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병든 뮤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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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병든 뮤즈 2

by 브린니 2022. 8. 28.

병든 뮤즈 2

 

 

노을이 번지는

등대 아래 방파제에 앉아있으면

어딘가로 둥둥 떠내려가는 듯

 

바람이 파도를 밀면서 가까이 다가오고

어둠이 야금야금 바다를 먹어들어오면

불안이 마음 끄트머리를 점령합니다

 

장마가 물러가면서 침수됐던 세간들이 모두 털려나간 것처럼

사람 마음이 삽시간에 텅 빈 것 같다고 느낍니다

 

아내는 사랑하는 개를 꽉 끌어안습니다

수북한 털에 얼굴을 비비고

헐떡이는 심장의 온기를 느끼면서

두근대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씁니다

 

컹컹컹 개는 두려움을 쫓듯 세게 짖고는

마음을 앓는 아내의 어깨에 고개를 떨굽니다

 

항구 저편에서 틀어놓은 모차르트의 음악이 여기까지 들려옵니다

어쩌면 붉은 기운을 품은 구름 저 너머에서 연주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기쁨도 아픔도 애증이나 분노 모두 예술이 되는 저물녘입니다

뮤즈는 병들었지만 늙지 않습니다

개는 점점 말라가지만 눈에서 파란빛을 뿝습니다

개 짖는 음악에 노을이 물러나고 이제 캄캄한 어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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