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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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수련

by 브린니 2020. 6. 13.

수련

 

 

물에 몸을 띄우고

물의 일렁임을 피부에 덮는다

 

물에 귀를 대고

물의 알갱이들이 토닥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물에 몸을 뉘이고

저녁 노을이 물에 흘러넘치는 걸 느낀다

몸에도 빛이 스며들어 불을 지핀다

 

초록잎은 연약한데 잘게 흩어져 가느다란 꽃대를 감싸고

이마에 핀 주홍빛 꽃은 여인을 품고 있다

손가락만 한 세월 깊은 여자

 

물에 몸을 반쯤 잠그고

바람이 들고 나는 것을 훔친다

바람은 물과 몸을 반쯤 섞어 놓았다

 

물은 짙푸르게 멍들고

몸은 점점 투명해진다

 

물 위의 꽃

물 아래 꽃

 

물과 몸의 경계에서 꽃은 피고

잠들고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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