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정한아 <대장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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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정한아 <대장장이>

by 브린니 2022. 5. 4.

대장장이

 

 

누굴까.

맨 처음 쇠를 구워보자고 생각한 사람은.

그는 시커멓고 땀으로 번들거리며 웃통을 벗고 있고

정교하고도 힘찬 손놀림으로 불과 냉수 사이를 오가며

아름다운 금속 물질을 단련시킨다.

그것은 값비싼 금이나 은이 아니라 강철이다.

이 차갑고 단단하고 정교할 사물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그는 뜨겁고 검게 빛나고 있다.

그의 눈빛은 신념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을 것이다.

싸구려 말로 천 냥 빚을 갚으려는 자들과 달리

딱딱한 침대에서 잠들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으리라.

 

 

―정한아

 

 

【산책】

쇠를 단련해야 진짜 쇠가 된다.

불과 물 사이를 쉼 없이 오간 뒤 쇠는 단단해진다.

 

쇠는 그냥 처음부터 쇠인 것이 아니라 다른 쇠에게 실컷 얻어맞아야 진짜 쇠가 된다.

칼을 만들기 위한 수천 번의 망치질!

 

사람은 사람으로 단련된다.

쉼 없이 다른 사람과 부딪히며 사람이 된다.

 

타인의 시선

타인의 말

타인의 기분과 감정에 단련되는 것이다.

 

타자의 욕망을 모방하고,

타자를 동경하고 존경하고 질투하고 욕한다.

 

쇠가 쇠 때문에 진짜 쇠가 되듯

사람은 사람들 때문에 사람이 된다.

 

쇠가 망치질을 견디는 것이 상처나 아픔과 고통이 아니라

긴 인내의 영광이듯이

 

사람에 의해 다치고 상한 마음

타인의 배신과 공격 때도 의연하게 견디면

진짜 사람, 종흔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대장장이가 딱딱한 침대에서 자듯

다른 사람의 날카로운 침에 찔려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쇠는 쇠로 인해 단련되지만

과연 사람도 그럴까.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가 아니라

사랑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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