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 <쇼팽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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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앙드레 지드 <쇼팽노트>

by 브린니 2022. 11. 28.

 

앙드레 지드는 <좁은 문>, <지상의 양식> 등을 써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또한 그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제자들을 레슨할 정도로 수준 높은 연주자였다. 그는 리스트와 쇼팽 등을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그는 쇼팽을 매우 사랑한 것 같다. 그래서 쇼팽을 어떻게 이해하고 쇼팽의 피아노곡을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고민했으며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이해한 쇼팽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앙드레 지드는 사람들이 쇼팽을 리스트처럼 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교파 연주의 달인이라면 리스트 곡에서 적어도 애착할 만한 부분, 홀딱 반할 만한 면을 발견한다. 그런 기교파 피아니스트의 실력으로 리스트는 그냥 따라 잡힌다’. 그런데 쇼팽은 그런 연주자의 손에 잡히지 않는다. 빠져나가도 아주 미묘하게 빠져나가서, 심지어 청중은 전혀 눈치채지도 못한다.”

 

지드는 쇼팽이 늘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그 곡을 연속적으로 죽 형성되어가는 것처럼 이해야지 완벽하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일체로서 표출해서는 쇼팽 특유의 매혹적인 망설임, 놀람, 황홀 같은 것을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지드는 말한다. “쇼팽은 제안하고, 가정하고, 넌지시 말을 건네고, 유혹하고, 설득한다. 그가 딱 잘라 말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우리는 쇼팽의 생각이 수줍게 머뭇거릴수록 더욱 유심히 거기에 귀 기울린다.”

 

지드는 문학과 음악전문가로서 쇼팽의 G단조 발라드 서두에서 심오한 B플랫음 하나를 떨구는데, 바로 그 음이 마술사가 휘두른 마술봉처럼 갑자기 곡의 풍경을 바꾼다. 이러한 매혹적인 대담성이야말로 <악의 꽃>을 쓴 보들레르의 놀라운 암식적 어법에 비견할 만하다고 쓰고 있다.

 

지드는 악보까지 인쇄해서 보여주지만 음악과 문학 이론을 잘 알지 못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쇼팽이 어떤 완벽한 음악을 추구하기보다는 이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작곡하고 연주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거기에 쇼팽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어떤 음악이나 기교나 학습을 뛰어넘는 천재의 흐트러짐,

 

쇼팽은 감상적이었고, 그의 음악이 슬픔을 표현하고 있지만 정작 쇼팽은 그 슬픔을 넘어서 기쁨에 도달했다는 것이 지드의 생각이다. 이러한 기쁨은 그의 곡이 풍경과 하나로 녹아드는 지극한 행복으로서 빛의 장난, 졸졸대는 물의 소근거림, 바람 소리, 나뭇잎과 새 소리들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드는 주위 환경을 상큼하게 만들어주고 향기를 불어 넣어주는 환기, 이런 한 줄기 미풍을 나타내고 싶다는 욕망과 꼭 표현하겠다는 욕구를 가진 음악가가 쇼팽 말고는 또 있었던가?”하고 묻는다.

 

지드의 말처럼 쇼팽은 매우 단순한 자료인 음표에 매우 인간적인 감정을 침투시켜 그것을 웅장함으로까지 확장하는 동시에 음 하나하나의 표현적 힘에 대해 명상하는 예술가인 것이다.

 

지드는 쇼팽의 전주곡들에 대해 말하는 와중에 D단조와 A단조 전주곡이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을 내는 것이 맞지만 이것은 쇼팽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극한까지 밀어붙여서 내밀한 존재가 부조화를 이루는 경지까지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쇼팽은 만약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인간적 호소 같은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치명적 행진을 이어가는데 이 불화로부터 불안이 생겨나고 쇼팽은 이 불안을 그 자체로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앙드레 지드는 슈만은 시인, 쇼팽은 예술가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많은 음악가들은 시인처럼 하나의 감정에서 출발해서 그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찾지만 쇼팽은 음표에서 출발해서 단순한 음표에 인간적인 감정을 침투시켜 그것음 웅장함으로까지 확장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쇼팽노트>를 비롯해서 앙드레 지드의 일기와 쇼팽노트에 관한 평들을 싣고 있다. 쇼팽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문학거장인 앙드레 지드의 예술전반에 관한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4) [클럽발코니SHOW] 조성진의 녹턴 (Seong-Jin Cho, Chopin: Nocturne, Op. 9: No. 2)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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