뽈로는 외로웠기 때문에 씨몽을 받아들이게 되고 로제 역시 뽈로가 씨몽과 함께 지낸다는 것을 알고 뽈로가 원하는 대로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로제와 뽈로는 서로가 없다는 사실에 크게 고통을 받고, 로제가 뽈로를 찾아오자 결국 뽈로는 씨몽과 헤어져 로제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소설은 그래도 로제가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고 전처럼 뽈로를 외롭게 하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작가의 가치관이 소설에 투영되는 것은 매우 당연합니다. 프랑소와즈 사강은 역사적으로 여성이 남성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던 시대에 사랑하고 삶을 살았습니다.

 

2000년대의 여성들은 이런 마초적인 남성을남자라고 여기지 않는 같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지 않다는 , 따라서 여성이나 남성이나 누구나 이런 자유로운 성향을 가질 수도 있고, 혹은 반대로 파트너 사람에게 진실한 사랑을 수도 있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같습니다.

 

다만 한쪽이 원하지 않는데 권력의 힘을 사용해 강제로 접촉을 하는 것에는 강하게 반발을 해서 미투 운동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프랑스와즈 사강의 소설은 상당한 고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뽈로와 씨몽과 로제는 다들 깊은 사랑을 품고 있지만 다들 괴로워합니다.

 

뽈로가 자신을 괴롭히는 로제에 대한 사랑에서 벗어날 없다는 것도 진심이고, 로제가 뽈로를 사랑하지만 여자를 사랑하기 위해 자신의 자유를 잃을 수는 없다는 것도 진심이고, 씨몽이 열네살이나 연상인 여자를 사랑하기에 자신이 너무 미숙하고 연적은 너무 노련하고 강한 남자라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도 진심입니다.

 

너무나 진심이어서 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많이 아프지만, 그들의 사랑의 감정이 고귀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감정이란 그것이 아무리 진실되어도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있는 같습니다. 그리고 이유가 잘못된 역사적 관습에 바탕을 두고 무의식적으로 생겨난 것이라면 감정에 충실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정을 타파하고 이겨내려고 애쓰는 것이 자기 극복의 길인 같습니다.

 

마초적인 남자, 나쁜 남자의 매력에 빠져드는 역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여성에 대한 보호가 가능한강함으로 대표되는 남성 역사에 대한 무의식적 기억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성이 인간으로서 동등해지려면 매력에 빠져들기보다는 감정을 이겨내려는 노력이 필요한지 모릅니다.

 

또한 남성들 역시 사랑하는 여자 따로, 쉽고 편하게 즐기는 여자 따로 있었던 과거의 자유를 누리려는 본능이 매우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과거 남성 중심의 역사가 무의식 속에 편만한 것을 이겨내려고 애써야 것입니다.

 

힘과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왕과 귀족, 혹은 양반이 되어 부인 외에도 후궁이나 애첩 등을 있었던 과거를 잊기 위해 애써야 것이며, 그것이 남성의 본질이라기보다는 권력에 기대어 잘못된 욕심을 부렸던 비인격적인 처사였다고 스스로에게 가르쳐야 것입니다.

 

최근에는 연하 남성과 결혼하는 예가 많아져 책에 나오는 씨몽처럼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해서 고통받아야 이유는 별로 없는 같습니다. 여성이 나이가 많든 남성이 나이가 많든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사람이 만나서 새로운 생활을 함께해 나가는 의미를 둔다는 것은 분명 진보된 형태의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사랑은 본능이기도 하지만, 시대정신의 흐름과 가치관의 성숙과 더불어 더욱 고상한 방향으로 자라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보다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고 성향을 인정하며 매우 단순하고 순수하게 동등한 함께함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유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라고 중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배웁니다. 사회적 자유와 책임만큼이나 사랑에 있어서의 자유와 책임에 대해서도 조화를 이루는 일이 중요합니다.

 

사랑이 감정의 폭발로 인해 촉발될 있지만, 감정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혹시나 여성에 대한 혹은 남성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들어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생각해보는 이성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감정과 이성과 의지가 보다 차원 높은 인간애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사랑이 조금은 성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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