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임솔아 <승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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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임솔아 <승강장>

by 브린니 2022. 5. 6.

승강장

 

 

 

어디 아프냐고 누군가 물었다. 아이는 빨간 신 한 짝을 잃어버려서 찾아다니다가 집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너무 큰 바지를 입은 것처럼 아이는

흘러내리는 기억을 추스르려 애쓴다.

 

신이 나를 잃어버릴 때마다 내가 도착하곤 했던 종점의 오디나무가 떠올랐다. 떨어진 오디를 주워 들고서 오디처럼 빨간 것들에 잇자국을 남겼다.

 

아이는 승강장 바닥을 빨개진

맨발로 걷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유실물 보관소에 갔지만 주인을 잃어버린 열쇠와 가방 들이 있었지만 신은 없었다.

 

신을 꼭 찾아야 해요.

승객들이 내리고 지하철의 불이 꺼질 때 아이는 지하철로 걸어 들어갔다. 빨간 아이를 담은 채 검은 지하철은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노선으로 출발했다.

 

신도 인간을 이렇게 계속 찾아다닐 것이다. 그래서 집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아프냐고 물어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잃어버렸을 뿐 유실물 보관소의 물건들은 누구도 버린 적이 없었다.

 

 

―임솔아

 

 

【산책】

 

<신을 찾는 아이들>이란 소설이 있다.

아이들은 신을 찾는다.

 

어른들은?

 

어른들은 신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신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신을 찾다가 못 찾아서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신은 정말 어디에 있는가.

 

 

<승강장>이란 시에서 아이는 신발을 한 짝 잃어버렸다.

아이가 찾는 것은 신발이지 신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신발을 신이라고 듣는다.

신을 찾는 아이.

 

나는 신을 잃어버린 적이 없고,

도리어

신이 나를 잃어버렸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신이 잃어버린 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분실물로서의 나!

 

나는 그때마다 종점의 오디나무에 서 있다.

종점, 어딘가의 마지막, 행선지의 끝.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신을 꼭 찾아야 해요.

 

아이는 신을 찾아 종점까지 간다.

가본 적 없는 곳까지 간다.

 

신은 계속해서 나를 찾아다닌다.

그러나 신은 나를 잃어버렸을지라도 버린 것은 아니다.

 

어쩌면 모든 어른들도 신이 한 번쯤 나를 찾아와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버리지 않았다면 반드시 나를 찾아오리라!

 

그런 것을 믿음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 무신론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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