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오후만 있던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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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오후만 있던 일요일

by 브린니 2022. 9. 11.

오후만 있던 일요일

 

 

이렇게 가다보면 끝도 없이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내가 말한다

그렇다 우리는 바다가 나올 때서야 멈출 수 있다

어느 경계선 앞까지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고 질주할 수 있다

 

가끔은 자유가 사랑을 가로막을 수 있다

언젠가 한두 번 가본 적 있는 길 처음인 듯 달리는 기분

같은 길을 맴돌면서 누리는 자유를 끊을 수 없다

착각하는 자유 중독

사람들 모두 멋진 트루먼 쇼 황홀한 메트릭스를 꿈꾼다

 

어쩌면 사랑은 자유에 대한 용서일 수도 있다

자유의 끝에서 만나는 바다

바다는 세상을 둘러싸고 덮는다

사랑은 자유가 몰고왔던 죽음과 상처를 천천히 녹인다

냉전이 뜨거운 평화로 바뀌는 지구종말의 시대

사랑은 자유를 해방한다

 

비염 약을 먹은 탓에

꿈 없는 영상에 시달리며 눈을 떴을 때

아내는 침대 앞에서 남편을 깨울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가 자유의 방랑에서 지쳐 돌아온 지 수 년

아직 악몽을 꾼다

달아나고 도망치고 탈출하면서 그는 자신으로부터 도피한다

그는 내가 아니다

 

아내와 함께 또 다시 바다로 간다

바다에 빠질 수 없지만

파도는 부끄러움을 씻어낸다

수많은 패배의 흔적을 바다에서는 찾을 수 없다

뭍에서 난 상채기가 물에 씻긴다

 

신성한 저녁 세례 시간

노을은 통곡하듯 하늘에 불을 지르고

사랑은 세상과 사람의 경계를 지운다

 

아내는 남편의 얼굴을 문지른다

개는 컹컹 짖는다

아내는 신성한 귀를 열고

개가 연주하는 자유와 사랑의 렙소디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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