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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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아내에게

by 브린니 2023. 8. 14.

아내에게

 

 

사진을 보내오

꽃이 다 시들고 있으니

꽃의 옛모습을 기억하시길

 

그대 생일이었던 8월 어느 날

슬픔은 극에 달하고

죽음 너머 숨은 빛이 가녀린 숨을 비틀고

바람은 사람들 사이를 돌다

당신 허리에 멈추었소

 

꽃 곁에 푸른 심장을 함께 넣어두었으니 세심히 찾길 바라오

언제나 죽음을 되새기던 사람은 그대인데

내 손에서 어둠의 흔적이 번들거리오

검은 빛이 오래동안 그대와 나 사이를 가두었오

둘이 하나가 되거나 셋으로 분열하거나

 

깊은 곳에 있던 사랑의 침묵은

말하고 이해하는 보통사람의 장소에서

메아리치나 보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같소

 

당신은 단 한 사람만을 위해 죽었으니 만인을 구원하였소

생일날이 축복인 것은 죽음을 예비하는 첫날이어서지만

사는 날이 모두 생일 같은 축복이라면

그 끝 날 꽃들은 폭발하리라

 

숨이 그리는 꽃을 들고

내가 곧 가리다

나를 품은 당신이 푸른 보석이오

검은 빛을 휘감은 흰 어둠 가운데

고요히 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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