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찬 손
3월 중순인데 꽃을 시샘하는 바람 불고
검은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젊은 성악가의 공연을 보러 가는데
운전대를 잡은 손이 차다
"오늘은 장갑을 끼고 오지 않았네"
집을 나설 때 남편 말을 무시했는데
요즘 날이 너무 좋아서 까맣게 잊었는데
손이 시리다
"손이 이렇게나 차?"
남편이 놀란다
라보엠 여주인공은 병들어 죽어간다 쳐도
멀쩡히 산 사람 손이 이렇게 차다니
아내의 손을 처음 잡은 듯
그의 손이 떨린다
남편의 손은 온기로 따뜻하고
고스란히 내게 전달된다
내 손은 달아오르고
그의 손 온도는 내려간다
한 손으로 운전을 해도 위험하지 않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으니
든든하고 푸근하다
데워진 손으로 찬 손을 문지른다
한 사람의 손이 이토록 다르다니
아수라백작처럼
내 속에 두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나는 모조리 찬데
그대가 있어 잠시 따스해진 것일까
사는 동안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은 참 따뜻한 일이다
그의 두 손은 내 손을 덮고
사랑으로 어루만진다
정성을 다해
애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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