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논 따모 삐우(non t'amo pi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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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논 따모 삐우(non t'amo più)

by 브린니 2022. 8. 16.

논 따모 삐우

더 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으리

베이스 바리톤 남자는 절절히 떠난

사랑을 노래하는데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는 소리가

더 크게 사랑을 외치는 비명으로 들린다

 

폭우 사이로 불타오르는 얼굴

길은 물에 젖어 비틀거리고

자동차는 취한 듯 길 밖을 달리려고 으르렁거린다

 

사랑만큼 배신을 잘 하는 감정이 없고

사랑만큼 아름다운 거짓말도 없지만

길을 나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사랑을 반복하는 일은 언제나 슬프나 옳은 짓이다

 

비 때문에

바다에 가려는 생각을 접고

찻집에서 고요히 책을 읽다가

어느 소프라노가 부르는

슈만과 말러의 연가곡을 들으러 예술의 전당엘 간다

 

바다는 늘 거기 있으니 감흥이 적고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뒤섞여 새로운 자연을 다시 만들어내서일까

오늘 한 끼밖에 먹지 못했으나 지상의 양식에 배부르다

피렌체 가문의 정원에서 시를 쓰는 행복한 개가 된 기분

 

문득 개들은 사랑을 어떻게 이해할까 궁금하다

사랑이란 감정이 아니라 믿음이며 의지와 희생이라고 말해도

개는 알아듣지 못한다

사랑하면 그저 아껴주고 쓰다듬어주고 배불리 먹여주는 것

 

사랑은 모름지기 감정을 다해 애쓰는 것

감정을 느끼고 폭발하는 것

눈물에 푹 젖는 그런 슬픔이나 아픔

고통을 일부러 뒤집어 쓰는 것

 

그러므로 언제나 다시 사랑하지 않겠다며 버티는 것

처음이자 끝인 꿈

115년만의 폭우다

감정을 다친 개들이 우우 우는 소리가 차의 지붕을 때린다

논 따모 삐우

 

non t'amo più 더이상 사랑하지 않으리 / 이태리 가곡 / 파올로 토스티 작곡 

 

(118) F.P.Tosti - Non t'amo più [#ODE_PORT_LIVE] [Byeong Min Gil] │ 오르페오 채널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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