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성경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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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일상생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성경적 해석

by 브린니 2022. 5. 8.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베리스모, 즉 사실주의 오페라로 유명합니다.

 

1880년경 시칠리아 섬의 어느 마을에서 부활절에 일어난 치정과 결투, 죽음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퇴역 군인인 투리두가 애인이었던 롤라가 다른 남자 알피오와 결혼한 사실을 알고 절망하다가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여인 산투차와 연인이 됩니다.

 

하지만 유부녀 롤라는 남편 알피오가 일하러 간 사이에 투리두를 유혹하고, 옛사랑을 잊지 못하던 투리두는 롤라와 밤을 지내게 됩니다.

 

다음날은 부활절 아침, 아내를 그리워하며 돌아오는 알피오에게 산투차는 투리두가 롤라와 밤을 보낸 사실을 폭로합니다.

 

알피오는 투리두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알피오는 어머니 루치아에게 산투차를 딸처럼 여겨달라고 부탁한 뒤 결투에 나가 알피오의 칼에 찔려 숨을 거둡니다.

 

이 짧은 오페라는 아름다운 간주곡으로 인해 더 유명합니다.

https://youtu.be/POA_ZVYLRms

 

급작스런 결투와 죽음으로 끝나버리는 이 오페라를 대본가와 작곡가는 어떤 의도로 만들었으며, 관객은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해 해석을 시도할 때에 오페라코치 정태양은 부활절에 일어난 사건임을 강조하며 유부녀와 밤을 보낸 죄에 대한 뉘우침과 죄의 대가로 예수의 십자가 죽음처럼 투리두도 죽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 죽음은 회개이기에 부활절이라는 설정과 어울리고, 투리두의 죽음은 회개와 속죄, 부활로 이어진다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예수는 죄가 없이 십자가를 지는 것이지만, 투리두는 자신의 죄로 인해 죽음을 당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연결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을 때에 세상 모든 죄를 전가받아 짊어진 속죄양이었습니다. 그 자신이 죄가 없었을지라도 십자가에 달릴 때의 상태는 죄인, 혹은 모든 죄 그 자체가 되어 못 박혔기 때문에 그 죽음이 대속의 무게를 지니는 것입니다.

 

완전한 죄인, 죄 그 자체가 되어 못 박혀야만 십자가가 온전한 의미를 지니며 그렇기에 하늘 아버지로부터 완전한 버림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는 외침은 진짜 버려졌기 때문에 나온 외침입니다. 그 순간에 진짜 버려지지 않았다면 온전한 속죄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늘 아버지께 온전히 버려져야 할 만큼 완전한 죄인인 상태에서 십자가에 못 박혔기에 예수는 모든 죄인을 대표할 수 있습니다.

 

투리두는 죄인입니다. 어쩌면 사실주의 오페라라 하는 이름처럼 모든 현실 속에서 죄를 짓는 이들의 대표 이름이 투리두인 것입니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모든 죄인들은 부활절에 이처럼 죽음을 경험해야 합니다. 죽음을 건너 부활하는 날이 바로 부활절이니까요.

 

그리고 그 부활절은 부활절이 아닌 날에도 공연되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처럼 우리의 삶 속에 어느 날, 어느 순간에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유부녀이면서 감히 옛 애인 투리두를 유혹한 롤라, 분을 참지 못하고 감히 투리두를 살해한 알피오, 아무리 분노에 찼다 할지라도 감히 알피오에게 투리두의 죄를 고해 결투에 이르게 한 산투차, 아들의 행실에 대해 관여치 않아 방임한 어머니 루치아, 어쩌면 모두에게 죄가 있습니다.

 

그 모든 죄는 투리두의 죽음, 혹은 투리두를 살해함, 투리두에게 죄를 전가하고 죽임으로 결말을 맺습니다.

 

투리두는 기꺼이 결투를 받아들이고 죽음을 예감하면서 자신의 죄를 폭로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산투차를 보호해 달라고 어머니 루치아에게 부탁합니다. 모든 죄를 짊어질 준비를 하며 겸손히 죽습니다.

 

오페라는 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페라에는 희생하는 누군가가 나옵니다. 죄를 지었든 죄를 짓지 않았든 누군가의 희생은 엉망이 된 상황을 정리해 줍니다.

 

결국 인간의 삶은 양심의 힘과 대속의 희생으로 정리될 수밖에 없음을 설파한 기독교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세계인의 경전으로 남게 된 것이니까요.

 

현대 철학의 거대한 경향은 착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한껏 비뚤어지기를 자처하여 오페라에게 죽음을 선포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결론적으로 우리가 착해질 때에 나도 이웃도 행복해지니까요.

 

한껏 욕망하고 한껏 죄를 짓고, 그러고도 결국 희생에 무릎을 꿇고 구원을 갈망하는 오페라의 머리를 그래서 쓰담쓰담 쓰다듬어 주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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