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마중하다
―길병민 노래를 들으며
문득 새벽 두 시에 깨어나
그는 피아노 치는 형을 불러내
노래를 부르러 갔다
그는 늘 노래가 아니라 울음을 불렀다
야수처럼 맹수처럼
사람이 아닌 것처럼
그의 노래는 너무 치명적이어서
자기 자신의 가슴을 찢었다
불행하다는 것은 천국이 아니라 이 땅에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외부로부터 들이닥치는 부당한 고통과 불행을
아무에게도 호소하지 않고 삼킬 때
타인에게 치료제가 되었다
고통만이 인간이 신보다 위대해지는 순간이다
청춘시절 서울의 외곽은 어두웠고
추억을 파는 것은 비겁한 자의 변명일 뿐
과거는 미래를 위한 알리바이가 아니다
그는 노래할 뿐
그는 침묵할 뿐
이유를 알 수 없는 타인들이
그의 찢긴 가슴을 엿보며
경이에 휩싸여 정신을 잃는다
시간은 망각되지도
되찾을 수도
두 번 경험할 수도 없지만
미래로부터 오는 당신을 마중할 수 있다
피의 꽃을 가슴에 품고
막 꺼낸 심장을 손에 들고
'창작글(시, 짧은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작시] 맥베스 (1) | 2023.05.02 |
---|---|
[창작 시] 우리는 바다로 갔다 (0) | 2023.04.30 |
[창작시] 그대의 찬 손 (0) | 2023.03.12 |
[창작시] 명상하는 밤 (0) | 2023.03.05 |
[창작시] 러브 스토리 (0) | 2023.02.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