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시
코로나 19 후유증에
가슴이 뛰고
역류성 후두염까지,
죽과 꿀로 버티는
아내를 위해 유황한방오리를 먹으러 나섰다
한약도 한 첩 먹어보자고 며칠 뒤 예약해뒀는데
처이모로부터 전화가 와서
며칠 전 장모가 자리에서 일어나다 쓰러져
얼굴에 멍이 들었다고 한다
아내는 얼른 흑염소를 달여 드시게 하라며 한약 지르려던 값을 이모께 보냈다
장모는 딸에게도 안 좋은 일에는 입을 닫았다
좋은 소식 나누면서 살기도 어려운데
나쁜 일로 맘 상하면 못쓴다는 생각이셨다
서른 두 살에 장모는 자궁 외 임신이 되어 자궁을 통째로 들어내야 했다
그 뒤로 다리에 힘이 없어 늘 손 짚고 일어섰는데
이제 나이 들어 팔에도 힘이 떨어져 얼굴을 찧은 것이다
얼굴에 멍빛이 바뀔 때마다 혼자 울었다고 한다
엄마한테 약값을 보내고 나니까 속이 다 나은 것 같아
1년에 한 번씩은 흑염소를 드시게 해야겠어
고슬고슬한 찰밥을 품은 유황오리는 기름이 쫙 빠져 담백하고 쫄깃하다
정신없이 먹다가 문득
닭을 스무 마리쯤 고아 먹으면 살 것 같다고 말한
서른 살에 죽은 김유정이 생각났다
잘 먹고 잘 살자는 말에 괜히 숙연해지고
밖에선 소나기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식사가 끝난 뒤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일상사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식당 벽이 거울이라 손님들이 두 배로 많아 보이는데
오리 껍질을 씹고 있는 내 얼굴과 눈이 마주쳐
민망하고 부끄럽다
인생 참 잘못 살아왔구나
인성 참 더러운 놈이었구나
자괴감에 머쓱해지는데
아내는 그대로 내가 있어 참 다행이란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혼자 살면 식당에 와서도 못 먹고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 몇 날 몇 끼 혼자 먹다가 지겨워서
냉장고에 두고 자꾸 쌓이기만 할 것이라며
밥동무 하는 나를 기특하게 바라본다
개가 뼈다귀를 핥듯 배터지게 먹고나서
개 같은 내 인생, 개처럼 사랑받고 사니까 참 다행이다, 생각했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데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디저트 먹을 상상에 부풀었다가
집 가까운 찻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해로 사람 목숨이 위태로운데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고 현명한 아내가 말하고
아무리 그래도 보약 한 첩은 먹여야지, 나는 딴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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