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바다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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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시] 바다의 색

by 브린니 2023. 5. 29.

바다의 색

 

 

바다는 속도와 흐름에 따라

노란색을 띤다

붉지도 맑지도 않은 어정쩡한 색

혹은 황금이 되려고 지금 막 달아오르는 색

인간 내장 냄새를 지닌

 

파도와 거품과 모래가

붉은 피와 섞이기 직전

하늘로부터 미끄러지는 누런 빛덩어리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세상에 누렇게 황달이 낀다

 

늦은 오후와 저녁 일몰 사이의 빛깔

욕망이 절정으로 치닫기 전 잠시 멈춘

누런 고름이 바다와 모래와 사람을 병들게 한다

 

여인들만이 잠시 휴식한다

나무 뿌리 사이

넓적한 바위 사이

모래와 파도가 겹치는 곳에서

그녀들은 떼를 지어 누워 있다

 

여자들끼리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무성의 자연이 여인들을 낳고 여인들이 낳는다

야생 동물이 여인의 품으로 들어온다

여인은 죽음을 끌어안는다

두려움 없이 사랑하라

 

표범과 황소와 고래와 이야기를 나누면

슬픔과 아픔과 깊음을 이해하게 되리라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고통을

모든 죽어가는 것들의 평온을

 

오후 네 시 반

세상에 황금이 뿌려지는 시간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는

잠시 흘러 지나가는 빛깔

머뭇거리는 시간의 색

물고기들이 사람더러

인어가 되라고 꼬득이는 유혹의 순간

 

아프리카 여인들은 바다가 된다

 

나탈리 카르푸센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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