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론자 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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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결정론자 자크

by 브린니 2023. 7. 29.

결정론자 자크

 

 

그는 사랑은 자질이라고 말했다

아무나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사악한 것은 사람의 기질이라고도 했다

의도치 않게 죄을 지었다고 터무니 없는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예의를 모르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래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람을 쉽게 믿었고

금세 사랑에 빠졌고

고민 없이 용서했다

상대가 곧 반격하고 자신을 파멸시키려 들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착한 것도 어리석은 것도 자질이며 기질이었다

돌은 깊이 박히지 않으면 누군가의 손에서 무기가 된다

구르는 것은 날 수 있고 다른 어딘가에 박힐 수 있다

돌은 바위가 아니다

 

산다는 것이 노력해서 되는 일이던가

인생은 원하는 곳으로 난 길이 아니므로

 

예기치 않게 불행을 만나는 일 따윈 발생하지 않는다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의 결과물을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 것일뿐

 

안타깝게도 예수는 성품대로 이웃을 사랑했고 이웃으로부터 죽임을 당했으며 이웃을 용서했다

그는 예수도 아니면서 스스로 십자가를 지겠다고 나섰다가 모욕을 당하곤 했다

 

사실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었다

그의 성정 때문에 결과가 뒤틀리는 사건이 종종 발발할 뿐

 

불현듯 깨닫는 것은 없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그를 비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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