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
누굴까.
맨 처음 쇠를 구워보자고 생각한 사람은.
그는 시커멓고 땀으로 번들거리며 웃통을 벗고 있고
정교하고도 힘찬 손놀림으로 불과 냉수 사이를 오가며
아름다운 금속 물질을 단련시킨다.
그것은 값비싼 금이나 은이 아니라 강철이다.
이 차갑고 단단하고 정교할 사물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그는 뜨겁고 검게 빛나고 있다.
그의 눈빛은 신념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입은 굳게 다물어져 있을 것이다.
싸구려 말로 천 냥 빚을 갚으려는 자들과 달리
딱딱한 침대에서 잠들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으리라.
―정한아
【산책】
쇠를 단련해야 진짜 쇠가 된다.
불과 물 사이를 쉼 없이 오간 뒤 쇠는 단단해진다.
쇠는 그냥 처음부터 쇠인 것이 아니라 다른 쇠에게 실컷 얻어맞아야 진짜 쇠가 된다.
칼을 만들기 위한 수천 번의 망치질!
사람은 사람으로 단련된다.
쉼 없이 다른 사람과 부딪히며 사람이 된다.
타인의 시선
타인의 말
타인의 기분과 감정에 단련되는 것이다.
타자의 욕망을 모방하고,
타자를 동경하고 존경하고 질투하고 욕한다.
쇠가 쇠 때문에 진짜 쇠가 되듯
사람은 사람들 때문에 사람이 된다.
쇠가 망치질을 견디는 것이 상처나 아픔과 고통이 아니라
긴 인내의 영광이듯이
사람에 의해 다치고 상한 마음
타인의 배신과 공격 때도 의연하게 견디면
진짜 사람, 종흔 사람,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대장장이가 딱딱한 침대에서 자듯
다른 사람의 날카로운 침에 찔려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쇠는 쇠로 인해 단련되지만
과연 사람도 그럴까.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가 아니라
사랑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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