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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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기억에 관하여

by 브린니 2023. 8. 17.

기억에 관하여

 

 

기억은 시간을 초월한다

그러나 한 장소에 머물러 있다

어떤 나쁜 것이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쁜 것이 그립다

그것이 기억의 정체성이다

진실이 숨은 장소에 붙박이는 것

 

자유

기억에서 풀려나는 것

기억상실증

자유에 대한 무지막지한 저항

불행을 뒤로 미루는 행위다

 

기억은 침묵하고

자유는 말한다

그러나 말은 거짓으로 옷 입고

벌거벗은 자유는 진실을 외치기 전 도덕의 매를 맞는다

진실이 무서운 사람들이 예술로 도피한다

예술은 폭로하지 않고 포장한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눈멀고 취하고 질식한다

 

기억이 미()로 바뀔 때

낡은 장소에는 새 건축물이 떠오른다

부요하고 여유롭고 넉넉하다

다른 시각으로 보고

기분좋게 취하고

숨을 쉴 수 있다

 

역설과 반전으로 기억은 자유롭다

 

시간이 되살아난다

기억도 나이를 먹는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옛 장소를 찾은 기억의 주인공들은 용서하고 화해한다

시간이 주는 선물이다

 

그러나 가끔 꿈에서

공포의 장소는 위력을 떨치고

자유로운 영혼이 가위 눌린다

꿈이라 다행이라며 꿈에서 깬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꿈으로부터 도피하려고 일상으로 안착한다

신은 우리를 어루만진다

말과 침묵을, 울음과 웃음을 창조한 그는

우리에게 면류관을 씌운다

가시로 엮은 생명의 피의 면류관을

 

인간은 한계 속에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모든 것을 겪는다

불가능한 것이 없다

신은 자신도 말하고 침묵하고 고통당할 수 있음을 늘 계시한다

우리는 때때로 위로받는다

간혹 신의 위로를 거절하고 투쟁하는 위대한 인간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로뎀나무 아래서

쉴 찰나가 있다

 

기억이 멈출 다른 장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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