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바다가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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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바다가 보이는

by 브린니 2022. 8. 9.

바다가 보이는

 

 

사흘 전 왔던 길을 완전히 똑같이 달려왔습니다

그날엔 아무런 목적도 없이 산길을 돌아나왔을 뿐인데

오늘은 바다를 보려고 나섰더니 네비게이션은 우리를 산을 넘게 했습니다

 

매일 당신과 높고 낮은 길을 오르고 내립니다

일상과 여행이 다를 바 없이

하루는 그냥 돌아오지만 다음날은 멀리 떠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랑의 분량뿐인 것 같아요

두부처럼 심심하지만 배부르고 두텁습니다

사람을 인생의 마지막까지 이끄는 건

당신을 위해 작은 배려를 쉬지 않는 일입니다

 

한 톨의 미움도 흘리지 않는 잘 지은 솥밥처럼

사랑이 단단하게 시간의 공백을 채우는 것

술이 익어 풍미와 향을 주고받듯이

보상 없는 내어줌이 영혼을 채색합니다

 

갑자기

금방 따온 딸기 같은 잇몸으로 웃는 아이들이 바다에서 튀어나옵니다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별과 새와 여인과 아이들이

바다가 보이는 숲에서 빵을 먹습니다

 

여기온 것은 운명이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미래는 늘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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