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그대의 찬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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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시] 그대의 찬 손

by 브린니 2023. 3. 12.

그대의 찬 손

 

 

3월 중순인데 꽃을 시샘하는 바람 불고

검은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젊은 성악가의 공연을 보러 가는데

운전대를 잡은 손이 차다

 

"오늘은 장갑을 끼고 오지 않았네"

집을 나설 때 남편 말을 무시했는데

요즘 날이 너무 좋아서 까맣게 잊었는데

손이 시리다

 

"손이 이렇게나 차?"

남편이 놀란다

라보엠 여주인공은 병들어 죽어간다 쳐도

멀쩡히 산 사람 손이 이렇게 차다니

아내의 손을 처음 잡은 듯 

그의 손이 떨린다

 

남편의 손은 온기로 따뜻하고

고스란히 내게 전달된다

내 손은 달아오르고

그의 손 온도는 내려간다

한 손으로 운전을 해도 위험하지 않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으니

든든하고 푸근하다

 

데워진 손으로 찬 손을 문지른다

한 사람의 손이 이토록 다르다니

아수라백작처럼

내 속에 두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어쩌면

나는 모조리 찬데

그대가 있어 잠시 따스해진 것일까 

 

사는 동안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은 참 따뜻한 일이다

 

그의 두 손은 내 손을 덮고

사랑으로 어루만진다

정성을 다해

애타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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