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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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카페에서

by 브린니 2023. 8. 15.

카페에서

 

 

시청이 보이는 카페 창가 자리에서

그녀는 블로그에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나눈 것들을 올리고 있다

주문한 커피는 몇 모금 마시지 않고 식어가고 있다

마침내 가득 담긴 커피를 발견하곤

아 내가 그렇다니까 무슨 일을 하면 지나치게 열심히 해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다들 그렇지 않은가

누가 주변을 돌아보는가

혹은 누가 그토록 진심으로 자기 일에 몰두 하는가

인생에서 적당히 해서 가능한 일도 있던가

 

카페에 와서도 스터디에 몰두하는 젊은이들도 있고

노트북에 빠진 사내도

귀에 꽂은 음악에 황홀한 처녀도 있다

일생 한 번밖에 맛볼 수 없는 평온하고

나쁜 일은 눈곱만큼도 생각나지 않는 휴일 오후

카페는 그래서 온동네 무궁화꽃처럼 피어 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존재하는 것은 짜릿하다

먼지처럼 사는 일

없는 듯 어디에나 있고

치우고 치워도 내려앉아서 있음을 증명하지만

의미도 가치도 없는 생

카페엔 먼지들로 가득하다

밖에서 그들이 어떤 정체성으로 살아가든

 

카페에 와서도 수업준비와 보고에 열중하는 그녀는

시간을 헛되이 소비하지 않았다고 자부하면서도

휴일인데 하루종일 일만 했다고 투덜거린다

어디 가까운 바다로 드라이브라도 갈까

노을을 보며 해변을 달리고 싶다

바다 너머까지 달리고 싶다

순간에서 영원까지 뛰어들고 싶다

남은 오후 짧은 햇빛 식은 커피

 

그녀는 주변을 돌아본다

밤이 지나면 일상의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전쟁에 취해서 비틀거리며

불타는 목을 움켜쥐겠지만

어제 휴일 오후 카페 창가 자리를 기억할 것이다

고요히 숨을 깊이 내쉬었었지

 

찰나

 

사진 한 컷에 담지 못할 어느

곧 잊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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