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합창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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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시] 합창교향곡

by 브린니 2023. 1. 8.

합창교향곡

 

 

어둠의 뒤편에서 서서히

빛이 떠오른다

 

아니다

어둠 스스로 내파하면서

빛을 열고 있다

 

어둠을 밀어내고 빛이 얼굴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자신을 부수고 쪼개고

산산이 흩어진다

 

어둠의 얼음을 깨트려서 빛의 봄을 만든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도

하늘이 진동하고

바다가 출렁이고

땅이 흔들린다

 

슬픔을 넘어 기쁨이 오는 것이 아니다

슬픔은 스스로를 깨트려 기쁨을 쏘아올린다

아픔과 고통을 견디고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는 폭발하면서 생명을 꺼낸다

 

젊음의 푸른 잎은 조각조각 떨어지며 백발을 꽃피운다

웃음은 아이들의 몫

생의 희열은 어른들이 차지한다

아무리 큰 아우성도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침묵은 소리를 숨기고 있다

함성으로 가득 찬 침묵

음악뿐인 고요

신의 은총에 대한 인간의 통곡

 

살아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은

신과 더불어

봄날의 정원을 거니는 것은

 

창조주와 피조물이 아닌 그저 친구로서

존재가 존재 안에서

어울려 노래하면서

이야기하고 사건을 만들어가는 것은

 

신과 인간의 결혼이 아름다운 이유다

 

어둠 한 줌 없는 빛의 세상에서

슬픔 한 톨 남지 않은 마음에서

고통과 상처 없는 부활하는 몸으로부터

꽃은 피고 새가 날고 아이들이 웃는다

 

죄 없는 어른들이 행복하게 늙어가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cmy-daxIZk&t=123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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