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실 해밋 <몰타의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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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대실 해밋 <몰타의 매>

by 브린니 2023. 8. 1.

대실 해밋 <몰타의 매>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는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이다. 하드보일드 문체의 특징은 등장인물의 외관과 행동, 발언만 묘사하고 심리적인 묘사가 없다는 것이다. 대실 해밋은 사실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인물들, 현실감이 물씬 풍기는 대화, 탄탄하게 구성된 플롯, 정밀한 묘사를 통해 탐정 소설을 한 차원 높이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느 날 탐정 샘 스페이드에게 원덜리라는 미모의 여성이 찾아와 서스비란 건달과 달아난 여동생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서스비는 호텔에 머물고 있으니 자세한 상황을 알아봐달라는 것이다. 동료 탐정 아처가 서스비를 미행해서 자초지종을 알아보겠다고 나서지만 의문의 살인을 당하고 만다. 경찰은 샘 스페이드가 아처의 부인 아이바와 불륜이었다는 것을 알아내고 샘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던 참에 서스비 또한 살해당한 채 시신으로 발견된다. 서스비가 아처를 살해하고 그 또한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할 수 없다.

얼마 후 카이로라는 남자가 샘을 찾아와 거액의 수고비를 내겠다면 몰타의 매라는 조각상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또 얼마 뒤에는 거트먼이라는 건달까지 나타나 매를 찾아달라며 거액을 제시한다.

모든 것이 몰타의 매라는 조각상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다.

샘은 원덜리를 찾아내 자초지종을 듣는다. 원덜리는 자신은 브리지드 오쇼내시이며 서스비와 몰타의 매를 훔쳐달아났지만 매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브리지드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여자였다. 그럼에도 샘은 그녀에게 이끌리게 되고 브리지들와 깊은 관계에 빠지고 만다.

샘은 홍콩에서 들어온 선박 파로호와 몰타의 매가 관계가 있으리라는 정보를 얻게되어 수사하지만 선박에 불이 나 수사를 포기하고 돌아온다.

그런데 그 선박의 선장 자코모가 매를 손에 쥔 채 샘의 사무실로 찾아오지만 곧 죽고만다. 자코모 역시 총을 맞은 것이다.

샘은 이 사실을 경찰에 알리고 매를 수화물 보관소에 맡긴 뒤 카이로, 거트먼, 브리지드를 만난다.

샘은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고 경찰에게 카이로와 거트먼을 체포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브리지드와 남아 마지막 대화를 이어나간다.

샘은 브리지드가 동료 탐정 아처를 죽였다는 것을 밝히면서 브리지드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브리지드는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샘은 한때 사랑에 빠진 그녀를 경찰에 넘긴다.

 

탐정 소설의 특징은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을 해결하고 경찰이 잡으려고 애쓰는 범인을 특유의 기지로 잡아내는 유능하고 약간은 슈퍼 히어로 같은 탐정 주인공을 중신으로 스토리를 흥미롭게 전개시킨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탐정의 캐릭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몰타의 매의 주인공인 탐정 샘 스페이드는 보통의 탐정들과는 좀 다르다. 그는 여러 여성과 불륜에 가까운 연애에 빠진다. 거기에 대해 일말의 감정도 없다. 그저 욕망에 충실한 것이다. 대신 직업 정신에 충실하다. 자신의 인격과는 무관하게 범죄자들에겐 무관용, 무자비하다. 자신과 연인 사이가 된 여자 브리지드에게도 가차 없다.

그는 정의롭거나 인간미 넘치는 탐정이 아니다. 탐정은 그냥 직업일 뿐이다. 사건을 해결하고 돈을 받는 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그는 매우 유능하고,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사건을 종결 짓는다. 그는 늘 자신만만하고 자신감에 넘친다.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증명한다.

그는 건달이나 범죄자와 한끝 차이지만 법을 위반하는 일은 자초하지 않는다. 오히려 법을 요로조리 피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영리하다. 그것이 그를 죽음으로부터 구해내고, 사건을 해결하고 돈을 벌게 해준다. 그는 쉽게 사랑에 빠지지만 영리하게도 깊게 빠지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거기서 벗어난다.

범죄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많은 남성들이 팜므파탈의 미모에 속아 함정에 빠지곤 하는데 샘 스페이드는 냉정하게 팜므파탈을 정복할 뿐 푹 빠져서 헤매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은 이 소설이 발표된 시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여성들의 지위도 높지 않았고, 여성 주체가 남성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쉽게 용납할 수 없는 분위기였을 것이다. 후대에 갈수록 팜므파탈의 영향력이 커지고 여성 캐릭터가 남성 주인공과 대등한 위치로 격상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몰타의 매>는 아주 쉽게 읽힌다. 여름 휴가 때 킬링타임용으로 제격이다. 서늘한 살인 사건과 냉정한 남자 탐정과 입만 열면 거짓말을 쏟아내는 욕망의 화신 여주인공이 벌이는 매를 둘러싼 게임이 흥미롭다.

하지만 요즘처럼 복잡하고 드라마틱한 범죄 소설과 영화가 판치는 시대에 <몰타의 매>는 단순하고 좀 싱겁다. 그러나 복고풍이 유행의 한 지류이기도 하므로 탐정 소설의 효시에 가까운 <몰타의 매>를 읽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영화 <몰타의 매>를 찾아보면서 원작과 다른 점을 발견하는 것도 즐거운 일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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