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물 밖으로 막 끌려 나온
물고기의 눈과
그 눈 속
정오의 태양
종이 한 장 차이의
심연은
어제 죽은 네가
오늘 꾸는 꿈
―장승리
【산책】
낚시는 세월을 낚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 낚싯대를 물에 던져 넣고 물고기가 미끼에 속아서 딸려 나오기를 기다리는 일이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일까, 싶기도 하다.
뭐, 작고 단단한 공을 구멍에 넣는 게임을 뭐 그리 대단하다고 열을 올리는지
골프에 대해서도 적의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남들의 취미를 존중해야 한다.
★
물 밖으로 막 끌려 나온 물고기의 눈 속에 정오의 태양이 어려 있다.
얼마나 슬픈 눈인가.
얼마나 슬픈 태양인가.
빛을 잃고 흐리멍덩한 물고기의 눈 속에서
빛을 내는 태양
빛을 멈춘 태양
빛의 흔적
한때 밝게 빛났던 흔적
물고기는 푸른 바다에서 태양 빛으로 반짝거렸으리라.
그러나 물 밖에 나온 물고기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인간의 횟감이 될 뿐,
물고기는 이제 물고기가 아니라 그냥 고기가 될 뿐
쫄깃하고 고소한 살집으로 남을 뿐.
그러나 그 물고기의 눈 속에 태양이 있다.
태양이 있다니!
★
그 물고기 눈 속의 태양은 어둠이다.
정오의 맹점이다.
검은 물고기의 눈은 심연과 같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이!
깊고 깊은 구멍
빠져든다.
꿈 속 같다.
꿈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 같은,
밑바닥을 알 수 없이
빨려 들어가는 꿈 속.
어제 죽은 사람은 누구인가.
그런데 죽은 사람도 꿈을 꿀 수 있을까.
죽은 사람이 꾸는 꿈에는 죽은 사람들이 나올까.
죽은 사람이 산 채로 나올까.
★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의 죽음,
아직 팔딱이는 임박한 죽음.
그 죽음에 깃든 태양의 빛!
깊고 깊은 빛의 두께.
거기 들어가 잠들고 싶다.
꿈에서 나는 물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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