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명상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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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시] 명상하는 밤

by 브린니 2023. 3. 5.

명상하는 밤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네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으로

머리가 복잡하네

 

남편의 팔을 베고 가슴에 얼굴을 묻어도

머리엔 온통 근심과 불안

가슴이 미어지고 세포가 녹아내리네

 

어느새 남편은 코를 골고

세상엔 어둠과 나만 남았네

 

홀로 깨어 있다는 사실

양자택일할 시간이 왔네

 

호흡을 고르고 명상을 시작하네

길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숨을 거둬들이네

호흡을 반복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끼네

 

심장에 피가 돌고

세포들이 부스럭거리네

드디어 세포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네

 

우린 오늘에 있는데 너는 왜 내일로 먼저 가버렸니

우린 오래 살 수 없는데 너는 미래까지 걱정하니

오늘을 사는 세포가 내일을 근심하는 머리에게 말하네

 

몸은 하나인데

머리 혼자 내일로 떠난 뒤

세포들이 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걸

 

나는 명상 끝에 깨닫네

내 영혼을 담은 내 몸이여

하나이면서 여럿인 세포들이여

 

몸과 마음 어디 안 아픈 곳이 있으랴마는

서로에게 서로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따로 있지 않고

하나로 묶여 있음을

 

잠든 남편을 보며

사람도 엮여서 둘인 듯 하나로 살고 있음을

 

찰나

세포들이 행복한 꽃처럼 피어나고

슬며시 잠이 들어와 평화로 이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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