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포세 <3부작 : 해질 무렵> 2023 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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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욘 포세 <3부작 : 해질 무렵> 2023 노벨문학상

by 브린니 2024. 1. 1.

욘 포세 <3부작 : 해질 무렵> 2023 노벨문학상

 

 

 

3부작 : 해질 무렵

 

소설의 시작은 알리다의 딸 알레스로부터 시작한다.

 

양털 이불을 덮어지만 춥다고 느끼면서 알레스는 아침에 눈을 뜬다.

 

알레스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아버지가 다른 오빠 시그발을 떠올린다. 바이올린을 잘 연주했던 시그발. 그의 아버지 아슬레. 바이올린 연주자. 교수형을 당했다고 한다. 알레스는 아슬레가 사람을 죽였다고 믿지 않는다.

 

알리다는 아슬레가 죽은 뒤 고향 사람 오슬레이크의 집 가정부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의 아내가 된다.

 

알레스는 오래전 죽은 어머니 알리다를 느낀다.

 

알리다는 창문 앞에 서 있다.

 

이제 알리다의 과거 이야기가 전개 된다.

 

아슬레가 죽은 뒤 알리다는 아기 시그발과 남았다.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알리다는 선착장 주변에서 아슬레가 알리다를 위해 샀던 팔찌를 주웠다. 팔찌를 훔쳤던 소녀도 그 팔찌를 잃어버린 것이다.

 

오슬레이크는 그녀와 아기에게 먹을 것을 주고 배를 태워주고 잠잘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일하면서 먹고 자라고 말한다. 그리고 알리다는 그의 아기를 임신한다.

 

소설은 아슬레, 알리다와 아기 시그발, 그리고 아버지가 다른 알레스와 그녀의 아기들에 이르기까지 3, 4대에 이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와 그의 아들과 아내와 다시 아이들, 인류는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이 땅에 살아왔다.

 

자녀은 아버지를 기억하고, 아버지의 삶을 이어받는다.

 

아내이자 어머니는 남편을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기른다.

 

남편이자 아버지는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고, 일하고, 싸우고, 죽이고, 죽는다.

 

아들과 딸은 자신의 인생의 역사와 부모들의 생애를 연결한다.

 

과거 없는 오늘과 내일이 없듯이

역사에는 반드시 그 이전의 역사들이 있다.

 

아들과 딸의 역사는 그들의 부모들의 역사가 이어진 것이다.

 

부모가 없는 자식은 없다.

 

인간은 결코 스스로 태어날 수 없다.

 

나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한 근원이 반드시 있다.

 

단순히 생물학적인 여자와 남자가 있는 것만이 아니라

여자와 남자의 인생이 있고,

그들의 사랑이 있고,

삶이 있다.

 

그것들이 모여서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또 나의 인생이 시작되고 이어져온 것이다.

 

물론 나는 나만의 인생을 살고, 그 인생의 끝을 맞이 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면서 내가 왜 이런 인생을 살게 되었는가 반추하면

거기엔 언제나 부모의 인생과 겹치는 부분이 나올 것이다.

(어쩌면 나오고야 만다.)

 

욘 포세는 나라는 개인은 단순히 독립적인 개체가 아니라

부모로부터 이어져오는 어떤 뿌리가 있으며

그 뿌리고 나라는 개인의 인생을 친친 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모의 인생은 잊혀진 옛 기억으로

꿈으로 환상으로

애써 반추하는 생의 반성으로 되살아난다.

 

 

욘 포세는 소설 곳곳에 주인공들의 삶의 사건 사이 사이에

부모들의 인생과 삶과 사랑을 끼워넣는다.

 

일견 불편할 수도 있고,

기억하기 싫을 수도 있고,

부정하고 싶을 수도 있고,

근원을 부정하고 다른 뿌리를 찾고 싶을 수도 있다.

 

부모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 못할 경우도 많다.

부모 때문에 저주받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여길 수 있고,

소위 금수저들처럼 부모 때문에 인생을 아주 쉽게 잘 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어떤 인생을 살든

그것은 과거로부터 혹은 아주 먼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그 인생은 반복되기도 하고

아주 다른 양상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그러나 운명을 거스르고 다른 인생을 살고자 할수록 운명과 더욱 가까워질 수도 있다.

 

운명이란 말은 부모와의 연관없이는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소설은 인생에 대한 작가의 세계관의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을 통해 말해지는 인생의 이야기가 소설인 것이다.

 

욘 포세는 한 개인의 삶을 환상과 꿈을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잘 버무려 서술해 놓았다.

그것은 인생이 단지 현실 그 자체만으로 이야기될 수 없는

매우 복합적인 양상을 지닌 어떤 것이라는 뜻일게다.

 

3부작은 그런 의미에서 욘 포세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하며

주인공 아슬레의 삶이 아들 시그발에게 이어지는 동시에

아내의 다른 남자의 자녀들에게도 이어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인류는 동일한 부모에게서도 나오지만

여러 다른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도 나오게 되고

그 양상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3부작은 인류에 대한 통찰로 가득하며

한 개인의 삶은 극히 독립적인 것인 동시에 전인류와 그 뿌리에 닿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인류는 수 천년 역사 동안 먹고, 사랑하고, 죽이면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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