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02 행복 8 행복 8 “정말 대표님은 예배보다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습니까?” “톨스토이의 을 읽어보십시오. 두 노인이 성지순례를 떠났는데 한 노인은 중간에 어려운 이웃을 만나 그들을 도와주느라 돈을 다 쓰고, 시간도 지나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고, 다른 노인은 성지순례를 다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성지순례를 마친 노인은 돌아오는 길에 친구 노인이 도와준 집을 들르게 되었는데 그들이 천사가 와서 자신들을 구원했다고 간증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과연 누가 진짜 거룩한 일을 한 것일까요.” “톨스토이는 좀 이단적 성격이 강합니다. 자기 맘대로 복음서를 고쳐 쓰고 말입니다.” 목사가 말했다. “네, 그럴 수도 있죠. 데이비드 짐머만의 뜻밖의 손님>이라는 책을 보면 어느 날 갑자기 .. 2025. 5. 25. 행복 7 행복 7 “죄송하지만 그 질문은 저 같은 평신도가 묻고 교수님이나 목사님이 대답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저는 그동안 스스로도 이런 질문을 수없이 해왔기에 여기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기독교는 이름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리스도교, 아니면 예수교로 말입니다. 100년 전 우리나라 기독교 초기에는 야소교로 불렀다지요. 예수를 믿는다고 말입니다. 기독이란 그리스도의 한자 음가로 아무런 뜻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백년이 지난 지금 기독교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빨리 모든 교회가 그리스도교 OO교회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기독교가 하나님을 믿는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지 교회를 믿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아시다시피 그리스도교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종교입니다. 다시 말.. 2025. 5. 25. 행복 6 행복 6 그녀는 전화를 끊고 당사로 달려갔다. “M당과 H당에서 우리 당의 공천에 시비를 걸 작정이랍니다. 곧 고발장을 내겠다는 소식입니다.” 수석비서 김미호가 말했다. “공천백서는 준비되었겠죠?” 그녀가 물었다. “내일 오전에는 인쇄되어 오후엔 도착할 겁니다.” 오정은 비서가 말했다. “인터뷰를 좀 잡아주세요. 빠르면 오늘 저녁이나 내일 오전쯤에요.” 그녀가 말했다. “네.” 김미호가 대답했다. “대표님, 김효은 씨랑 다시 약속을 잡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오정은이 물었다. “그건 좀. 그쪽이랑 너무 많이 하는 게 어떨지, 생각해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김미호가 답했다. “이왕에 그쪽에서 시작했으니까 계속 가는 게 어떨까요? 우리한테 호의를 보이는 쪽과 계속 밀어붙이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 2025. 5. 24. 행복 5 행복 5 김효은 앵커는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자신이 맡고 있는 라디오 프로에 한성실 대표를 초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녀는 학교에 다닐 때나 사회에 나와서나 어디서든 너네 부모님 뭐하시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그녀는 소위 강남 출신이었고, 최고 대학을 나왔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그녀의 부모들이 뭘 하는 사람인지가 중요했다. 그녀의 부모는 두 분 모두 교사였다. 우연찮게 두 분 모두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에 배속되었고, 그래서 어릴 때 강남으로 이사를 왔다. 그 뒤로 여러 고교에서 근무했지만 집을 강남에 마련한 김에 계속 거기서 살게 되었다. 그분들이 집을 구했을 때는 집값이 그리 비싸지 않았고, 국립고등학교 교사라 대출을 잘 받을 수 있었다. 20년 거치 대출 상품을 얻어 그녀가 여고를.. 2025. 5. 24. 행복 4 행복 4 “네, 좋습니다. 다시 결혼금지법, 아니 혼인금지법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좀 더 구체적인 말씀 나눠볼까요?” 김효은이 말했다. “법안명이 결혼금지법이 될지 혼인금지법이 될지 모르겠지만 혼인금지법은 우리 사회 전반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우선 결혼한 여성이나 남성, 가사를 담당하는 모든 분께 가사노동비를 지급해서 그분들도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시화할 것입니다. 가사노동도 경제활동이라고 말만 하면서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그저 말잔치일 뿐일 것입니다. 