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라 보엠 La Boh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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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시] 라 보엠 La Boheme

by 브린니 2022. 12. 18.

라 보엠 La Boheme*

 

 

청춘은 가장 슬픈 계절이다

후안 미로의 빛나는 별도, 여인도 없다

새들은 먼 도시로 떠났다

 

가난은 청춘의 기념품이 아니다

춥고 텅 빈 방에서 쓰러져서 운다

젊음은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

 

사랑이 세상 최고의 가치일지라도

돈을 벌어다 주지 않고

죽어가는 연인을 살릴 수 없다

 

청춘의 계절은 멋쟁이 코트로 버틸 수 없는 겨울이다

텅 빈 방에서 연인이 피를 토하고

탕진한 시간이 종말을 맞는다

 

청춘의 미학은 시를 써서

채울 수 없는 흰 공백

푸른 하늘이자 붉은 노을

종착역 없는 가능성의 무한대

 

병든 사랑의 불가능성

제비다방에서 죽은 날개 없는 이상과

닭 스무 마리를 먹고 살고자 했던 유정의

봄날이다

 

오지 않는 봄

두 번씩 지연되는 미래

날씨가 화창해서 슬픈,

서늘한 빛과 장마가 지배하는 우울

 

노래, 편지, 카라멜마끼아또, 스캔들, 단절과 은유

영원의 시간이 신화를 만들고

현실은 여전히 빈틈이 없다

 

끊긴 길 위에서 지도를 본다

좌표는 뿌옇게 부풀어 올라 비웃고 있다

빈손이 들고 있는 것은

시간의 비물질성

 

청춘의 시간은 바깥이다

시계 밖에서 비껴 서성인다

 

청춘의 화살은 하마르티아

용서받지 못한다

연애를 수 천 번 하더라도

내가 진심인 여자를 만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믿지 못할 것은 경험이 아니라 생각들이다

 

청춘은 반성할 줄 모른다

뒤를 볼 수 없다

청춘의 눈은 푸르고 충혈 되어 있다

 

모순과 역설이 빼곡한 문장

청춘의 기록은 파편뿐이다

스토리와 기적들

사랑과 사건은 처음만을 반복한다

 

죽음의 시간은 언제나 조금 빨리 도착한다

젊음과 늙음은 아무 차이도 없다

간주곡 없는 죽음의 푸가는

사랑할 시간이 짧다는 것을 미리 짐작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엿보려고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아도

질투는 욕망을 끝낼 수 없다

 

나는 두렵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의 인생이.

 

텅 빈 다락방에 당신의 시체를 놓아두었다

 

*라 보엠 La Boheme  푸치니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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