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이오시프 브로드스키 <시골에서 하나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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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이오시프 브로드스키 <시골에서 하나님은>

by 브린니 2020. 6. 9.

시골에서 하나님은

 

 

시골에서 하나님은 조소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집 한 구석에 사는 게 아니다.

그분은 가는 곳마다 살고 계신다.

그분은 지붕과 식기를 정결히 하고

집집마다 공정히 절반씩 나누어 주신다.

시골에 하나님은 남아돌 정도로 많이 계신다.

그분은 토요일마다 주철제 솥에 등나무 콩깍지를 끓이고

졸린 듯한 표정으로 불 위에서

춤을 추듯이 발을 놀린다.

그러고는 목격자인 나에게 눈짓을 하신다.

그분은 담장을 쌓고,

처녀를 산림지기에게 시집보내고

오리를 쏘는 순라군의 총알이

영원히 빗나가도록 장난을 하신다.

 

가을의 거센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 모든 것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시골의 한 무신론자에게 허용된

단 하나의 유일한 행복이리라.

 

                        ― 이오시프 브로드스키 1964년 作

 

 

【산책】

신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있고, 내 속에도 계시고, 당신 속에서 계신다.

말을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신을 본 자도 없고, 신을 만난 자도 없고, 신께서 내 속에 들어오려고 할 때 환영하는 자도 별로 없다. 사실 많은 사람들에게 신은 밖에 있다.

 

만물 속에 깃들어 있는 신을 노래하는 것은 범신론이다. 모든 곳, 모든 것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자, 이제 이렇게 생각해보자.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면?

신은 어디에 계셔야 할까?

그렇다. 신은 우주를 감싸고 있어야 한다. 신은 우주보다 커야 한다.

그러므로 신은 만물에 깃들어 있기보다는 모든 만물을 품고 계신다.

 

이오시프 브로드스키의 시 <시골에서 하나님은>에서 하나님은 인간처럼 시골에 살면서 이웃들과 정겹게 지내신다. 심지어 장난꾸러기이어서 오리를 겨냥한 사냥꾼의 총알이 빗나가도록 만들기도 한다.

 

지붕과 식기를 정갈하게 하고, 이웃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준다. 콩을 끓이는 무쇠솥 위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처녀를 산림지기에게 시집보내는 중매쟁이 노릇도 하고, 강한 자들에게 장난을 쳐서 힘을 빼놓기도 한다.

 

이 시에 등장하는 하나님은 무섭지 않고, 선하고, 배려하며, 나누어주기를 즐기며, 어울려 먹는다. 이런 하나님이라면 무신론자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으리라.

 

죄를 지으면 징벌하고, 엄격한 율법을 강요하고, 항상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종교적 엄숙주의와는 전혀 다른 인격적인 하나님. 인간의 친구가 되어주는, 몸을 낮추시는 하나님.

 

그런데 이런 하나님은 왜 시골에서만 사실까?

도시에 사는 하나님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아니면 우리 모두 시골 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을 지녀야 하나님이 보이는 것일까?

이 시는 신은 추상적이지 않고, 우리 삶에 실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을 너무 멀리서 찾지 말고, 안 보인다고 해서 없다고 조롱하지 말고,

신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자.

신은 문을 두드린다. 당신이 그 문을 열어야만 신이 당신의 마음속에 들어올 수 있다.

신은 인격적이므로 당신이 문을 닫고 있으면 그 문을 부수고 들어오지 않으신다.

신을 허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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