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임솔아 <두꺼비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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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임솔아 <두꺼비와 나>

by 브린니 2022. 5. 8.

두꺼비와 나

 

돌들이 일제히 쏘아보는 게 좋아서

밤마다 자갈밭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눈알만 번쩍거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다른 그림자 하나도 저기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힘껏 돌을 던집니다.

맞아도 꿈쩍 않는 게 좋아서 더 큰 것을

기어이 던집니다.

우리는 종이컵 전화를 하는

쌍둥이자리 같습니다.

삼백 살 먹은 은행나무 한 쌍이

흙탕물을 할짝할짝 나눠 마시고 있습니다.

굶주린 고라니 두 마리가 마을로 내려옵니다.

폭죽처럼 총성이 퍼져갑니다.

총성을 고라니들이 국물처럼

따뜻하게 얻어먹고 있습니다.

얼금뱅이 구름 그림자가

이곳에 얼굴을 내려놓습니다.

두꺼비 무늬를 성홍열처럼

모두가 나눠 가집니다.

내가 많아지는 게 좋아서

기어이 나는 커다래집니다.

 

 

―임솔아

 

 

 

【산책】

 

몸을 부풀려서 적에게 좀 더 커 보이려고 애쓰는 두꺼비

얼룩덜룩한 피부를 땅에 밀착시켜 몸을 보호하는 두꺼비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두꺼비

 

인생도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을 좀 더 낫게 보이려고 몸집을 키우고

외모를 꾸미고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어필하려고 애쓰고

가난을 숨기고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고……

 

 

두꺼비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돌을 기꺼이 맞는다.

피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러나 기꺼이 맞는다.

 

돌은 나를 향해서도 날아온다.

이런 저런 비난과 뒷담화들……

 

결코 피할 수 없다.

인생은 그렇다.

 

두꺼비가 돌을 기꺼이 맞듯

어쩔 수 없는 것들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겁이 난다.

 

나도 누군가를 향해 돌을 던진다.

 

힘껏 돌을 던집니다.

맞아도 꿈쩍 않는 게 좋아서 더 큰 것을

기어이 던집니다.

 

세상을 향해 소리를 크게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가 아니라 날아오는 돌들뿐이다.

 

 

산을 내려온 고라니는

총성을 피해야 하고,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해야 한다.

 

고라니의 피를 다른 이들이 나눠 마신다.

 

 

두꺼비 무늬를 성홍열처럼

모두가 나눠 가집니다.

 

두꺼비처럼 어쩔 수 없이 돌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은 같은 피부를 가진다.

같은 옷을 입는다.

 

옷은 그 사람의 신분과 지위를 대신한다.

두꺼비의 피부를 징그러워하듯

내가 입은 옷은 사람들에게 혐오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 다시 돌이 날아 올 것이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몸을 더 키우고 날아오는 돌을 고스란히,

기꺼이 맞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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