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마음이라는 물질적 존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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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시] 마음이라는 물질적 존재에 관하여

by 브린니 2022. 10. 12.

마음이라는 물질적 존재에 관하여

 

 

어둠은 차츰 심장을 파먹고

폐로 쑥 들었다가 나며

죽음 근처로 장기들을 옮기고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은 장기들 사이에 숨은 마음이란 것뿐이었다

마음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물질이었다

 

마음이 불멸하는 영혼일지 모르지만

마음은 늙고 병들고 아프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없지만,
있는

 

인간에게 몸이 있는 한

마음은 흔적을 남긴다

 

언제나 침묵하고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으며

 

썩고 찌들고 쪼그라들지만

진단하고 수술할 수 없다

 

만질 수 없는 물질

불태워 없앨 수 없는 물질

한순간 죽었다가 늘 거듭나는 물질

 

고결한 영혼도 천박한 감정도 아닌

 

사람이 살아 있으면

언제 어디든 같이 숨 쉬면서

몸이 죽어가는 시간에도

시퍼렇게 생생하게

그 몸의 시간을 증명하는

 

몸이 죽을 때 같이 죽어서

몸이 가는 곳과는 다른 데로 가는 물질

 

마음은 거기서 어떻게 따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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