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와 나
돌들이 일제히 쏘아보는 게 좋아서
밤마다 자갈밭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눈알만 번쩍거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다른 그림자 하나도 저기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힘껏 돌을 던집니다.
맞아도 꿈쩍 않는 게 좋아서 더 큰 것을
기어이 던집니다.
우리는 종이컵 전화를 하는
쌍둥이자리 같습니다.
삼백 살 먹은 은행나무 한 쌍이
흙탕물을 할짝할짝 나눠 마시고 있습니다.
굶주린 고라니 두 마리가 마을로 내려옵니다.
폭죽처럼 총성이 퍼져갑니다.
총성을 고라니들이 국물처럼
따뜻하게 얻어먹고 있습니다.
얼금뱅이 구름 그림자가
이곳에 얼굴을 내려놓습니다.
두꺼비 무늬를 성홍열처럼
모두가 나눠 가집니다.
내가 많아지는 게 좋아서
기어이 나는 커다래집니다.
―임솔아
【산책】
몸을 부풀려서 적에게 좀 더 커 보이려고 애쓰는 두꺼비
얼룩덜룩한 피부를 땅에 밀착시켜 몸을 보호하는 두꺼비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두꺼비
인생도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을 좀 더 낫게 보이려고 몸집을 키우고
외모를 꾸미고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어필하려고 애쓰고
가난을 숨기고
빚을 내서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사고……
★
두꺼비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돌을 기꺼이 맞는다.
피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러나 기꺼이 맞는다.
돌은 나를 향해서도 날아온다.
이런 저런 비난과 뒷담화들……
결코 피할 수 없다.
인생은 그렇다.
두꺼비가 돌을 기꺼이 맞듯
어쩔 수 없는 것들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겁이 난다.
나도 누군가를 향해 돌을 던진다.
힘껏 돌을 던집니다.
맞아도 꿈쩍 않는 게 좋아서 더 큰 것을
기어이 던집니다.
세상을 향해 소리를 크게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가 아니라 날아오는 돌들뿐이다.
★
산을 내려온 고라니는
총성을 피해야 하고,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해야 한다.
고라니의 피를 다른 이들이 나눠 마신다.
★
두꺼비 무늬를 성홍열처럼
모두가 나눠 가집니다.
두꺼비처럼 어쩔 수 없이 돌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은 같은 피부를 가진다.
같은 옷을 입는다.
옷은 그 사람의 신분과 지위를 대신한다.
두꺼비의 피부를 징그러워하듯
내가 입은 옷은 사람들에게 혐오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 다시 돌이 날아 올 것이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몸을 더 키우고 날아오는 돌을 고스란히,
기꺼이 맞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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