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삐에르 레베디를 생각하며
새 몇 마리가
찾아온다.
그리고 검은 생각 하나.
나무들이 수런댄다.
기차소리, 자동차소리.
이 순간은 오는 걸까 가는 걸까?
태양의 침묵은
웃음과 신음소리를 지나
돌들 사이 돌이 돌의 절규를 터뜨릴 때까지
깊이 창을 꽂는다.
태양심장, 맥박이 뛰는 돌,
과일로 익어가는 피가 도는 돌 :
상처는 터지지만 아프지는 않다,
나의 삶이 삶의 참모습으로 흐를 때.
―옥타비오 빠스 (멕시코 1914-1998) * 1990년 노벨 문학상 수상
【산책】
검은 생각.
나쁜 생각?
어두운 생각?
새들이 나무 사이를 들고 날 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짙은 나무 그늘 사이로 태양이 비취면 그 빛의 끝자리에 돌이 있다.
돌은 빛을 받아 뜨거워지고 급기야 터져 버리고 만다.
돌은 빛을 품고 익어간다. 맥박이 뛰고 피가 돈다. 돌은 태양의 심장이 된다.
돌이 터져 상처가 까발려질 때 아픔보다 더 깊은 삶의 진실이 밝혀진다.
삶이 참 삶이 되는 시간.
새와 나무가 만나고 거기에 생각이 들고, 태양이 돌을 내리쬘 때,
돌처럼 굳어 있던 사람의 내면이 익어가고, 툭 터진다.
인생의 속사정이 상처 터지듯 밖으로 흘러나온다.
거기, 삶의 참모습이 적나라하다.
햇빛이 너무 강렬하기에 총을 쐈다는 이방인이 있다.
태양을 바라보면 한 순간 시력을 잃는다. 맹점이다.
검은 생각?
한 순간 나를 잃고, 총을 쏘거나 다른 무엇인가를 저지를 수 있다.
태양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그 순간 자신의 숨겨진 상처가 터지는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태양은 왜 태양 앞에 선 존재를 다른 세계로 이끄는가.
태양 아래서 벌거벗은 채 누워 있어 보라.
내 삶의 참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인가.
맹점 혹은 검은 생각.
순간 시간이 멈춘다.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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