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침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자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달아나
불안과 소외 속에서
내면의 소리에만 귀기울였던
집 속의 여행자
그의 얼굴은 경련에 떨었다
잘 짜여진 형식에 저항하는 일그러짐
기쁨과 향락의 느낌 너머
음율의 단호함
그의 귀는 숭고한 다른 세계로 떨어져 나갔다
어느 화가가 자신에게서 귀를 떼어놓았던 것처럼
빛이 없는 세계에서 상상할 수 있겠는가
소리 없는 진공에서 친구를 부를 수 있는가
아무것도 들을 수 없고
그 어떤 깨달음도 방해할 수 없는
칠흑같은 성스러움
믿음만이 태고의 소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침묵을 들을 수 있는 자
침묵을 들려줄 수 있는 유일한 자
세상을 굽어보며 비통에 잠긴
신의 침묵을
'창작글(시, 짧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드워드 호퍼 2 (0) | 2023.06.25 |
---|---|
에드워드 호퍼 1 (0) | 2023.06.25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0) | 2023.06.07 |
[창작시] 바다의 색 (2) | 2023.05.29 |
[창작시] 인생이란 (0) | 2023.05.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