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인생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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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시] 인생이란

by 브린니 2023. 5. 27.

인생이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차가 몹시 흔들렸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었다

배꼽 아래가 아릿했다

자이드롭에서 떨어질 때처럼

맨땅으로 추락하는 느낌이다

아내는 내가 입은 셔츠가 추레하다고 짜증을 냈다

그럴 때마다 머리가 쭈뼛하면서 쥐가 났다

 

인생이란 알 수 없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영웅이 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악담을 들으면 한없이 초라해진다

상처는 사랑과 깊이 맞닿아 있다

치료가 불가능하다

사랑은 돌이킬 수 없다

 

고속도로는 정체와 회복을 반복했다

서민들의 경제와 비슷했다

풀리는가 싶으면 다시 막혔다

아들은 6개월 뒤 제대한다

자취를 시작하고 고시를 준비해야 한다

돈이 많이 들 것이다

부모들은 돈보다 아들을 걱정한다

사랑이 더 깊고 무거울 것이라 믿는다

 

곧 장마가 시작될 것이다

낭만이 없는 비 오는 날이 계속되고

습기에 찬 눅눅한 날이 우울에 빠지게 할지도 모른다

황사 때문에 무지개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꽃 피는 날들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곳곳에 몇 년 전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플래카드가 널려 있다

그들에게 추억은 아름다울까

비통한 슬픔과 바꿀 수 있는 사랑의 기록은 무엇일까

 

비가 그치지 않지만

바람은 잦아들었다

일상은 부분적으로 안녕하고

한구석은 불안하다

청바지는 낡았고

여름 재킷을 사야 한다

 

인생은 다 살고 나서 계산하기 전에는 아직 전부가 아니다

희망이 조금 남았지만 시간은 늘 짧다

배가 고프다

몇 킬로 앞에 휴게소가 있다

 

길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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