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바다 풍경
본문 바로가기
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바다 풍경

by 브린니 2022. 8. 15.

바다 풍경

             -당진에서

 

 

섬 위에 패션 아울렛 창고가 있습니다

문을 열면 툭 숲이 튀어 나옵니다

파도를 밟고 자라는 나무들이 숨을 뿜습니다

 

모차르트가 장송곡을 연주하는 일요일 오후

사람들은 신성한 빵을 먹습니다

 

여러 곡물 씨앗을 삼킨 배에서 양식이 흘러나오고

시를 읊는 개는 레몬라즈베리 술을 마십니다

 

어디서부터 초월이며 피안인지 알 수 없도록 졸음이 쏟아집니다

 

코앞에서 서해대교가 바다와 도시를 잇고

갯벌에는 잠자리가 쌍을 지어 납니다

 

모래 위에 지은 위태로운 집에서 한낮에도 축제를 벌이는

겨울사람들이 두번째 장송곡을 틀어놓았습니다

 

목요일에 걸려온 전화는 죄책감을 덜게 합니다

다른 도시에 다녀온 아이 하나가 병을 옮겨왔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이 다른 이의 목숨을 속량합니다

 

개는 사람들의 일상사로 시를 짓고

나무로 만든 세상 모든 악기들이

천상과 지옥 사이를 음악으로 옭아맵니다

 

사람들은 예배합니다

풍요와 너그러움을 배려와 신뢰를

신의 선하심에 기대며

겨자씨를 바다 한복판에 심습니다

 

심연에 뿌리를 내리고

새가 깃들고 물고기들이 떼지어 노는

섬 하나가 거듭 태어납니다

섬아이들을 입힐 섬유공장을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