결혼하더라도 각자는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각자 일하고 각자 수익을 얻고 생활을 영위할 것입니다. 결혼으로 인해 생활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부간의 협의로 서로 분담할 것입니다.” “대표님, 현재도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그냥.. 2025. 5. 20. 행복 3 행복 3 “어제에 이어서 두 번째로 뵈니 더 반갑습니다. 밤새 안녕하신지요.” 이정민이 물었다. “네, 저는 잘 자고 나와서 오늘은 제가 참여하는 유세가 없어 당무를 보고 왔습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지난 시간에 결혼을 금지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말씀하셨는데 이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하루종일 인터넷 실시간 검색 순위 상위에 올라 있는데요.” 김효은이 말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인금지법에 대한 생각은 몇 년 전부터 해오던 터라 제 개인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대충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이 법안은 결혼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혼인으로 발생하는 법적 효력을 금지? 정지? 그러니까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된다고 해서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공동의 권리와 의무.. 2025. 5. 18. 신에 대해 말하다 신에게 보어는 필요 없다 신의 서술어는 동사뿐이다 신은 무엇이 아니라 신은 무엇을 한다 신이 어떠하다고 굳이 말하려면, 신은 셀 수 있는 모든 것이 아니라 전부이다 신은 아무것도 결여하지 않는다 신에게 빈 장소란 없다 차라리 신은 그 자체로 텅 비어 있다 한계가 없는 텅 빔이다 그 자체로 텅 빔 무한한 비어 있음일 뿐이다 누군가는 없이 계신 하나님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비-존재라고 말한다 없음과 있음을 동시에 지닌 텅 빔 그러므로 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 신이 있느냐는 질문이거나 신이 어떠하냐는 질문은 신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다 인간 스스로 메아리칠 뿐이다 신이 예수라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 그가 전지전능을 벗고 십자가의 달릴 때 사람들은 신의 결여를 본다 텅 비어 있음에 난 구멍.. 2025. 5. 18. 행복 2 행복 2 그녀가 D방송국을 나와 집으로 오는 동안 혼인금지법, 결혼 금지 등의 검색어가 실시간 순위 올랐다. 그녀의 이름 한성실도, 행복당도, 부동산, 교육 문제 등도 검색어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인터뷰를 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미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혼인금지법에 관한 댓글에 짤막하게 답글을 달았다. 혼인금지법이란 결혼을 금지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혼인으로 발생하는 법적 효력을 금지(또는 정지)하는 법률이라고. 두 사람이 결혼을 하더라도 그로 인해 어떠한 법적 효력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을 해도 재산이 합쳐지지 않고,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관리한다. 이혼을 하더라도 따로 재산분할이 필요없다. 결혼 전에 합의한 사항이 있다면 그대로 하면 된다. 그녀의 블로그에는 거의 .. 2025. 5. 18. 행복 1 행복 1 그녀는 대기실에서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50대 여성이 서 있었다. 인생은 지금까지 살던 곳과는 다른 장소로 그녀를 옮겨 놓았다.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환상 세계를 횡단하는 것만 같았다. 머릿속에서만 생각해왔던 것들이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남편은 어느 시기부터 그녀를 향해 자주 말해왔다. 착한 아내는 보물을 가득 싣고 귀항하는 배와 같다고. 착한 게 뭐야, 하고 물으면 그건 사람을 사랑하는 거야, 하고 대답했다. 착하게 살면 뭐가 좋은데, 하고 물으면 그게 행복이야, 하고 대꾸했다. 그동안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아왔던가. 그런데 그게 행복이라니.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상상을 얼마나 많이 해왔던가.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고 믿었던 것들.. 2025. 5. 18. 이전 1 2 3 4 5 ··· 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