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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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사랑의 과잉

by 브린니 2023. 8. 28.

사랑의 과잉 

 

 

사랑은 과잉이다

언제나 흘러 넘친다

사랑하기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이기에

내게 기원이 없는

타자에게서 불어온 태풍이기에

 

내면의 쓰레기를 먼 바다로 내몰고

마음 한복판에 푸른 호수를 들여놓는다

 

사랑은 시간이 없다

역사를 허물고

미래가 정지한다

현존이 영원하리라 믿는다

사랑은 잠못든다

 

아주 작은 것들이 세계가 된다

입술 끝에서 우주가 흔들린다

사랑은 모든 장소를 초월하고

혀가 불탄다

수많은 형용사들이 쏟아지고

뱀들은 지혜를 읊는다

간혹 사랑의 거짓말은 사랑보다 많다

 

사랑이 결여하는 것은 없다

인간 스스로 파놓은 깊은 구덩이 속으로 걸어들어 가는 것

사랑은 치유를 넘어 스스로이게 하는 것

침묵하면서 희생하는 행위로 타자와 일치하는 거룩함

 

젊은 엄마가 빵을 자르고

딸들이 오물거리며 살을 뜯어 먹을 때

정오를 갓 지난 태양은 숨을 솔솔 분다

사탕과 케이크, 카라멜 마끼야또와 오미자 에이드

천장 높은 카페는 사람들의 대화로 울린다

 

태초의 소리처럼

사랑은 천둥과 벼락으로 진동한다

사람들은 타자를 자기에게  묶고 

사물들은 계급없이 분배된다

질서와 혼란이 반복되지만

사랑은 풍족하다

잠복해서 바다에 빠뜨릴 대상을 물색한다

 

차고 넘치고 배터지게 먹고도

열두광주리가 남는

사랑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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