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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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에드워드 호퍼 2

by 브린니 2023. 6. 25.

에드워드 호퍼 2 

 

 

흘러가는 길 위에서 호퍼는 생각한다

멈춰선 호퍼에게서 내면이 흘러내린다

풍경에 서서 집()을 바라보는 시선()

실내로 들어선 풍경들

 

 

건물들에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고

오전 7시의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다

선착장 노동자들이 남겨둔 수레와 공장 굴뚝의 연기

여름한나절 일요일 이른 아침 혹은 오전 11

호텔방에서 편지를 읽는 여자

2층 테라스에서 신문을 든 남자

 

 

이야기는 숨어 있고

인생의 수수께끼는 풀기 어렵다

거리와 공원, 철도역, 항구와 닿은 집들

사람들은 어디서나 북적이지만

그림에선 지워진다

 

텅 비어 있는

심연의 외곽

 

거기서 발견하는 것은 밖을 내다보는 한 사람

그리고 동시에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알 수 없는 시선

I after me

 

 

단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그린다는 것

얼마나 지루하고

그보다 더 위대할 수 있는가

불안과 분노를 숨긴 별일 없는 일상들

밤의 사무실에서는 낮과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푸른 저녁이 물들어가는 시간

소외도 고립도 단절도

살아가는 방법들이다

햇빛이 넘치는 창가에서 커피 한 잔

사랑과 행복을 위한 잠깐

세상과 사람 모두 안녕

신의 은총이 지나가다 잠시

 

 

봄날은 6월의 끝까지 머물고

도시와 자연을 회귀하면서 늙어간다

인생은 예술과 다른 방식으로 영원에 이르는 길이다

 

다른 시선과 깊은 분석과 통렬한 해체의

긴 여행을 마치고 호퍼는 

고요하고 단정한 생활로 돌아와 

오직 자기 자신만을 그렸다

 

사람들은 놀라고 공감한다

그는 사람들이 느끼는 것을 말해주었고

어렴풋이 느꼈지만

알 수 없던 것을 들려주었다

 

 

그는 조금 낯설지만 이웃이었다

가끔 당신의 집 현관 앞을 서성이는 말 없는 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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