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물에 몸을 띄우고
물의 일렁임을 피부에 덮는다
물에 귀를 대고
물의 알갱이들이 토닥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물에 몸을 뉘이고
저녁 노을이 물에 흘러넘치는 걸 느낀다
몸에도 빛이 스며들어 불을 지핀다
초록잎은 연약한데 잘게 흩어져 가느다란 꽃대를 감싸고
이마에 핀 주홍빛 꽃은 여인을 품고 있다
손가락만 한 세월 깊은 여자
물에 몸을 반쯤 잠그고
바람이 들고 나는 것을 훔친다
바람은 물과 몸을 반쯤 섞어 놓았다
물은 짙푸르게 멍들고
몸은 점점 투명해진다
물 위의 꽃
물 아래 꽃
물과 몸의 경계에서 꽃은 피고
잠들고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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