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는 일
거의 잊혀진 것 같다
머리 하나를 두고 온 것 같다
머리가 두 개인 사람처럼
머리를 일으켰다
모든 게 너의 착각에서 시작되고 끝났다,
헤어질 때
당신이 한 말
두 명의 사람이 누워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간신히 한 사람만 안아 일으켰다
라디오 스위치를 켜고
어제와 똑같은 아침 방송을 들었다
―김행숙
【산책】
아마도 실연을 당한 뒤의 삶에 대해 쓴 시 같다.
모든 게 너의 착각에서 시작되고 끝났다,
헤어질 때
당신이 한 말
오해는 늘 큰 불상사를 일으킨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차갑게 돌아섰을 때
그 이유를 알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이유를 알기 위해 애쓰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고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잘 잊는 것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돌아섰듯 나도 잘 돌아서서 내 길을 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날을 잊듯 나도 그 사람을 잊고 잘 살아야 한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사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
거의 잊혀진 것 같다
머리 하나를 두고 온 것 같다
머리가 두 개인 사람처럼
머리를 일으켰다
그 사람을 기억하는 머리와
그 사람을 잊은 머리가 있다.
간신히 그 사람을 잊은 머리를 일으키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 사람을 잊지 못한 머리는 아직 침대에 누워 있다.
★
두 명의 사람이 누워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떠서
간신히 한 사람만 안아 일으켰다
연인과 함께 누웠던 침대에
여전히 연인이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나의 착각이다.
그러나 연인이 나와 함께 있다고 느끼는 환상은 어느 기간 동안 계속 될 것이다.
완전히 잊혀지는 데는 시간이 꽤 많이 걸린다.
아마도 사랑했던 깊이에 따라 잊는 시간은 더 길어질 것이다.
머리도 두 개
몸도 두 개인 것처럼
내가 아닌 내가 하나 더 있는 것처럼
일종의 환상통 같은 것을 느끼며 매일 아침 잠에서 깬다.
그리고 간신히 두 개 중 하나만을 일으켜 아침을 시작한다.
아침은 가장 맞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끔찍한 고통일 수 있다.
그러나 그래야 삶은 계속된다.
실연 때문에 죽을 수야 없지 않은가.
매일 아침 멍하니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는 일
멍한 머리는
생생한 머리가 누워 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
라디오 스위치를 켜고
어제와 똑같은 아침 방송을 들었다
그리고 알람과 함께 시작되는
아침방송을 듣는다.
거의 매일 같은 뉴스가 반복된다.
오늘의 날씨는…
정치, 경제의 상황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세상은 돌아가고 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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